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 전부 효력 정지…軍 "할 수 있는 것 늘어나 北에 달렸다"

"대북 확성기 즉각 운영에 제한 없다…가장 효과적 주제로 방송"

<자료사진>2018.4.23/뉴스1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군 당국은 4일 국무회의에서 9·19 남북군사합의 전부 효력정지안이 의결된 뒤 우리 군이 취할 수 있는 조치들 많아졌다면서 이들 조치의 시행 여부는 북한에 달려있다고 경고했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군사합의가 효력정지 되면 작전의 융통성이 많아지고 우리 군이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난다"라면서 이처럼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9·19 합의 전부 효력정지안을 심의·의결했다.

지난 2018년 9월 남북 간에 도출된 평양공동선언의 부속 합의서인 9·19 합의는 상대를 향한 군사적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합의한 것을 주요내용으로 한다.

9·19 합의 전부 효력이 정지됨으로써 대북 확성기 방송과 함께 군사분계선(MDL) 일대 사격 및 군사훈련의 재개 등이 가능해졌다.

이 실장은 이 가운데 "즉각적으로 할 수 있는 것도 있고, 그런 것들을 준비하는 모습을 공개할 수도 있다"라면서 "그런 것들은 많은 부분은 북한에게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군 당국은 북한의 도발 양상과 수위에 따라 건건이 또는 단계적으로 9·19 합의 전부 효력 정지의 후속 조치들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대북 확성기는 MDL 일대에서 북한을 향해 한국 노래, 한국의 발전된 생활 모습 등을 방송하는 설비다. 방송은 북측으로 약 30㎞ 거리의 지역까지 전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우리 군 초소와 북한 군 초소. 2024.6.3/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이 실장은 대북 확성기의 "즉각 운영에 제한은 없다"라고 강조했다. 우리 군은 최근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준비를 위한 점검을 실시하고 절차를 숙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실장은 또 "고정형으로 하는 방법과 이동형 차량에 부착해서 기동형 확성기를 운영하는 방법이 있었다"라고 전했다.

고정형은 전원 연결과 고정 작업 등에 수 시간에서 며칠이 소요되지만, 기동형으론 스피커를 탑재한 채 군사분계선(MDL) 인근 도로로 이동해 바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고 이 실장은 부연했다.

당초 대북 확성기는 최전방 지역 24곳에 고정식으로 설치돼 있었고, 기동식은 16대가 있었다. 이후 2018년 4월 판문점 선언에 따라 고정식은 철거돼 창고에 보관 중이고, 기동식은 인근 부대에 주차돼 있다.

이 실장은 대북 확성기를 가동할 경우 방송에 담길 내용에 대해선 "가장 효과적인 주제와 단어들을 사용해서 방송을 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1960~80년대엔 노골적으로 '이탈'을 유도하기 위한 내용들이 방송됐다고 한다. 2010년대 확성기 방송이 재개됐을 땐 우리 군이 '소녀시대'나 '아이유'의 노래 등 대중가요를 틀기도 했다.

북한은 과거 접경지역 군인들을 비롯해 인근 주민들이 심리적으로 동요해 탈북하는 현상이 반복되자 대북 확성기에 예민하게 반응해 왔다.

이에 따라 과거 북한이 국지전 또는 전면전 수준으로 위협 수위를 끌어올릴 때 남한의 확성기를 이용한 대북 심리전을 이유로 든 만큼,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시 북한의 반발 수위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실장은 "우리 군은 임무가 부여되면 즉각 가능하도록 준비와 태세를 갖추고 있다"라며 "접경지역 국민 불안에 대해서는 즉·강·끝(즉각·강력하게·끝까지) 응징이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