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쿠바 외교수립 '막전막후'…4개 정부·20년 걸친 '장기 외교전' 성과

[한-쿠바 수교] 2000년대 초부터 본격 시동…MB·박근혜 정부 때도 수교 노력 지속
지난해 5월 비공개 접촉 후 수교 논의 본격화 후 9개월 만에 결실

자료사진.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한국과 쿠바가 외교관계 수립은 2000년대 초부터 본격 추진 돼온 정부의 외교적 노력의 결실이다. 성과의 크기만큼 한국과 쿠바는 수교를 위한 장기간의 물밑 대화를 진행해 왔다.

한국과 쿠바는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양국 주유엔 대표부가 외교 공한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성과는 단기간에 추진된 결과물이 아닌 '장기 외교전'의 성과물이라고 분석한다.

양국은 1959년 쿠바가 사회주의혁명을 성공한 이후 교류를 끊었다. 북한을 '형제국'으로 대하는 공산주의 국가 쿠바와 국제무대에서의 접촉도 삼갔다.

그러다 본격적으로 수교 구상에 드라이브를 건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 수교 제안을 했고, 이어 2008년 이명박 정부도 영사관계 수립을 제안한 바 있다.

지난 2016년 쿠바를 방문 중인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이 아바나시 컨벤션 궁에서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장관과 회담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박근혜 정부 때인 지난 2016년에는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이 한국 외교부 수장으로선 처음으로 쿠바를 방문해 양국간 외교장관회의를 갖기도 했다.

하지만 수교 제의에 대한 '동력'이 본격적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북한을 의식한 쿠바의 '미온적' 태도 때문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집권 후 쿠바와의 관계 다지기에 많은 공을 들이기도 했다.

그랬던 한-쿠바 관계는 윤석열 정부 들어 급진전했다.

특히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해 한국이 카리브해 국가들과 접촉을 늘린 것도 이번 외교관계 수립에 큰 동력이 됐다는 후문이다.

박진 전 외교부 장관은 지난해 5월 과테말라에서 열린 카리브국가연합(ACS) 정상회의와 각료회의에 참석해 쿠바의 외교차관을 만나 수교를 제안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한·카리브 고위급 포럼' 참석차 방한한 카리브 6개국 장관급 인사들을 만나기도 했다.

쿠바 입장에선 인근국과 접촉을 늘리고 있는 한국의 높아진 국제사회 위상을 확인하고 미수교국으로 남아있을 이유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섰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이밖에 뉴욕의 주유엔 대표부 채널과 주멕시코대사관 등 채널을 통해 물밑 교섭도 병행해 왔는데 이 또한 이번 수교에 있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관측이다.

쿠바 아바나의 산 판 콘 광장에서 청년들이 K-pop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AFP=뉴스1

이밖에도 경제통상 및 최근 문화교류 활성화도 쿠바와의 외교관계를 형성하는 데 모멘텀이 됐다.

코트라(KOTRA)는 2005년 쿠바 수도 아바나에 무역관을 개설해 경제통상에 있어 양국 간 교류 플랫폼 역할을 해왔다.

또 2013년 이후 쿠바에서 한국 드라마가 방영됨에 따라 K-팝 및 한국어 배우기 열풍이 불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까지 연간 약 1만4000명의 한국인이 쿠바를 방문하는 등 사실상 수교만 안 했지 정서적으로 '친근감'이 형성됐던 것도 이번 수교에 성과의 주요 배경 중 하나로 손꼽힌다.

정부는 향후 쿠바 정부와 상호 상주공관 개설 등 수교 후속 조치를 적극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이를 통해 양국 간 문화, 인적, 개발협력 등 분야의 교류는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일고 있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