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밀착 강화에도…"김정은-푸틴 '우정' 유효기간은 우크라전"
푸틴, 우크라 종전 후 한국-북한 '등거리 외교' 가능성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북한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밀착을 강화하고 있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간 '우정'의 유효기간은 우크라전 종전까지일 뿐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6일(현지시간)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푸틴과 김정은의 위험한 브로맨스(남성들 간의 우정)" 제하 기사에서 "지정학적 변화로 인해 브로맨스가 꽃을 피웠지만, 겉보기에 돈독한 그들의 우정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는 지속되지 않을 수도 있다"라고 진단했다.
승전이 절실한 푸틴의 입장에선 '불량국가'로 전락한 북한의 군사 지원이 절박하지만, 종전 시 북한과 군사 협력 관계를 현 수준으로 지속할 경우 경제 복원을 위한 외교·무역에 있어 타격이 불가피하단 분석이다.
현재 외교가에선 푸틴의 방북이 임박했다고 보고 북러 정상이 군사협력 수준을 얼마나 격상할지를 주요 관전 포인트로 두고 있다.
푸틴의 이번 행보가 국제사회의 주목을 한 몸에 받는 이유는 그의 평양 방문이 24년 만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푸틴의 평양 방문은 지난해 9월 김정은 총비서의 방러에 대한 답방 차원이기도 한데, 이러한 상황은 푸틴이 북한에 '큰 선물'을 안겨줄 것이라는 예상에 힘을 더하는 부분이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꾸준히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이 무기 지원을 대가로 무엇을 지원받았는지는 여전히 100% 선명하진 않지만, 지난해 9월 이후 러시아에서 북한으로 최소 9000개의 컨테이너가 보내진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첨단 무기' 혹은 관련 기술 개발에 큰 도움이 될 물자가 북한으로 갔을 것으로 관측된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푸틴의 방북을 앞두고 "북러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새로운 양자관계 정립에 나설 것으로 예상을 모으고 있다"면서 "양국 간 우호 관계를 현대 국제 관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개념을 도입해 격상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에서는 최근 들어 한국 정부에 유화적인 메시지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예컨대 푸틴 대통령은 이달 초 러시아 경제포럼인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 행사에서 이례적으로 한국에 대해 "'러시아 혐오적인' 태도가 전혀 없고, 우크라이나에 어떤 무기도 직접 전달하지 않은 것을 높이 평가한다"라고 언급했다.
이달 중순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대사 역시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러시아와 관계 회복을 원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방 동맹국의 훼방으로 인해 관계 개선에서 제약을 받고 있다면서 한러관계 경색의 원인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는 특히 한국이 비우호적 국가 중 최초로 우호적 국가 대열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는 서방의 대러 제재에 동참한다는 이유로 러시아가 지난 2022년 한국을 미국, 유럽연합(EU)과 나란히 비우호적 국가 명단에 올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당시 푸틴은 한국을 '콕' 집어 우리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할 경우 한러관계는 파탄 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러시아가 태세 전환의 가능성을 흘리는 이유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과 관계 회복을 모색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크라전 발발하기 전 한때 5번째 수출 상대국이었던 한국과 잠재적 화해의 문을 열어두고 싶어 하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임재천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러시아는 북한의 군수 지원이 현재로선 필수적인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다면 경우에 따라) 필수적인 요인이 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북러가 지금과 같은 관계를 지속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양국이 반미 색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 입장에서도 북한과의 관계를 좋게 유지하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라며 북러의 '우정'에 갑작스럽게 심각한 금이 가진 않을 것으로 봤다.
고유환 동국대학교 명예교수는 "한국이 직접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푸틴 대통령이 평가했고, 전쟁이 끝나면 한국과의 관계도 예전처럼 복원할 생각이 있는 것처럼 얘기를 한다. 그동안 협력 관계 속에서 한국 기업들이 러시아에 투자한 게 경제에 많이 도움이 됐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다면) 경제 부분에서는 남북한에 대한 등거리 외교, 균형 잡힌 외교를 펼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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