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남북관계' 대신 '조한관계' 표현 사용…한중 대화에 "구걸 외교" 비난

외무성 중국담당 부상 담화 발표…'조한'은 남북 '2 국가' 기조 반영으로 해석
외교부 "北 주장 일고의 가치도 없어…中과 건설적 협력 모색"

조태열 외교부 장관(왼쪽)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13일 (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외교부 제공) 2024.5.14/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노민호 기자 = 북한은 16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최근 중국을 방문한 것에 대해 "청탁과 구걸로 일관된 대한민국 외교"라고 비난했다. 북한은 특히 그간 사용했던 '남북관계'라는 용어를 '조한관계'로 바꿔 호명했는데, 남북을 민족이 아닌 '두 국가'로 보겠다는 기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박명호 외무성 중국 담당 부상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조 장관이 방중해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당부한 것에 대해 "조태열이 우리 국가의 존위와 위상에 먹칠을 해보려고 불손하게 놀아댄 데 대해 그저 스쳐 지나갈 수 없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조선반도(한반도) 정세 악화의 근원과 병집은 다름 아닌 미국과 그에 추종하는 대한민국에 있다"면서 "한국이 아무리 흑백을 전도하며 잔머리를 굴리고 말재간을 피워 피해자 흉내를 낸다고 해도 이제 더는 그에 넘어갈 사람이 없으며 조한관계(조선과 한국)는 되돌려 세울 수 없게 돼 있다"라고 주장했다.

대외적으로 자신들을 '조선'으로 부르며 조중(북중), 조미(북미) 등의 표현을 사용해 온 북한은 그러나 과거 담화나 입장문 등에서 남북관계를 가리켜 '조한관계'라는 표현을 쓴 적이 없다.

북한이 최근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관계'라고 규정한 뒤 국가 대 국가를 통칭하는 말로 북한과 남한의 관계를 '조한관계'로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박 부상은 이어 "중국의 안전권 가까이에 한치한치 근접하고 있는 미국 주도의 반중국 군사동맹권에 솔선해 두발을 잠그고 나선 하수인의 신분으로 중화인민공화국의 수도에 찾아가 그 무슨 '건설적인 역할'에 대해 운운한 것은 대한민국의 후안무치함과 철면피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라고도 비난했다.

또 "이번 행각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적대감과 거부감이 병적으로 체질화된 족속들과는 추호도 공존, 공생할 수 없으며 조선반도 정세 불안정의 악성 근원과 주되는 병집인 미국과 그에 추종하는 한국이 있는 한 지역의 정세는 언제 가도 안정을 회복할 수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라고 강조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13일 (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5.13/뉴스1 ⓒ News1 정은지 특파원

그러면서 "한국 외교관들이 20세기 케케묵은 정객들의 외교 방식인 청탁과 구걸 외교로 아무리 그 누구에게 건설적 역할을 주문한다고 해도 우리는 자기의 생명과도 같은 주권적 권리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한국 정객들은 비굴하고 추한 꼴로 국제사회의 혐오와 환멸을 자아내지 말고 외세와 야합해 지역 정세를 파국으로 몰아넣는 행위부터 당장 중지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조 장관은 지난 13일~14일 중국을 방문해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가졌다. 한국 외교부 장관이 베이징을 찾은 건 문재인 정부 시절 강경화 장관 이후 6년 반 만이다.

조 장관은 왕이 부장을 만나 북한 문제에 대해 북한이 통일을 부정하고 남북을 '적대적 관계'로 규정지은 것, 탈북민 강제 북송에 대한 국내외 우려, 북한 비핵화를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건설적 역할' 등을 언급했다.

이번 박 부상의 담화는 조 장관이 귀국한 지 이틀 뒤에 나온 것으로, 일각에서는 북한이 한중관계 회복 기류에 대한 불안 및 견제 심리를 드러낸 것이라도 분석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외교부는 "북한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라고 비판했다.

이주일 외교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조 장관은 이번 방중에서 한반도 평화 안정과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당부했고 중국은 대(對)한반도 정책에 변함이 없다"라고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부대변인은 "정부는 한중의 공동 이익인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계속 중국 측과 건설적 협력을 모색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