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정제유 '갈증'까지 해소시켜준 러…'제재 파괴' 저지 수단이 없다

전문가 "북러 결국 한시적 협력…우크라 전쟁 끝나면 민낯 드러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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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대북제재 무력화를 통해 안보리 질서를 노골적으로 파괴하고 있다.

최근 미국 백악관은 러시아가 지난 3월에만 16만 5000배럴 이상의 정제유를 북한에 공급했다며 "이미 안보리가 정한 연간 정제유 공급량을 넘어섰다"라고 밝혔다.

안보리는 지난 2017년 대북제재 결의 제2397호를 통해 북한으로 반입되는 유류의 양을 원유 400만 배럴, 정제유 50만 배럴로 제한했다. 러시아는 이미 올해 4월까지 50만 배럴 이상을 북한에 공급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엔 안보리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동을 노골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안보리가 '즉각적인 철군'을 요구하는 결의안 채택을 요구하자 '거부권'을 행사했다.

안보리에서 결의안이 채택되기 위해선 5개 상임이사국인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 중 한 국가도 거부권을 행사해선 안 되는데, 러시아가 이를 악용해 '셀프 방어'를 한 것이다.

이러한 러시아의 행보와 안보리 체제의 한계로 어부지리로 이득을 보고 있는 건 북한이다. 러시아가 국제사회에서 '우군' 확보를 위해 북한을 적극적으로 챙기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지난 2022년 북한이 비핵화 협상 때 중단했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재개하지 이를 규탄하기 위한 안보리 회의에서 중국과 함께 거부권을 행사하며 새 결의 채택을 막았다.

지난달 3일 부산 서구 암남공원 앞바다 묘박지에 대북제재 위반 행위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는 3000톤급 화물선 'DEYI'호가 정박해 있는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지난해엔 아예 북러 정상회담을 열었는데, 러시아는 이를 계기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쓰일 무기를 북한으로부터 대량 공급 받기 시작했다. 이 역시 대북제재 위반 행위다.

푸틴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에게 러시아산 최고급 세단 '아우루스'를 선물하기도 하는 등 북러는 아주 친밀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달 '대북제재 위반 감시자' 역할을 해온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이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임기를 연장하지 못해 해체되기도 했다.

이런 러시아의 노골적 행보를 막기 위해 한미는 지난 3월 북한의 핵·미사일 자원·자금줄 차단을 위한 실무협의체인 '강화된 차단 TF(태스크포스)'를 출범시킨 바 있다. 이 TF는 대북 정제유 밀수 차단 공조 강화 방안을 비롯해 북한의 석탄 밀수출 등 불법 자금원 조달을 보다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방안을 협의하기 위한 것이다.

이와 함께 한미는 일본 등 유사입장국과 함께 전문가 패널을 대체하기 위한 새 기구 구성을 모색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한미는 대북·대러 독자제재 연계를 통해 제재 '빈틈'을 메워 간다는 구상이다. 미 백악관은 이번에 러시아의 정제유 초과 공급을 지적하며 "거래에 협력하는 모든 이들에 대해 계속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안보리 차원의 단합된 대응은 러시아의 몽니로 어렵지만 그럼에도 한국은 미국 등 유사입장국과 함께 국제사회에 러시아의 잘못과 대북제재 결의 이행 필요성을 지속해서 알려야 한다"라며 "또 북러 편에 설 경우 결국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것도 강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문 센터장은 "지금 당장은 어려움이 있지만 결국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북러 협력의 민낯이 드러나게 될 것"이라며 "지속성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 한시적 협력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