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의장국 라오스 찾은 北국제부장…ARF엔 최선희 참석하나

1월 방러로 대면외교 재개…ARF 참석 시 '핵개발' 정당화할 듯
조태열 외교장관과의 남북 외교수장 '조우' 가능성도 배제 못해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지난 1월16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김성남 북한 노동당 국제부장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올해 의장국인 라오스를 방문함에 따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참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 부장은 최근 중국, 베트남에 이어 지난 29일 라오스를 찾아 통룬 시술릿 라오스 주석을 예방하고 통사반 폼비한 라오스 인민혁명당 대외관계위원장과 면담했다.

김 부장의 이번 순방 일정은 북한이 그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소원했던 아세안 국가들과의 관계 회복을 모색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김 부장이 이번 순방 일정 중 '방점'을 찍은 라오스에선 오는 7월21일에서 27일 사이에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가 개최된다.

아세안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구체적인 날짜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를 계기로 ARF 외교장관회의도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 소식통은 "올해 ARF에 북한 당국자의 참석을 주목하고 있다"라며 "김 부장이 라오스를 방문했고, 이에 따라 최 외무상의 ARF 참석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최 외무상은 지난 1월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예방하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면담하는 등 '대면외교'를 이미 재개했다.

ARF는 북한이 참여하고 있는 유일한 다자안보 협의체다. 코로나19의 전 세계 유행 전인 2016~18년 ARF 땐 리용호 당시 외무상이 직접 참가한 바 있다. 그러나 2019년 태국에서 열린 ARF 회의엔 주태국대사를 보냈고, 2020~23년 회의엔 안광일 주인도네시아 대사 겸 주아세안 대표부 대사를 참석시켰다.

이 가운데 2020~21년 회의는 코로나19 유행 상황으로 화상으로 진행됐다.

지난 2022년 당시 박진 외교부 장관은 아세안 외교장관회의 의장국 주재 환영 만찬에서 안 대사와 조우해 최 외무상에 대한 안부 인사를 전해줄 것을 요청하며 "남북한 간의 대화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지난 2022년 8월 박진 당시 외교부 장관과 안광일 북한 주인도네시아 대사 겸 주아세안 대표부 대사. (외교부 제공) 2022.8.5/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이에 안 대사는 "대화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라며 냉랭한 반응을 보였고, 이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선 박 장관과 대화를 나눈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 장관은 지난해에도 안 대사를 만났는데 " 외무상이 이번에 참석하지 못해 아쉽게 생각한다. 안부를 전해달라"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고 비핵화 대화를 시작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안 대사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ARF 외교장관회의에 최 외무상이 참석할 경우 조태열 외교부장관과의 만남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여건에 따라 남북 외교수장이 풀어사이드(약식회담) 방식으로 잠깐 대화를 나누거나, 정식 회담을 가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북한은 올해 들어 남북을 '적대적 교전국 관계'로 규정하고 잇단 미사일 발사 등으로 한반도 정세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는 상황.

특히 불법 무기거래 등 러시아와의 밀착을 공고히하고 있다는 점에서 남북 외교수장 간 조우는 이뤄질 수 있지만 정식 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아울러 북한은 ARF를 계기로 자신들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억지 주장을 펼 것으로 전망된다.

안 대사는 지난해 ARF 때 "한미연합훈련이 북한으로 하여금 자위적·방어적 조치를 하게 했다"라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가 '자위권 차원'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