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문경 일대서 6·25전사자 유해발굴…'시신 매장' 증언 확보

내달 28일까지 6주간 진행…"전사자 마지막 한 분까지 가족 품에"

한미 공동 유해발굴팀이 지난 4월 참전자 증언과 과거 전투기록을 바탕으로 양국의 미확인 전사자의 유해를 발굴하기 위해 토의를 진행했다.(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 제공)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한·미가 공동으로 한국전쟁(6·25전쟁) 전사자를 찾는 유해발굴을 추진한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은 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PAA)과 함께 이달 22일부터 다음달 28일까지 6주간 경북 문경시 마성면 일대에서 유해발굴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국유단에 따르면 한·미는 지난 2000년부터 6·25전쟁 전사자들의 유해를 찾기 위해 총 14차례에 걸쳐 공동 유해발굴을 추진해왔다.

한·미 양 기관은 이번 공동발굴을 위해 지난달 8일부터 이달 4일까지 해당 지역을 답사해 발굴 구역과 방법 등을 확정했다.

공동 발굴팀은 양측에서 각각 15명씩 총 30명으로 구성되며, 발굴을 통해 수습되는 유해·유품은 국유단 중앙감식소로 옮겨져 양국의 정밀감식을 거치게 된다.

이번 공동발굴은 양국의 미확인 전사자 유해를 수습하는 동시에 1950년 12월 15일 문경시 신현리 일대에서 미 육군이 발굴한 미군 유해 1구의 신원을 특정하기 위해 당시 인근에서 추락한 F-51D 전투기의 기체·부품의 고유번호 등을 찾는 목적으로 계획됐다.

이 지역은 1950년 7월 17일부터 22일까지 국군 제6사단이 영강 부근 전투를 치른 곳이며, 이전에 6차례 걸쳐 약 150구의 전사자 유해가 발굴됐다.

또한 한 지역 주민은 6·25전쟁 당시 추락한 전투기 안에 있는 조종사의 시신을 직접 옮겨 매장했다는 증언이 확보된 것으로 전해졌다. 추락 추정 지점에선 전투기 잔해 일부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번 공동발굴은 발굴 지역의 지형과 조건을 고려해 암반지대와 돌무더기로 이루어진 산비탈인 너덜지대로 나눠 진행된다.

암반지대에선 산악등반 전문가가 산 능선을 따라 발굴지점까지 접근해 발굴 지역의 토사를 채취, 밧줄을 이용해 발굴 현장 바깥으로 이송할 예정이다. 이어 체로 토사를 걸러내 고유의 부품번호가 적힌 전투기 잔해나 유실됐을 수 있는 유해를 찾는다는 계획이다.

너덜지대는 비교적 접근이 쉬워 발굴팀이 직접 투입된다. 팀원들은 발굴 장비를 사용해 굴토한 뒤 토사를 걸러내 유해나 유품 등을 찾을 예정이다.

공동발굴에 참여한 DPAA 매튜 브라운은 "이번 한·미 공동 유해발굴은 양국 간의 굳건한 동맹과 협력의 상징적인 사례"라며 "이번 발굴을 통해 우리는 전쟁에서 희생된 이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공동발굴을 추진한 이근원 국유단장은 "국가가 누구를 기억하는지에 따라 국가의 품격이 결정된다"라며 "이번 한·미 공동 유해발굴이 성공적으로 완수돼 마지막 한 분의 전사자를 끝까지 찾아서 가족의 품으로 모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