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기념관, '국군포로존' 신설…헌신 기억·미송환 실태 조명
"국군포로 삶 재조명…잊지 말고 기억하자는 메시지 전달"
20일 오후에 문 열어
- 박응진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전쟁기념사업회가 운영하는 전쟁기념관에 '국군포로존'(ZONE·공간)이 신설된다. 그동안 조명받지 못한 국군포로의 헌신을 기억하고 널리 알리기 위한 것이다.
8일 사업회에 따르면 오는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2층 6·25전쟁실에 메인전시실과 상징존 등 총 210㎡ 규모로 국군포로존이 새롭게 문을 연다.
사업회는 이 공간을 국군포로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관련 유물을 통해 공유하고, 이들을 위한 정부의 노력과 예우를 소개하는 장소로 꾸몄다.
이를 통해 한국전쟁(6·25전쟁) 때 북한군과 중공군에 끌려간 국군포로들의 삶,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 후에도 고국에 돌아오지 못한 미송환 국군포로의 실태를 확인할 수 있다.
이곳에선 국방부가 2010~11년 진행한 '귀환 국군포로 구술기록사업'의 결과물도 영상으로 접할 수 있다.
이는 귀환 국군포로와의 심층 인터뷰 중 일부를 발췌해 제작한 타이포그래픽(글자 배치로 조형성을 살리는 디자인) 영상으로, 대중에 공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사업회는 국군포로존 개관을 위해 학계·법조계·군 관계자 등 외부 전문가 12명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전시 콘텐츠와 방향성에 대한 자문을 받았다.
지난해 사업이 시작될 땐 아프가니스탄 참전용사인 제이슨 박 미국 버지니아주 보훈 및 병무부 부장관이 자문을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정전협정 체결 후 남한과 북한은 포로를 교환했으나, 최소 5만 명의 국군포로가 국내로 돌아오지 못하고 북한에 억류된 것으로 추정된다.
주한유엔군사령부는 6·25전쟁 당시 국군 실종자 수를 약 8만 2000명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북한이 인도한 국군포로는 8343명에 불과했다.
1990년대 조창호 중위를 시작으로 국군포로 80명이 탈북한 뒤 정부는 국군포로와 탈북민 진술을 바탕으로 2010년 12월 기준 국군포로 560명이 북한에 생존해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로부터 약 24년이 지난 현재는 북한에 생존해 있는 국군포로가 100명도 안 될 것으로 추측된다.
6·25전쟁 때 북한에 끌려갔다가 2003년 탈북해 귀환한 고(故) 김모 옹이 지난 2월 별세하면서 국내에 생존해 있는 국군포로는 9명이 됐다. 이들은 모두 80∼90대 고령이다.
사업회 관계자는 "6·25전쟁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70년, 조창호 중위가 북한에 억류된 국군포로 중 처음으로 탈북에 성공해 한국으로 온 지 30년이 지났다"라며 "하지만 미귀환 국군포로들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6·25전쟁의 미해결 과제로 남아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국군포로존 개관을 통해 "국군포로와 귀환 국군포로의 삶을 재조명하며 이들을 잊지 말고 기억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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