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한' 천안함에 오른 영웅들…"이제 피격당하지 않을 것"

해군, 14주기 천안함 46용사 추모식서 부활한 '천안함' 내부 공개
유족회장 "새 국회에선 천안함 괴담 방지 특별법 마련해야"

제14주기 천안함 46용사 추모식이 열린 26일 오전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유가족과 내빈들이 천안함 함수를 둘러보고 있다. (공동취재) 2024.3.26/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평택=뉴스1) 허고운 기자 = "많이 좋아졌어. 이 배라면 서해 나가서 두 번 다시 피격당하지 않을 것 같아. 다행이야."

천안함 피격사건 14주기를 맞은 26일, 천안함 사건 당시 생존장병들과 전사자의 유가족 등은 신형 호위함으로 다시 태어난 천안함(FFG-Ⅱ, 2800톤급)에 오르며 이렇게 말했다.

이들은 이날 해군 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제14주기 천안함 46용사 추모식을 위해 경기 평택 소재 2함대사령부를 찾아 천안함 46용사의 발자취를 돌아봤다.

한 유가족은 갑판 위에서 현역 해군 장병을 끌어안으며 "고생이 많아"라고 격려했다. 해군 장병이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답하자, 유가족은 "그래. 너희들은 모두 나의 아들이고 손자야"라며 웃음을 지었다.

또 다른 유가족은 "벌써 14년이 지났지만 단 하루도 천안함 사건과 내 아들을 잊은 날이 없다"라며 "이름을 이어간 천안함 장병은 물론이고 국군 모두가 다시는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제14주기 천안함 46용사 추모식이 열린 26일 오전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유가족들이 천안함 함교를 둘러보고 있다. 2024.3.26/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천안함 사건 생존용사인 전준영 326호국보훈연구소 사무총장은 "천안함에서 갑판병으로 근무했는데 '우리 전역 언제 하지'라고 말하며 놀던 기억이 난다"라며 동료들을 회상했다. 사건 당시 병장이었던 전준영 씨는 입대 동기 5명 중 혼자 살아남았다.

천안함 참전용사와 유가족 등은 천안함의 갑판과 사관실, 전투지휘실 등 내부를 둘러보며 "요즘 배는 많이 좋아졌구나"라며 천안함 46용사들에게 다시 한번 경의를 표했다. 이들은 기념촬영을 하며 슬픔을 달래기도 했다.

박연수 천안함장도 이날 함상에서 방문객들을 맞이했다. 박 함장은 천안함 사건 당시 작전관을 지냈으며, 지난 1월 2대 함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취임 전 "내가 현역으로서 전우들을 위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건 천안함을 타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박 함장은 "14년 전 오늘이 눈앞에 생생하고, 그날 이후로 전우들을 하루도 잊은 적이 없다"라며 "천안함 전우 모두와 함께 전장으로 나아간다는 마음가짐으로 서해 북방한계선을 완벽하게 사수하겠다. 적이 도발하면 즉각, 강력하게, 끝까지 응징해 그곳을 적들의 무덤으로 만들겠다"라고 강조했다.

호위함 천안함은 '천안'을 함명으로 사용한 해군의 세 번째 함정이다. 천안함은 초계함(PCC, 1000톤급)보다 크기와 무장, 방어능력을 대폭 증가했다.

천안함은 길이 122m, 폭 14m, 높이 35m 크기에 최고속력은 30노트(시속 55㎞)이며, 해상작전헬기 1대를 탑재할 수 있다. 주요 무장으론 5인치 함포와 함대함유도탄, 한국형 수직발사체계(KVLS)로 발사하는 함대지유도탄·장거리 대잠어뢰(홍상어)·유도탄방어유도탄 등이 탑재돼 있다.

제14주기 천안함 46용사 추모식이 열린 26일 오전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유가족들이 천안함에 승선하고 있다. 2024.3.26/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또한 천안함은 선체고정음탐기(HMS)를 비롯해 옛 천안함엔 없었던 예인선배열음탐기(TASS)를 탑재해 원거리에서도 잠수함을 탐지할 수 있으며, 추진전동기와 가스터빈 엔진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추진체계가 적용돼 대잠 성능이 향상됐다.

이날 함정 방문 행사에 앞서 2함대사령부에선 제14주기 천안함 46용사 추모식이 열렸다. 행사에는 천안함 46용사 유가족, 천안함 피격사건 참전장병, 2함대 장병 및 군무원, 국가보훈부 등 정부 관계자, 지방자치단체 및 유관기관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양용모 해군참모총장은 조전을 통해 천안함 46용사의 헌신과 희생에 경의를 표하고, 가족과 전우를 잃은 슬픔 속에서도 군과 국민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유가족과 참전장병들에게 위로와 존경의 말을 전했다.

행사가 끝난 뒤 유가족들은 천안함 46용사 추모비를 손으로 닦으며 가족들을 향한 그리움을 표했다. 한 유가족은 "잘 있니. 늘 보고 싶다. 언젠가 꼭 다시 만나자꾸나"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26일 오전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제14주기 천안함 46용사 추모식'에서 유가족들이 천안함 46용사 부조물을 어루만지고 있다. 2024.3.26/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유가족들은 이날 차기 국회에서 천안함 46용사를 비방하면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내용의 '천안함 괴담 방지 특별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21대 국회에도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으나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고(故) 이상희 하사의 아버지 이성호 천안함 유족회장은 "북한에 의한 천안함 피격 사건이 정치권 정쟁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도와주기 바란다"라며 "북한에 의한 천안함 폭침을 부정하는 정치인들을 강력히 규탄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천안함 관련 발언으로 논란의 대상이 된 더불어민주당의 조한기·박선원·노종면·권칠승·장경태 국회의원 후보를 "북한에 의한 천안함 폭침을 부정하는 망언자"라고 비판하며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에 천안함 유가족과 국민 앞에 진심 어린 사과를 하기 바란다"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추모식장엔 해군 관계자 외에 윤석열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김진표 국회의장, 한덕수 국무총리,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신원식 국방부 장관,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 등이 보낸 조화가 놓여있었다.

천안함 피격사건은 2010년 3월 26일 오후 9시 22분쯤 서해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경계작전 임무를 수행하던 2함대 소속의 초계함 천안함이 북한의 기습에 의해 침몰한 사건이다. 당시 승조원 104명 중 46명이 전사하고 58명이 구조됐다.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