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천무·해병대 K9' 훈련 잇달아 연기…푸틴 방북 등 정세 고려
'대북 대비태세 유지 필요' 등 이유…한러관계 고려 자극 않기?
- 박응진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우리 육군의 다연장 로켓(MLRS) K-239 '천무'와 해병대의 K9 자주포 등 실사격 훈련 일정이 잇달아 연기됐다. 대북 대비태세 유지가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는 가운데 한러관계를 고려해 그의 방북 전후 우리 군의 실사격 훈련이 무력시위로 비칠 가능성을 피하는 등 러시아 측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17일 군 당국에 따르면 당초 육군은 지난 13일 충남 보령에 위치한 웅천사격장에서 천무 고폭유도탄 실사격 훈련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전방 등 각 군단에 배치돼 있는 천무를 보령으로 이동시켜 모두 8대가 실사격 훈련을 하는 모습을 연출하려고 했다. 전시 임무수행능력 배양이 이 훈련이 목적이다.
그러나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 살포, 군사분계선(MDL) 침범,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등으로 MDL 인근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전방에 있는 천무를 후방으로 이동시키는 게 부담이 됐다는 후문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대비태세 유지가 더 중요해서 상황을 봐서 가급적 이달 안이나 다음 달 초에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20일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북도서에서 실시하는 것으로 예고됐던 K9 자주포 등 실사격 훈련도 다음 주로 미뤄졌다. 이번 훈련은 정부가 9·19남북군사합의 전부 효력 정지 선언 이후 남북 접경지에서 실시되는 첫 실사격 훈련이란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다만 구체적인 훈련 시점이 사전에 공개돼 북한이 대응할 시간을 만들어줬고, 훈련을 하기에 최적화된 기상은 아닐 것으로 예상돼 훈련 연기가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이후 북한의 도발이 잦아들어 우리 군 또한 남북 갈등 격화 방지를 위한 상황 관리 국면에 접어든 데다, 푸틴 대통령의 방북 전후에 도발로 비칠 수 있는 실사격 훈련으로 북러를 자극하는 건 한러관계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위기에 놓인 푸틴 대통령은 지난 6일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은 한국에 대단히 고맙다"라며 한국과의 관계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되는 언급을 내놨다.
미국 해군의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이 부산항 등 한반도에 입항하고 한미일 3국 연합 해상훈련을 진행하는 것도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끝난 뒤인 이번 주 중후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푸틴 대통령이 북한 방문을 마친 뒤 남북은 다시 군사적 갈등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 16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미국이 개최한 '용감한 방패(Valiant Shield 22)' 훈련에 일본 자위대가 처음으로 참가한 것에 대해 "무모한 군사적 공모 결탁은 도발자들의 파멸을 재촉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신문은 "로널드레이건호는 이번 훈련을 마친 후 괴뢰 한국으로 기어들 예정"이라며 "이 위험천만한 군사적 도발 움직임이 언제 격렬한 물리적 충돌을 발생시킬지 누구도 알 수 없으며 그것이 현실화하는 경우 도발자들은 걷잡을 수 없는 파국적인 국면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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