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포 선박, '식별장치' 끄고 운항 '꼼수'…北 무연탄 선적 가능성
北 무연탄 러 운송 정황…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정부 당국이 최근 나포한 대북제재 위반 의심 선박에 북한산 무연탄이 실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관계 당국이 지난달 30일 전남 여수 인근 해상에서 나포한 3000톤급 무국적 화물선(벌크선) 'DE YI'(더 이)호는 북한에서 무연탄을 싣고 러시아로 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2017년 8월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제2371호에 따라 유엔 회원국들이 북한산 석탄을 수입하는 것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해당 선박은 중국에서 출발해 북한을 거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하던 중이었다. 한반도를 둘러서 가는 루트를 활용했던 것인데 이 과정에서 선박은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껐다가 다시 켜는 '꼼수'를 쓴 것으로 보인다.
AIS는 선박의 위치와 경로, 속도를 발신하고 다른 선박이 보내는 같은 정보를 수신해 보여준다. 이는 충돌 예방 등 선박의 안전을 위한 것으로 국제해사기구(IMO)는 국제 수역을 운항하는 선박들이 AIS를 늘 켜고 운항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그간 대북제재 결의 위반에 연루된 대부분의 선박들은 AIS를 끈 채, 해상에서 '선박 대 선박' 환적 방법으로 유류 등을 교환하며 제재를 회피해 왔다. DE YI호도 AIS를 끈 채 북한에 머물며 제재 위반 물품을 선적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미국으로부터 해당 선박이 제재 위반 행위 연루가 의심된다는 정보를 받은 관계 당국은 DE YI호가 우리 영해에 돌입했을 때 정선을 명령했으나 불응하자 나포 뒤 부산 남항 묘박지로 이동시켰다. 이는 지난 2017년 채택된 안보리 결의 2397호에 유엔 회원국은 대북제재 금지 행위에 연루가 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자국 영해상에서 나포·검색·억류할 수 있다고 규정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국제법상 무국적 선박의 화물창을 강제로 열 수 없어 당국의 조사에 제약이 있었다.
한편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선박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에 기록된 DE YI호의 지난 1년 치 운항기록에도 의심스러운 정황이 담겨 있다.
이 선박은 지난해엔 전혀 운항하지 않다가 지난 1월 7일 중국 웨이하이항 인근 바다에 나타났다.
웨이하이항 부두에 접안한 선박은 같은 달 25일 뱃머리를 한반도 쪽으로 돌려 29일 오전 1시쯤 부산항에 입항했다. 이후 이 선박은 당초 우리 항만당국에 신고한 것과 다르게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하지 않고, 대한해협까지 남하한 뒤 1월 30일 신호 발신을 중단하며 지도에서 사라졌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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