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애 "민주유공자법 심의기준 불명확…대통령 거부권 건의"[인터뷰]
"광복 80주년 계기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 유의미 결과 낼 수 있도록"
"전쟁기념관, 순국선열·호국영령 기억하는 공간…보훈부가 관리해야"
- 박응진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은 야당이 이달 말 국회 본회의 통과를 추진 중인 민주유공자예우법 제정안(민주유공자법)에 대해 심의 기준이 불명확하기 때문에 국민적 공감대와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장관은 이 법안이 본회의에서 의결될 경우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다는 계획이다.
강 장관은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서울지방보훈청에서 가진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희생·공헌한 분들을 위한 민주유공자법안이 국회에서 충분한 토론과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4월 23일 정무위원회에서 국회 본회의 부의가 의결된 데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3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정무위에서 국회 본회의 직회부를 단독으로 의결한 민주유공자법은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이 아닌 6월 민주항쟁 등 다른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다치거나 숨진 이들을 보훈부 심사를 거쳐 유공자로 예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유공자법은 법 적용 대상자를 '1964년 3월 24일 이후 반민주적 권위주의 통치에 항거해 헌법이 지향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확립에 기여한 희생 또는 공헌이 명백히 인정돼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사람'으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유공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은 '민주화보상법'과 '부마항쟁보상법'으로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받은 사망자와 실종자, 부상자 911명 등이다.
강 장관은 "법안이 보상대상으로 규정하는 민주보상법 상 보상사건엔 독재정권 반대운동뿐만 아니라 교육·언론·노동운동, 사회적 논란이 된 부산 동의대 사건, 서울대 프락치 사건, 남민전 등 다양한 사건이 포함돼 있다"라며 "그중 어떤 사건이 민주유공 사건인지, 그 사건 관련자 중 어떤 사람을 민주유공자로 인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심사기준이 이 법안엔 포함돼 있지 않고, 보훈부에서 이를 마련할 법적 근거도 없다"라고 비판했다.
강 장관은 "법률상 민주유공자 인정에 관한 명확한 기준과 범위도 없이 민주유공자를 가려낼 경우 사회적 반발과 혼란이 예상된다"라면서 "따라서 입법 과정에서 충분한 대화와 협의를 통해 이 법안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와 사회적 합의가 우선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대통령께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을 건의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강 장관은 다음 달 5일 보훈부 출범 1년을 맞아 보훈부에 대한 국가유공자와 국민의 기대에 '일상 속 살아있는 보훈'으로 부응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강 장관은 "보훈부로 승격된 만큼 국가유공자 분들을 더 잘 예우하는 것은 물론이고, 제복근무자와 같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분들을 예우할 수 있도록 보훈정책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라며 "보훈정책에 모든 국민이 참여해 국가유공자와 제복근무자를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존중하는 문화가 뿌리내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보훈부 승격을 계기로 보훈정책 역량을 강화하여 정책부서로 거듭나겠다고 발표했는데, 보훈부의 싱크탱크 역할을 할 보훈정책개발원 설립 추진이 답보상태인 점은 아쉽다"라면서 보훈정책개발원이 설립될 수 있도록 22대 국회의 협조를 구하겠다고 했다.
강 장관은 내년 광복 80주년이 "여섯 분의 생존 애국지사님들과 함께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10주기 행사인 측면이 있다"라면서 "순국선열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고, 분야별 독립운동의 가치를 일상 속으로 확산하기 위한 범국민적 기념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강 장관은 특히 "광복 80주년을 계기로 중국과 소통을 강화해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이 유의미한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안중근 의사의 유해가 묻혀있는 곳으론 현재 중국의 랴오닝성 다롄시 동산파가 유력하다고 한다.
강 장관은 또 오는 11월 한국전쟁(6·25전쟁) 참전국 보훈장관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보훈부는 지난해 정전 70주년을 계기로 참전국 보훈부 장‧차관 등 고위급 인사들을 초청해 국제보훈장관회의를 연 바 있다.
강 장관은 "금년 회의는 11월 유엔참전용사 재방한 초청행사와 함께 추진할 예정"이라면서 "주요 참전국 고위급 인사가 다수 참석해 각국 보훈현안을 논의하고 참전국간 우의를 증진하는 교류의 장을 마련하겠다"라고 설명했다.
강 장관은 현재 국방부 소관인 전쟁기념관을 보훈부로 이관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전쟁기념관은 단순히 국방력을 강화하는 측면보단, 전쟁이 누구의 책임으로 어떻게 발발했는지, 그 실상과 상처는 어떤지, 그 과정에서 무엇이 부족했는지 등을 되새기는 등 교훈의 측면이 강하다"라며 "이 때문에 전쟁기념관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기억하는 기억과 기념의 공간으로 봐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타국의 사례를 살펴보더라도 미국의 진주만 국립기념관 및 독립기념관, 호주의 전쟁기념관, 뉴질랜드 전쟁박물관도 국방부가 아닌 전문 부처에서 관할하고 있다"라며 "전쟁기념관은 기본적인 운영 목적에서 호국보훈의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보훈부에서 관리해야 하며, 보훈부 내 보훈문화콘텐츠과 등 보훈문화 전담조직들과 연계해 활성화를 추진하면 큰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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