北, 전선에 대전차 방벽 작업…묻던 지뢰 터져 사상자 나기도(종합)

불모지 조성, 전술도로 보강, 대전차 방벽 추정 구조물 건설 작업
합참 "北, MDL 국경선化 시도 배제 못해"…北, 오늘 MDL 또 침범

북한이 북방한계선에(MDL 기준 2㎞) 대전차 방벽 추정 구조물을 세우고 전선지역 일대에 지뢰를 묻는 등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의 '남북 단절' 작업을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북한이 북방한계선에(MDL 기준 2㎞) 대전차 방벽 추정 구조물을 세우고 전선지역 일대에 지뢰를 묻는 등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의 '남북 단절' 작업을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 군은 북한이 MDL을 소위 국경선화(化) 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북한군의 전선지역 활동을 면밀히 추적하고 있다.

18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11월 23일 국방성의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발표 이후 철수했던 최전방 감시초소(GP)의 복원을 개시해 올해 1월쯤 완료했다.

또한 경의선·동해선·화살머리고지 등 남북 연결도로 일대에 지뢰를 매설했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올해 1월 16일 최고인민회의에서 '남북 연계 조건 분리 조치'를 지시한 이후 최근엔 동해선 가로등과 철도 레일·침목 등을 제거하고 있다.

4월쯤부턴 북방한계선 등 전선지역 수 개소에 다수 병력을 투입해 △불모지 조성 △지뢰 매설 △전술도로 보강 △대전차 방벽으로 보이는 구조물 설치 등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는 경계력 보강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군 전선지역에서 방벽으로 추정되는 구조물 설치 하는 모습.(합참 제공) 2024.6.18/뉴스1

대전차 방벽 추정 구조물의 경우 북방한계선상에 4~5m 높이로, 짧게는 10여 m에서 길게는 수백 m의 길이로 주로 주요 축선 부근으로 4개소에서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전차의 이동을 저지하기 위해 기존에 설치돼 있던 대전차 장애물 '용치'를 보강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이 작업은 현재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악지역에까지 대전차 방벽을 설치하긴 어렵기 때문에 북한이 이들 대전차 방벽을 남북한 교류 전면 차단을 위한 장벽으로 확대 건설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합참은 보고 있다.

합참이 이날 사진으로 공개한 전선지역 북한군 활동 모습엔 △50명이 넘는 대규모 병력이 삽과 곡괭이 등 도구를 든 채 작업에 투입되는 모습 △지뢰 매설작업 중 지뢰가 폭발하는 모습 △하천에 교량·교각을 건설하는 모습 △굴삭기 등 중장비를 작업에 동원하는 모습 △육상에 방벽으로 추정되는 구조물을 짓는 모습 등이 담겼다.

특히, 북한군은 전선지역 일대 불모지 조성과 지뢰 매설작업 중 수 차례의 폭발 사고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음에도 사고 당일 작업을 강행하는 등 무리하게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합참은 설명했다.

합참은 이런 작업이 북한 주민의 월남 및 귀순 차단 등 내부통제력 강화 목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작업들이 대부분 과거 월남·귀순 발생 지역과 감시 사각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부분 대인지뢰가 매설되고 있으며, 일부 대전차 지뢰도 묻히고 있다고 한다.

북한군 전선지역에서 지뢰매설하는 모습. 작은 사진은 매설작업 중이던 지뢰가 폭발하는 모습. (합참 제공) 2024.6.18/뉴스1

북한군이 현재 MDL 일대에서 진행 중인 작업들은 10개소 정도라고 한다. 합참은 북한이 이 같은 작업들로 MDL을 국경선화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으나, 추가 첩보가 필요하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단정하기는 어렵단 입장이다.

합참 관계자는 "국경선화는 북한이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것이로, 지금 정전협정 체제에서 불가능하다"라며 "정전협정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한 국제적으로 공인된 유일한 장치"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앞으로 호우·장마 등 기상, '지방발전20X10' 정책에 따른 작업병력과 자재 수급 상황 등을 고려해 작업지역을 점차 확대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합참은 전선지역 일대 우발상황 발생에 대비해 전선지역에서의 북한군 활동을 면밀히 추적하고 있으며, 북한군의 이런 활동들이 정전협정을 위한한 것으로 보고 유엔사와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9일 낮 12시 30분쯤 중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내에선 작업 중이던 북한군 수십 명이 MDL을 침범했다가 우리 군의 경고방송 및 경고사격 이후 즉시 북측으로 돌아간 일도 있었는데 이 역시 일련의 작업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합참은 "우리 군의 대응은 작전을 수행하는 우리 장병들의 안전확보와 작전보안을 위해 세부적인 답변이 제한됨을 양해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북한군이 18일 또다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왔다가 우리 군의 경고 사격 등 대응 후 퇴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이런 가운데 북한군은 이날 오전 8시 30분쯤 중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내에서 불모지 조성 작업 중이던 북한군 20~30명이 MDL을 20m 정도 단순 침범했다고 합참은 전했다. 이 북한군들은 우리 군의 경고 방송·사격 이후 북상했다.

북한군의 MDL 침범은 약 9일 만이다. 지난 9일에도 낮 12시 30분쯤 북한군 20~30명이 MDL 이남 20m 지점에서 식별돼 우리 군이 경고 방송·사격을 했고, 이후 북한군은 퇴각했다.

약 20분 후인 12시 50분쯤엔 북한군 4명이 MDL 이남 50m 지점에서 또 식별됐고, 이들은 우리 군의 경고 방송·사격에 복귀했다. 같은 날 우리 군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6년 만에 재개하기도 했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