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주 '오커스 필러 2' 참여 논의…인태지역·국방 협력 강화

외교·국방 2+2 장관회의 후 43개항 담은 공동성명 발표

조태열 외교부 장관(왼쪽 세번째)이 1일 호주 멜버른에서 제6차 한-호주 외교·국방(2+2) 장관회의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페니 웡 호주 외교장관, 리처드 말스 부총리 겸 국방장관, 조태열 장관, 신원식 국방부 장관. (외교부 제공) 2024.5.1/뉴스1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한국과 호주는 지난 1일(현지시각) 멜버른에서 외교·국방장관이 참여하는 '2+2 회의'를 열어 미국·영국·호주의 안보 동맹 '오커스'(AUKUS)에 한국이 참여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2일 정부에 따르면 양측은 공동성명에서 "역내외 안보와 안정을 지원하기 위한 오커스 파트너십의 기여를 인정했다"라며 "한국은 오커스 국가들이 오커스 필러 2 선진 역량 프로젝트 관련 추가 파트너국들과의 협력을 고려하고 있음을 환영했다"라고 밝혔다.

오커스는 핵추진 잠수함을 호주에 제공하는 필러 1과 양자컴퓨팅, 해저, 극초음속, 인공지능, 사이버 안보 등 8개 분야를 협력국과 공동 개발하는 필러 2로 협력 분야를 나누고 있다. 오커스는 이 가운데 필러 2에서 일본과 한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을 추가 파트너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혀왔다.

이와 관련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전날 회의가 끝난 뒤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한국의 국방과학기술 능력이 오커스 필러 2의 발전과 지역의 평화에 기여할 것"이라며 "오늘 회의에서 오커스 필러 2 협력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다"라고 밝혔다.

리처드 말스 호주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도 "오커스(필러 2)는 안보동맹이 아닌 기술 공유 협정"이라며 "한국은 매우 인상적인 기술을 갖고 있고, 가치를 공유하며 전략적으로 협력하는 국가로 우리는 이미 기술과 관련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호주가 합의한 공동성명은 오커스를 언급한 내용을 포함해 △인도·태평양 지역 협력 △국방·안보 협력 △글로벌 협력 △경제 협력 △인적교류 및 문화 등의 분류로 43개항에 걸쳐 양국이 그동안 각 분야에서 진행해 온 협력을 평가하고 향후 협력을 확대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정부간 협력 및 1.5 트랙 인도·태평양 대화를 통해 한·호·일 협력을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라며 "인·태지역 유사입장국들과 협력해 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재확인했다"라고 밝혔다.

특히 한국 측은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에 관심을 표명했고, 호주 측은 신흥기술, 보건, 기후변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이 보완적인 강점을 갖고 있음을 환영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왼쪽 두번째)이 1일 호주 멜버른에서 제6차 한-호주 외교·국방(2+2) 장관회의에 앞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페니 웡 호주 외교장관, 조 장관, 리처드 말스 부총리 겸 국방장관, 신원식 국방부 장관. (외교부 제공) 2024.5.1/뉴스1

양국은 남중국해 사태에 대해선 우려를 표하면서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따라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의 평화, 안보, 안정, 항행 및 상공 비행의 자유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역내 안보와 번영의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도 재확인했다.

공동성명에는 양국이 '핵무기 없는 세상을 위해 지속 노력하겠다'라는 의지를 확인하며 탄도미사일과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을 지속 개발하고 있는 북한을 규탄하는 내용도 담겼다. 양국 장관들은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촉구했다.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2024년 6월 서던 재커루 훈련에 한국이 최초로 참관하는 것을 환영했다"라는 내용도 담았다. 미국 해병대와 호주군, 일본 육상자위대의 지상전 연합훈련인 서던 재커루에 한국군이 참관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양국은 "향후 개최되는 훈련에 대한 한국의 참여를 확대하고 이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라며 "양자뿐 아니라 미국, 일본 등 국가들과의 다자 훈련 및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것임을 강조했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양국은 정보교류 및 첩보 공유를 정례화하기로 합의했고, 호주 측은 고위 장교 간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호주 대표단을 한국으로 파견하는 한편 한국 고위 군사대표단을 호주에 파견할 것을 요청했다.

공동성명에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에 관한 우려도 담겼다. 특히 양국 장관들은 북한의 러시아에 대한 군사 장비 및 군수물자 제공을 규탄하고, 북한이 이에 대한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무엇을 제공받을 지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양국은 또한 공동성명을 통해 에너지안보, 핵심광물 공급망, 기후변화 등 경제안보 관련 미래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한 양국 간 무역 및 투자 파트너십 강화에 있어 한-호주 자유무역협정(KAFTA)의 가치를 재확인하고 올해 KAFTA 발표 10주년을 환영했다.

양국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고, 변화하는 전략적 환경에 비추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라며 "양국 장관들은 양국 간 고위급 교류가 지속되고, 2026년 한국이 차기 2+2 회의를 주최하길 기대했다"라고 밝혔다.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