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도 군대 갔는데"…50년 만에 '체육·예술요원 병역특례 폐지' 수면 위로

'국위선양' 중시한 1970년대 만들어진 제도
병역자원 급감한 현재는 '공정성'이 화두

7충남 논산 육군훈련소 각개전투훈련장에서 훈련병들이 훈련을 받고 있다. 2023.12.7/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는 체육·예술요원 병역특례 제도가 대폭 축소되거나 아예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기식 병무청장은 지난 2일 언론 인터뷰에서 "BTS(방탄소년단) 멤버도 군 복무를 하고 있다"라며 "체육·예술요원 보충역(병역특례) 제도를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면 재검토하겠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국방부와 병무청,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 부처가 이달 중 구성하는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연내에 병역특례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병역특례 가운데 국가산업발전 목적의 전문연구·산업기능요원, 공공의료 분야에서 복무하는 공중보건의사 등 사회적으로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병역특례 제도는 1971년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 씨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콩쿠르에서 우승한 후 병역 문제로 귀국하지 않았던 일을 계기로 1973년 만들어졌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한국 문화 자원을 빼앗기지 말자"라는 취지로 예술요원 병역특례 신설을 지시했고, 체육인을 위해서도 동기부여를 위한 병역면제를 포함한 특례를 만들었다.

당시에는 한국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국위선양'을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병역특례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이 약했다. 병역자원도 지금과 비교하면 부족함이 없었기 때문에 '공정성'을 거론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았다.

2002년 월드컵 때는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 중 군 복무를 마치지 않은 이들이 모두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하는 예외적인 일이 있었다. 이미 1990년대부터 월드컵 16강을 달성하면 병역 혜택을 줄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고, 2002년 월드컵 열리기 직전에 16강 진출 시 병역특례와 관련한 정부 회의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여야는 물론 국민들도 선수들에게 병역 혜택을 줘야 한다는 의견에 압도적으로 찬성했다.

2006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야구 4강 진출을 기념해서도 야구 선수들에게 특혜를 주는 법 개정이 이뤄졌다. 그러나 이후 특정 종목을 대상으로 한 병역 혜택은 사라졌다. 즉흥적으로 여론에 따라 특정 계층에게 혜택을 주는 게 공정하지 않다는 사회적 인식이 널리 퍼지기 시작했고, 프로 선수들로 구성된 우리 대표팀이 일부 국가와의 경기에서 아마추어와 상대해 이긴 게 국위선양이 맞느냐는 목소리도 나왔기 때문이다.

현재 체육요원은 아시안게임 1위, 올림픽은 3위까지 4주간 기초군사훈련을 받으면 사실상 병역 의무가 면제된다. 성적이 우수한 선수들이 군 입대로 '전성기'를 낭비하는 일을 막는 취지다. 다만 이 제도 역시 '엘리트 체육' 시대에서 '사회 체육' 시대로 변화하고 있는 한국 상황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개인 종목과 팀 종목, 세부 종목 유무에 따른 형평성 문제도 있다.

방탄소년단(BTS) 진이 입대했던 2022년 12월 13일 경기도 연천군 육군 5사단 신병교육대 앞. 진은 오는 6월 전역한다. 2022.12.13/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예술요원은 국제 음악경연대회, 국제 무용경연대회, 국내 예술경연대회 등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 편입할 수 있으며, 현재 인정하는 대회는 35개다. 과거에는 병역특례를 받을 수 있는 국제 음악경연대회만 120개가 넘었으나, 2011년 29개로 대폭 축소한 이후 지금도 계속해서 줄여나가는 중이다.

예술 분야에서 병역특례를 받는 사례는 연간 10여 명으로 많지 않으나, 일부 대회의 경우 '군 면제 오디션'이라고 불릴 정도로 한국인 참가자가 몰린다. 음악계 종사자의 경우 군악병 등으로 입대해 경력이 단절되지 않지만, 무용 분야는 특기병이 없는 데다 몸을 쓴다는 특성상 경쟁이 더욱 치열하다.

체육·예술요원 병역특례의 주된 근거인 국위선양은 BTS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한국을 알리는 역할을 수행한 정도로 따지면 당연히 BTS 등 대중예술인이 더 적합할 수 있고, 이들도 병역특례 적용 대상이 돼야 한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국회에서도 BTS 등에게 병역혜택을 주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BTS의 병역 이행 여부가 국민적 관심사가 되기도 했다. 2022년 맏형 진을 시작으로 BTS 멤버 전원이 병역 의무를 이행한다고 발표하자 "BTS도 군에 갔는데 다른 이들도 당연히 가야 한다"라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기식 병무청장은 언론 인터뷰 등 각종 공개석상에서 '병역혜택을 보상적 차원에서 제공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수차례 해 다수 국민들의 공감을 얻었다. 정부와 여론 모두 병역특례의 대폭 축소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에서 입상하는 경우 그 자체로 개인의 영광이 되고 포상금 등의 혜택도 있는데 병역특례까지 보상으로 주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의견이 많다"라며 "'병역 이행이 자랑스러운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누군가에겐 특례를 주는 건 모순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예술·체육을 통한 국위선양만 군 복무 혜택 대상이 된다는 점도 논란이 돼 왔다. 높은 수준의 IT 기술이나 경영 능력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고 외화를 버는 사람 등은 국위선양을 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또한 '뛰어난 성과'를 거둔 사람에게 병역특례를 준다면 병역 의무를 수행하는 대다수 국민들은 '능력이 없는 사람'이며 군 복무 기간은 '필요 없는 시간'이라는 논리가 성립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병역특례 제도 자체가 청년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병역특례와 관련한 해외 유명 사례는 이집트의 축구 선수 모하메드 살라를 꼽을 수 있다. 그는 강제징집이 될 뻔했으나 총리가 직접 나서 병역특례를 제공한 이후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하며 국민 영웅이 됐다. 다만 징병제 국가가 많지 않은 데다, 이들 나라 중에도 국방세를 내고 군에 가지 않는 경우가 많아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선 병역특례를 둘러싼 논란을 찾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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