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만의 푸틴 방북 유쾌하진 않을 중국[한중일 글로벌 삼국지]

"동아시아 정세, 한층 더 복잡…韓, 세계 평화 위해 외교적 노력 강화해야"
"한중일·한미일 협력 시너지로 국익 증진 기여 바라"

백범흠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초빙교수(전 한중일협력사무국(TCS) 사무차장).

(서울=뉴스1) 백범흠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초빙교수 = 테무친(칭기즈칸)이 1206년 몽골고원을 중심으로 세운 몽골제국(Mongol Ulus)은 1227년 서하(西夏), 1231년 호라즘(Khwarazm) 등 중앙아-이란, 1234년 금(金), 1236년 러시아 포함 동유럽, 1253년 대리(大理), 1259년 고려, 1279년 남송(南宋) 등 유라시아 대륙 동서(東西) 대부분을 정복했다. 몽골의 기세는 욱일승천(旭日昇天) 그 자체였다.

칭기즈칸의 손자로 동아시아의 통치자가 된 쿠빌라이는 1271년 국호를 원(元)으로, 칸발리크(베이징)를 수도로 정했다. 쿠빌라이는 몽골 주도 아시아 신질서(New Asian Order) 구축을 노렸다. 자바(인니)에도 원정대를 보낸 몽골에게 마지막 남은 곳은 카마쿠라 바쿠후(鎌倉幕府)가 통치하던 일본이었다.

몽골은 30년이나 버틴 끝에 항복한 '사위의 나라' 고려에 일본 정복전에 적극 협조할 것을 요구했다. 몽골이 일본 정복 계획을 실행에 옮길 경우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될 것을 예견한 고려는 카마쿠라 바쿠후에 사신을 보내 최근 정세에 대한 설명과 함께 몽골에 복종하는 척함으로써 전쟁을 피할 것을 권고했다.

몽골의 실체를 몰랐던 카마쿠라 바쿠후는 일본이 '해가 떠오르는 곳을 다스리는 나라'라는 자부심을 드러내면서 고려의 권고를 일축했다. 몽골이 1274년과 1281년 두 차례 일본 정벌에 나서자 고려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일본 정복전에 협조할 수밖에 없었다. 몽골과 고려가 주도한 2차례의 일본 원정은 모두 실패로 끝났다. 태풍 '가미가제(神風)'보다는 원정군 내부의 갈등 포함 복잡한 사정 때문이었다.

중국이 부상한 21세기 초 동아시아는 몽골이 득세하던 13세기와 많이 닮았다. 태평양 건너 미국과 유라시아 제국 러시아를 빼면 13세기 초와 판박이다. 몽골이 대한해협 건너 일본을, 중국이 푸졘성 건너 대만을 노리는 것도 유사하다.

중국은 1978년 12월 개혁.개방 이후 연평균 9% 이상의 고도 경제성장에 힘입어 경제, 군사, 외교적 영향력을 급속히 확대해 왔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을 통해 중앙아와 중동, 인도양 지역으로, 그리고 도련선(島鏈線) 전략을 통해 서태평양 지역으로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은 이제 북한은 물론, 한국과 일본, 동남아, 호주, 인도, 중동, 심지어 러시아와 독일, 브라질, 남아공 등 세계 전역에 미치고 있다. 중국의 해·공군력 증강 속도는 미국도 우려할 정도로 빠르다. 중국은 '벽돌을 찍어내듯이' 함정을 건조하고, 전투기를 제작, 배치하고 있다. 중국은 '국토완정(國土完整)'을 이유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수시로 흔들고 있다.

중국은 지난 5월 20일 '독립주의자' 라이칭더 대만 총통 취임을 전후하여 대만섬 주변과 중국 대륙에 인접한 진먼다오, 마주다오 등에서 이틀간 '도서 봉쇄 훈련'을 실시했다. 둥쥔 중국 국방장관은 지난 6월 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제21차 아시아안보회의에서 '대만을 중국으로부터 분리시키려는 자는 산산조각 나고 파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응하여 대만은 6월 5일부터 약 1개월 간 실사격 군사훈련에 나섰다. 대만군은 신베이, 타이중, 타이난, 가오슝 해안 포함 대만섬과 마주다오 전초기지 등에서 실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대만군은 중국군의 대만섬 상륙작전을 가상(假想)하여, 장갑차와 대전차 로켓, 기관총 등을 동원했다.

중국과 대만 모두 실사격 군사훈련을 벌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이 강도 높은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서태평양에 박힌 '쐐기'이자 '불침항모(不沈航母)' 대만이 점령되면 서태평양이 남과 북으로 양분(兩分)된다. 이 경우 한국의 생명선인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항로 안전이 크게 위협받는다.

대만해협 유사시 핵무장한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도 알 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도 유쾌하게 볼 가능성은 거의 없다.

러시아는 물론, 북한과 베트남 모두 내면으로는 중국과 껄끄러운 관계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밀착하며, '핵과 미사일 등 전략무기(WMD) 지속 개발', '남북 2개 적대국가론' 선언, '오물 풍선 투하' 등 한반도 정세를 악화시켜온 북한에 대한 경고 차원인지, 아니면 여타 이유인지는 알 수 없으나, 중국은 최근 랴오둥 반도 다롄 소재 '시진핑-김정은 발자국 동판' 등 북·중 우호관계 상징물을 철거했다 한다.

동아시아 정세가 한층 더 복잡해지고 있다. 세계의 안정, 평화와 함께 공급망 유지가 중요한 통상국가 한국으로서는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세계의 안정, 평화 및 공급망 유지를 위해 최선의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국이 지난 4월 26일부터 27일까지 서울에서 개최된 한중일 정상회의와 5월말 워싱턴 개최 한미일 외교차관회의 모두에 적극적이었던 것은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와 세계의 안정, 평화 및 공급망 유지가 한국의 생존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2019년 12월 청두 정상회의 이후 4년 5개월 만에 개최된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한중일 협력 체제 복원을 위해 노력했다.

한중일 정상은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재개 등의 여러 가지 합의를 도출해 냈다. 한미일 외교차관회의에서 3국은 한미일 상호 협력을 조율할 사무국 신설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한중일 협력과 한미일 협력이 상호 균형 유지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우리 국익 증진에 크게 기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