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연쇄 인사이동'…육사 40기와 이종섭의 '나비효과'

이종섭 논란 속 주요직 오르내린 구홍모·김황록·배달형 등 '동기' 거취에 눈길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공동취재) 2024.3.28/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지난 29일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달 4일 호주대사로 임명된 지 25일 만이다. 국방부 장관 재직 때 고(故) 채모 상병 사망사고의 초동조사를 맡은 해병대수사단에 외압을 행사했단 의혹이 발목을 잡았다.

이 전 대사는 3월 한 달간 4·10 총선과 맞물려 이슈 블랙홀로 떠올랐다. 이 전 대사를 둘러싼 논란이 너무 뜨거웠던 탓인지, 그의 육군사관학교 40기 동기들도 이 전 대사 사건으로 인한 '나비효과'를 겪고 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나온다.

구홍모 전 육군 참모차장(이하 전역 당시 중장)은 이 전 대사(중장)가 국방부 장관이던 지난해 1월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장으로 임용됐다. 두 사람은 같은 육사 40기이고, 대구 달성고 동창 사이다.

구 전 차장은 지난달 29일 국민의힘에 인재로 영입됐다. 국방 전문가인 그는 자연스럽게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의 비례대표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이달 18일 발표된 비례대표 후보 35명 명단엔 들지 못했다.

구홍모 전 육군 참모차장(왼쪽)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2024.2.29/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이를 두고 호주대사로 부임 후 정치권의 공방 대상이 된 이 전 대사와 구 전 차장의 '인연'이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방담'과 같은 해석이 군 안팎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구 전 차장이 떠나 공석이 된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장의 최종 후보 3인엔 공교롭게도 그의 육사 동기인 김황록 전 국방정보본부장(중장)이 포함됐으며, 면접 등 절차를 앞두고 있다.

김 전 본부장은 한국국방연구원(KIDA) 원장의 최종 후보 3인에도 든 상태다.

김 전 본부장은 지난 2021년엔 당시 윤석열 대통령 후보의 대선캠프에서 외교·안보 정책을 자문했다. 이 때문에 그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국방부 장관, 국가정보원장으로도 거론됐다.

김황록 전 국방정보본부장. 2017.2.2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만약 김 전 본부장이 KIDA가 아닌 다른 곳의 기관장을 맡게 된다면, KIDA 최종 후보 3인에 함께 있는 배달형 전 KIDA 부원장(대령)이 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KIMA) 핵안보연구실장을 제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배 전 부원장 또한 육사 40기다. 그는 장성까지 진급하진 못했지만,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장을 역임한 구 전 차장과 마찬가지로 이 전 대사가 국방부 장관일 때 KIDA 부원장으로 임명된 경우다.

결국 이종섭 국방부 장관 시절 국방분야 요직에 발탁됐던 육사 40기 동기들이 이젠 그를 둘러싼 논란의 나비효과로 인해 연쇄적인 인사이동을 겪고 있는 셈이다.

KIDA 원장은 이사회를 거처 국방부 장관이 임명한다. KIDA 이사회는 다음 달 중순에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달 2일 면접이 진행되는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장의 최종 결과는 다음 달 12일 발표된다.

모두 총선이 끝난 뒤다. 다음 달 7일 각각 임기가 종료되는 ADD 소장, 국방기술품질원 원장의 후임도 총선 뒤에 각각 발표되고 공모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이 전 대사 논란의 나비효과가 어떻게 결론 날지 주목된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