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방어 효용성' 논란 SM-3 도입 추진…"美 MD체계 편입 아냐"

고고도 탄도탄 요격 특화돼 남한보단 美 괌·본토 등 방어에 도움
"한미동맹은 도움 주고 받아야…SM-3 도입했을 때 받을 게 뭔가" 지적도

미국 해군의 SM-3 블록2A 미사일 발사 모습. (미 미사일방어청 홈페이지)2020.11.18/뉴스1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우리 해군이 정조대왕함급 등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KDX-Ⅲ 배치(유형)-Ⅱ) 에 탑재해 적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유도탄으로 SM-3의 도입을 본격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SM-3 도입은 남한 방어의 효용성과 미국 미사일 방어(MD) 체계 편입 등 논란을 안고 있어 파장도 예상된다.

방위사업청은 2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제161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SM-3를 미국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구매하는 내용의 사업추진기본전략(안) 등을 심의·의결했다. 2025~30년에 걸쳐 총 8039억여 원의 사업비가 투입될 예정이다.

미국 방산업체 레이시온이 만든 SM-3의 사거리는 700여㎞로, 고도 500여㎞에서 날아오는 적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사거리와 요격 고도는 현재 주한미군이 운용 중인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의 3배가 넘는 것이다.

레이시온과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이 공동 개발한 SM-3 블록2A의 사거리는 최대 2500㎞에 요격 고도는 1000㎞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SM-3의 요격 능력을 놓고 이 유도탄의 도입이 검토된 2013년부터 미 MD 체계 편입 논란이 이어져왔다. SM-3는 고고도 탄도미사일 요격에 강점이 있기 때문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또는 고장나거나 수명을 다한 위성을 요격할 때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결국 북한이 유사시 남한에 주로 쏠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은 SM-3로 요격 가능한 고도 아래로 비행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갖는 SM-3의 효용성은 적다는 지적이다.

SM-3는 남한보단 괌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미군 기지 또는 미국 본토를 겨냥하는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중거리 이상급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데 보다 효과적인 셈이다.

북한이 SRBM 등 고도가 낮은 탄도미사일이 아닌 중·장거리탄도미사일을 고각(高角)으로 발사해 남한 타격을 시도할 경우 이를 요격할 수 있는 체계가 현재 갖춰져 있지 않은데, SM-3를 도입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북한은 ICBM 등 중·장거리탄도미사일을 수차례 고각으로 시험발사한 바 있다. 이게 미 본토는 물론이고 남한을 타격하기 위한 연습일 수 있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중·장거리탄도미사일의 본질적 기능과 미사일의 비용, 고각 발사시의 타깃 적중률 등을 감안하면 이는 비현실적인 관측이라는 지적이 우세하긴 하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의 발사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방사청은 SM-3를 도입함으로써 북한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해 중간단계에서 실효적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해군은 북한 탄도미사일의 요격 범위가 넓어져 다층 방어의 범위가 획기적으로 확대된다는 등의 이유로 SM-3 도입을 추진해왔다. 정조대왕함급부턴 SM-3를 탑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SM-3의 1발당 가격이 200억 원 가량으로 알려진 점에 비춰보면 우리 군은 40여기의 SM-3를 도입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엔 미 해군 이지스구축함에 탑재돼 있던 SM-3가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SM-3가 실전에 사용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방사청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SM-3는 북한 탄도미사일의 핵이나 생화학 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 방지를 위한 탄도탄 요격체계"라며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상 (SM-3를 통한) 중간단계 요격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SM-3 도입이 곧 미 MD 체계 편입은) 전혀 아니다"라고 힘줘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무수단급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고각으로 발사돼 정점을 찍고 낙하하는 100㎞ 정도 고도의 중간단계에서 이를 요격할 우리 무기체계가 없는데 SM-3가 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핵이나 생화학 무기는 종말단계보단 속도가 떨어지는 중간단계 지점에서 요격하는게 타당하다"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여전히 우리 군의 SM-3 도입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남한에 핵 공격을 할 때 ICBM을 쓸 순 없다. 화성-12형 등 IRBM에 탑재해 쏜다면 SM-3가 쓸모 있겠지만, 추후 투발수단을 KN-23 등으로 바꿀텐데 그러면 SM-3는 우리한테 별로 쓸모가 없어진다"라고 지적했다.

양 위원은 "우리나라 때문에 미국도 핵을 맞을 수 있다. 그걸 (SM-3 도입을 통해) 어느 정도 한반도에서 지켜줘야 하는 건 맞다"라면서 "(그러나 한미동맹은) 서로 주고 받아야 하는 거래다. 우리가 SM-3를 도입했을 때 받을 게 무엇인지 나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SM-3의 어떤 유형을 들여올진 올해 5~11월 사업타당성조사를 통해 정해질 예정인 가운데 만약 블록2A로 결정된다면, 국민 정서상 한국군이 일본이 개발에 참여한 무기를 처음으로 들여온다는 비판에도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SM-3 도입을 추진하기 위한 올해 말 국회 예산 편성 과정에서 제동이 걸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SM-3가 사업타당성조사를 통과하면 구매계획안은 내년 1월 방추위에 상정·심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방사청 관계자는 "현재 계획한 건 (일본이 개발에 참여하지 않은) SM-3 블록1A이며, 추가 자료를 받아 블록1A로 갈지, 블록2로 갈지 봐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사업타당성조사를 통해 SM-3의 도입 적절성이 다시 검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