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의 희망, 여성 기업인들 [선남국의 튀니지 통신]
의료·스타트업 분야서 여성 기업인들 활동 두드러져
'튀니지 미래' 두고 양국 간 여성 교류 이뤄지길 기대
(튀니스=뉴스1) 선남국 주튀니지대사 = 튀니지는 중동아프리카의 이슬람 국가 중 여성의 힘이 강한 나라다. 1956년 3월 프랑스 식민지에서 왕정으로 독립한 튀니지는 그해 7월 공화정으로 새롭게 출범한 후 8월엔 일부다처제 금지 등 여성의 권리를 선언한 '개인신분법'을 제정했다. 법률적으로 남성과 여성의 평등을 위한 노력이 얼마나 빨리 이뤄졌는지 실감할 수 있다.
튀니지에서의 여성의 권리는 오랜 역사의 산물인 것 같다.
튀니지는 로마와 겨뤘던 카르타고의 후예 국가다. 기원전 9세기 카르타고를 세운 사람이 엘리사(또는 '디도'라고도 함) 여왕이었고 중요한 역사의 시기마다 여성들이 맹활약했다. 기원전 3세기 카르타고가 로마에 멸망하기 전 끝까지 항쟁한 사람들도 여성들이었다.
7세기 아랍민족이 북아프리카로 침입해 왔을 때 끝까지 저항한 인물도 알 카히나 여왕이었다. 그녀는 현재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등재된 '엘젬 원형경기장'을 당시에 요새로 삼아 장렬한 전투를 벌였다. 패배했지만 끝까지 항복하지 않고 북부 튀니지와 알제리 등을 옮겨 다니며 전투를 벌이다 최후를 맞았다.
7세기 아랍이슬람에 정복당한 후에도 튀니지 여성들은 그들에 가해진 제약과 속박을 벗어나고자 노력했다. 이슬람 종파 중 하나인 수피즘의 성인 반열에 든 여성, 사이다 마누비야는 13세기에 남성위주의 사회적 관습을 타파하고자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여성의 자유와 교육을 주창했다.
이슬람 문화 속에서도 튀니지에선 카이루안 등 중부 지역을 중심으로 일부일처제를 지키고 부인의 재산권을 인정한다는 내용의 결혼계약서 작성 관행이 이어져왔다.
한 논문(Monogamy in Islam : The case of a Tunisian Marriage Contract)에 따르면, 8세기 이슬람 아바스 왕조를 실질적으로 수립한 알 만수르가 우마이야 왕조에 쫓겨 카이루안으로 도피해 머물면서 그 지역 아랍 귀족의 딸 아르와와 결혼할 때 다른 여인을 맞지 않겠다는 결혼계약을 맺었다. 그는 그후 칼리프(왕)가 되어서도 아르와가 동의해 주지 않아서 10년간 다른 여인을 맞지 못하다가 아르와가 죽은 후에야 여러 명의 처첩을 뒀다고 한다.
튀니지는 여성 기업인들의 활약이 큰 나라이기도 하다.
지난 2021년 7월 발간된 '튀니지의 100대 여성기업인' 자료에 따르면 이들 여성기업인 중 46%가 대주주이고, 34%가 기업설립자이며, 20%가 공동 설립자 신분이었다. 주요 종사 분야는 의료·보건제약(27%), 관광(11%), 유통(10%), 금융 및 하이테크(9%), 농식품(7%), 이미용(7%), 플라스틱(6%), 자동차(6%) 순이었다.
우리나라의 한국여성경영인협회와 유사한 단체로 튀니지여성기업인협회(CNFCE)가 있다. 이 협회는 우리 한국경제인연합회에 해당하는 튀니지 상공수공업연맹(UTICA)의 하위 조직으로 1990년에 설립됐다. UTICA은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튀니지의 헌법을 만든 4자 협의회의 일원으로 2015년 노벨평화상을 공동으로 받았는데 2011년부터 2018년간 해당 연맹을 이끈 부샤마우이 회장도 여성 기업인이다.
튀니지의 인기 월간지인 '르 마나저'는 2015년부터 튀니지의 유망 여성기업인을 선정해 격려하는 튀니지 여성기업인 시상식을 매년 개최하고 있다. 수공예, 서비스, 관광, 농업, 산업, 하이테크, 마이크로 파이낸스, 녹색사회지속성장 등 총 8개 분야의 여성기업인을 선정하고, 이들 중에서 올해의 여성기업인 1명을 대상 수상자로 선정한다.
올해 대상 수상자는 낙후한 남부 사막지역에서 대추야자 씨의 기름을 추출해 화장품과 건강보조식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회사의 대표가 선정됐다. 그동안 대추야자 씨는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었는데, 씨앗 속에 있는 다량의 비타민과 미네랄에 착안해 환경과 지역경제도 살리게 된 것이다.
지난 2022년 대상 수상자는 꽃게가 많이 나는 지역에서 버려지는 꽃게 껍데기에서 키토산을 추출해 비료와 세제, 가축사료, 화장품 등을 만드는 회사 대표다. 튀니지 꽃게는 몇 달 전 국내 뉴스에서 관심을 모았던 이탈리아 꽃게처럼 외래종으로 큰 사회문제가 된 바 있으나, 한국 등에 수출되면서 이제는 효자 취급을 받고 있다.
위 두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튀니지 여성기업인들은 지역사회에 기반을 두고 전문성을 기반으로 지역사회 문제 해결과 부가가치 창출을 동시에 모색하는 스타트업을 만들어 튀니지 미래에 희망을 주고 있다.
주튀니지대한민국대사관은 오는 6월에 튀니스에서 의료기기와 이용·미용 분야를 중심으로 '한국-튀니지-아프리카 비즈니스 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 그리고 10월엔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원 아래 '한국-튀니지-아프리카 스타트업 네트워킹 행사'도 추진한다.
마침 의료보건분야와 스타트업분야는 튀니지 여성기업인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분야이니만큼, 일련의 행사를 통해 한-튀 양국 여성기업인 간 교류도 이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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