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위당국자, '삼성 美반도체 보조금 60억 달러' 보도에 "기대에 부응"

대만 반도체기업 TSMC와 삼성의 대미 투자액과 비교하며 언급
美주도 대중국 반도체장비 수출통제 체제 참여 여부 등엔 말 아껴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반도체 공장 공사 현장.(삼성전자 제공)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정부 고위당국자는 15일(현지시간) 삼성전자가 미국의 반도체과학법에 따라 60억 달러(약 7조9900억원) 이상의 보조금을 받을 것으로 알려진 것과 관련해 "(대만의 반도체기업인) TSMC의 (미국) 투자액이 (삼성전자보다) 더 많다는 면에서 상당히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고위 당국자는 이날 워싱턴DC에서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보도 내용상 60억 달러가 적다, 많다를 판단하기엔 한계가 있지만 TSMC보단 (보조금이) 많다는 점이 우리로선 비교할 수 있는 점"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보조금이 다른 기업에 비해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고 볼 근거가 있느냐'는 질문에 "기업들이 제출한 보조금 신청서상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분야별, 항목별 기준이 있었을 것이고, 그 기준에 따른 충족여부를 미국이 판단해서 금액을 정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기준은 투자 총액도 고려가 됐지만, 그것 외에도 여러가지 기준이 있었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한국 기업들이 그런 기준대로 제대로 평가받고 다른 나라 기업에 비해 그 기준상 불이익이 없도록 해야 된다는 것을 강조를 많이 해 왔다"고 밝혔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전날 170억 달러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한 삼성전자가 미국 정부로부터 60억 달러 이상의 보조금을 받을 예정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추가 투자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TSMC는 미국에 400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며, 미국 정부로부터 50억 달러 이상을 보조금으로 받을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 당국자는 "기본적으로 이것은 우리 기업과 미국 상무부간 대외비를 전제로 협상을 해온 내용이기 때문에 정부가 여기에 대해 코멘트를 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추가 언급을 자제했다.

이 고위당국자는 또한 미국이 주도하는 대(對)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참여와 관련한 한미간 협의 여부에 대해 "한국과 미국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가 바세나르 체제 등에서 정기적으로 혹은 계기가 있을 때마다 미팅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바세나르 체제는 재래식 무기와 전략물자, 기술수출을 통제하기 위해 1996년 출범한 다자간 국제 수출 통제 체제다.

그는 "큰 틀에서 보면 국제 (다자) 체제 내에서 협의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이 지금까지 이뤄진 것의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체제 참여를 검토하고 있느냐'는 물음에 "전 세계적으로 7대 (다자) 수출 통제 체제가 있는데, 거기에 우리가 참여하고 있다"면서 "꾸준히 해 오던 관례대로 협의를 한다고 보시면 되고, 그와 관련해서 정부가 방향성 등을 확인해 드리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한국이 미국의 요구에 따라 별도로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기준을 만들어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도 "현재로선 그런 프로그램이나 관련된 사항들을 말씀드리긴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미국과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문제에 대한 협의 유무 자체를 'NCND(확인도 부인도 안 함) 한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면서 "다자 체제, 국제적인 그런 체제 내에선 많은 이슈들이 논의되고 있다"고 답했다.

이 당국자는 지난 2월 산업통상자원부와 미 상무부간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와 관련한 협의를 진행한 게 아니냐는 후속 질문에도 "산업부가 미 상무부가 관련 협의를 하고 있지만, 그것에 대해 내용을 공개하긴 어렵다"며 "(질문한) 내용이다 아니다도 확인해 드릴 수 없다"고만 했다.

그는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에 한국 정부가 참여할 경우 한국 기업의 중국 내 반도체 사업이 영향을 받을 수 있지 않느냐는 물음엔 "별개의 사안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 고위당국자는 미측에서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와 관련해 한국이 우회로가 되고 있다는 우려가 실제로 있었느냐는 질문에 "이번에는 없었다"며 "(그러나) 바세나르 체제 등 다자 회의가 국제적으로 열리면 미국이 공개적으로 늘 하는 얘기"라고 말했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5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에서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은 워싱턴특파원단 제공. 2024.3.15.

한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개최 등을 위해 방미 중인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워싱턴DC의 한 식당에서 개최한 간담회에서 방미 성과와 관련해 미측 인사들과 만나 "한국의 대미 투자 기업들에 대해 반도체법,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에 따른 보조금 및 세제 지원을 충분하고 차별없이 신속히 지원할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이어 "한국 기업들의 투자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현지 생산 설비 완공을 위해 필요한 전문인력에 대한 원활한 비자발급을 요청했으며, 기업들이 애로를 호소하는 IRA의 해외우려기관(FEOC) 세부 규정에 대해서도 한국 업계 의견 반영이 필요함을 재차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미측은 한국 대미 투자기업들이 미국 경제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었다"면서 "우리측 요청 사항에 대해 대체로 공감한다는 반응을 보였고, 조속히 기업 애로 해소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정 본부장은 또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3년 만에 한미 FTA 공동위원회를 개최해 그간의 성과를 점검하고 주요 FTA 이행 관련 현안을 원만히 관리해 나가기로 합의했다며 "특히 공동위를 계기로 역내 원료 공급이 부족한 섬유 품목(구리암모늄 레이온사)에 대한 원산지 규정 개정도 완료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과거와 달리 (한국) 기업들이 정부 못지 않은 아웃리치 역량을 갖고 있어 전반적으로 국가적 역량이 강화된 점은 고무적"이라며 "각 정부부처, 기업, 유관기관의 개별 아웃리치 활동을 전체적으로 조율하고 역량을 결집시킨다면 보다 큰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금년은 미국 대선 등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우리나라 민관의 아웃리치 역량을 총결집할 때 우리의 관심과 이해가 미국 행정부 및 의회 등의 정책 형성과 집행 과정에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gayunlov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