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러시아 살았는데…'30년 입국 금지' 황당 조치(종합)

외교부 "관련 사실 인지 중…한러관계와는 무관"

러시아 국.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최근 우리 국민 A씨(여성)가 러시아 당국으로부터 구체적인 설명 없이 '30년 입국 금지'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뉴스1의 취재를 종합하면 A씨는 지난해 러시아 이민국에 영주권을 신청했지만 최종 '불허'되자, 그해 러시아 체류 비자를 다시 발급받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후 A씨는 남편이 가족을 초청하는 형태로 비자를 새로 발급받았다. 하지만 러시아 공항에 도착해 자신이 '입국 거부' 상태란 걸 알게 됐다.

입국 금지 사유는 개별적으로 통보된다. 그러나 러시아 이민국이 A씨에게 전달한 '입국 금지 서류'엔 구체적인 사유 없이 2054년까지 입국이 불가하다는 내용만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주러시아 대한민국 대사관은 러시아에 입국하지 못하는 A씨에게 공항에서 필요한 영사조력을 제공했다고 한다.

하지만 외국인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는 러시아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대응엔 한계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외교부는 "관련 사실을 인지 중"이라면서도 구체적인 내용 확인에 대해선 개인 신상 등을 이유로 말을 아꼈다.

현재 국내에 체류 중인 A씨는 지난 2003년부터 주재원으로 파견된 남편을 따라 러시아에서 거주해 왔다. 체류 비자 또는 3~5년 단위로 임시 영주권을 발급받으면서다.

남편이 다닌 회사가 러시아에서 철수한 뒤, 부부는 러시아에서 한국 의료기기를 판매하는 사업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일각에선 이번 러시아 측의 조치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비우호국' 지정 등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러관계의 영향에 따른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하지만 외교부는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한러관계와 크게 연관돼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같은 입장을 내놓으며 "현재 러시아에 있는 우리 교민 안전뿐만 아니라 어떤 영향이 있는지에 대해 교민 사회와 소통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외교부가 '한러관계와 무관하다'라고 판단하는 배경엔 러시아 당국이 외국인의 영주권 신청에 별다른 제약을 가하지 않고 있는 최근 추세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자국민 상당수가 병역기피 목적으로 해외로 이주하는 등 인구공백 심화 현상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외국인들에 대한 영주권 허가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보다는 훨씬 수월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그간 러시아는 한국민을 상대로만 여러 가지 불이익을 주는 정책을 따로 취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