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만 언급한 한미일에 '발끈'…한중일 '훈풍' 관리 시험대

전문가들 "中 원론적 대응이지만…정상 차원 메시지는 변수"

윤석열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오른쪽) 일본 총리,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형성된 한중 양자 및 3자 사이 관계 개선과 협력의 '훈풍'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한미일 3자의 대만 관련 메시지에 중국이 발끈하면서다.

한미일 3국은 지난달 31일 워싱턴DC에서 외교차관협의회를, 지난 2일엔 싱가포르에서 국방장관회담을 개최했다.

이를 통해 3국은 별도의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중국이 예민해하는 '대만', '남중국해' 문제를 거론하며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 '남중국해에서의 불법적 해상 영유권 주장' 등에 반대한다고 했다.

우리 정부는 그간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를 반대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보편적 원칙이며, 그러면서도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하나의 중국' 원칙은 중국 대륙과 홍콩·마카오·대만은 나뉠 수 없는 하나이고, 합법적 정부 또한 오직 '중화인민공화국' 하나란 중국 당국의 대외 기조를 말한다.

중국은 이러한 원칙에 따라 다른 나라의 대만 관련 언급 자체를 '내정 간섭'으로 간주하고 때마다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3일 정례브리핑에서 한미일 국방장관회담, 외교차관협의회와 관련된 질문을 받고 "대만 문제에 관해 왈가왈부하며 중국 내정에 거칠게 간섭했다"라며 "해양 문제에서 다시금 중국을 악의적으로 공격하고 먹칠했다"라고 비난했다.

같은 날 주한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별도 입장문을 통해 한국 측에 엄중한 교섭(외교 경로를 통한 항의)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특히 "한국이 대만·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미국, 일본과 반복적으로 결탁해 왈가왈부하는 건 중한(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라며 "중한관계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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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측의 이번 발표와 관련해 우리 외교부는 '확대 해석'을 일단 경계하는 모양새다. 대만 문제가 거론될 경우, 중국이 소위 '매뉴얼 대응'을 해온 전례가 있는 만큼, 정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의지가 감지된다.

전문가들도 당장은 중국 측의 입장 표명이 최근 형성된 한중 양자 및 한중일 3국 간 협력 재개 분위기에는 영향을 끼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원론적 반응이며 중국 외교부는 이번에 별도의 형식을 갖춘 입장 발표가 아닌 '기자와의 문답' 형식으로 불쾌감을 드러내는 대응을 보였다"라며 중국 측의 대응 수위가 높지 않다고 해석했다.

양 위원은 "중국은 한미일 다자간의 문제와 한중 양자 간의 사안을 분리해서 접근하려는 모습도 최근 보인다"라고 부연했다.

한중 양국은 6월 셋째 주에 외교부에서 차관이, 국방부에선 고위급 관료가 참석하는 한중 외교안보대화를 서울에서 개최한다. 또 오는 19일엔 신창싱 중국 장쑤성 당서기가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좋은 대화의 흐름을 이어갈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있는 것이다.

한중일 정상회의 이후 발생한 양국 간 '잡음'이 예정된 대화에 대한 중국의 '태도 변화'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선 당장 예정된 대화에는 영향을 주지 않더라도 향후 한미일 3국 정상 차원에서 대만·남중국해 메시지가 이전과 다른 수위로 발신된다면 훈풍이 다시 사그라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오는 7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정상회의가 열릴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다.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는 "이번엔 한미일 외교차관, 국방장관회의였지만 정상 차원의 메시지는 격이 다르다"라며 "7월 나토 회의에서 한미일 정상회의가 열리고 외교·안보·군사 쪽 메시지가 더욱 부각된다면 관리가 필요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