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특각 인근서 초대형방사포 발사…밀덕이 '좌표' 땄다
최근 특각 인근 시험발사 많아져 "가까이에 핵무기 두려는 것"
- 박응진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지난 22일 북한의 600㎜ 구경 초대형방사포(KN-25)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특각(별장) 인근에서 발사된 것으로 보인다. 한 '밀덕'(밀리터리 덕후, 전쟁·군사물 마니아) 네티즌 A 씨(닉네임 시시딱딱이)는 북한 신문 및 위성 사진을 대조해 그 좌표를 제시했다.
A 씨는 지난 23일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 갤러리(군사 갤러리)에 당일 오전에 나온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의 사진과 2019년 촬영된 구글 어스의 위성 사진을 비교한 글을 '김정은 초대형방사포 도발 좌표 땄다'란 제목으로 올렸다.
노동신문은 초대형방사포 발사 소식을 전하면서도 이번엔 그 장소를 밝히지 않았고, 우리 합동참모본부는 '평양 일대'라고만 발표했다.
그러나 A 씨는 삼각형 모양의 도로와 농경지 등 지형지물을 바탕으로 초대형방사포의 발사 장소를 '봉화 2호 별장'이라고 특정했다. 이곳은 평양시 용성21지구 봉화리에 위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이곳이 2007년 탈북자들의 증언과 위성 사진을 통해 공개됐다면서, "최첨단 의료 시설을 갖추고 있는 초호화 별장"이라고 소개했다.
A 씨가 언급한 봉화 2호 별장은 평양 인근 특각인 '진달래초대소'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각은 북한 최고지도가와 그 일가만이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별장을 뜻한다. 특히, 김 총비서가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진달래초대소엔 18홀 골프장과 핵 대피소 등이 딸려있다고 한다.
A 씨는 위성 사진을 바탕으로 거리를 재 김 총비서가 초대형방사포와 약 500m 떨어진 곳에서 발사 모습을 참관한 걸로 보인다는 분석도 내놨다.
A 씨의 주장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이곳에서 집중적으로 핵투발 수단을 시험발사했다. 북한이 지난해 쏘아 올린 화성-17형과 18형 등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이달 2일 쏜 신형 중장거리 극초음속미사일 '화성호 -16나'형 등이 모두 이곳에서 발사됐다는 게 A 씨의 설명이다. 지난달 18일 초대형방사포도 같은 곳에서 발사된 걸로 추정된다.
A 씨는 "김정은이 도저히 군부를 믿을 수 없으니 자신 지근거리에만 핵무기를 두고 있다는 말에 신빙성이 더해진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북한이 지난해 7월 12일 ICBM 화성-18형 시험발사 모습이 담긴 사진 등을 분석한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의 보고서에도 '대동강 김정은 별장(진달래초대소) 앞'이 발사 장소로 특정된 바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핵무기의 민감성과 중요성을 감안할 때 김 총비서가 자신의 동선과 먼 곳에서 핵무기가 사용되는 걸 허용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북한의 경우 핵무기 발사를 위한 안전한 지휘통제 및 통신장비를 갖추는 데 아직 한계가 있기 때문에 김 총비서가 자신과 물리적으로 가까운 곳에서 핵투발 수단 시험발사와 훈련을 한다는 것이다.
양 위원은 북한이 핵투발 수단을 "이전까진 (평양) 순안공항 인근에서 많이 쐈는데, 작년 초부터 김정은 별장(진달래초대소) 앞으로 바뀌었다"라고 전했다. 그는 특히 "ICBM 등 주요 무기를 계속 해당 장소에서 쏘고 있다"라면서 "김정은이 핵무기는 자신의 근처에 두려고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 군 당국자들로 추정되는 러시아 대표단이 최근 북한을 방문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김 총비서가 초대형방사포 수출을 위한 홍보·대접 차원에서 러시아 대표단과 함께 진달래초대소에서 발사를 참관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군 관계자는 A 씨 분석의 신빙성과 러시아 대표단의 행적 등에 관해 "모든 사항을 공개하거나 확인해 드리지 못함을 양해바란다"라고 답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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