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김 "한미일 3국 협력 제도화하면 美대선 등 영향 줄어들 것"(상보)

김성한 "北, '전쟁 하겠다' 전략적 결정 내린 것 아냐"

성 김 전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2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워싱턴DC에서 개최한 포럼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김 전 대표의 왼쪽에는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 2024.02.12.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한국과 미국의 전직 고위당국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올해 미국 대선에서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한미일 3국 협력은 지속적으로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 김 전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12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워싱턴DC에서 개최한 포럼에서 3국 협력의 지속성과 관련해 군사 분야뿐만 아니라 정보공유, 사이버 협력 등 보다 광범위하게 한미일 3국 협력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 대표는 "일단 3국간 협력 활동을 제도화하고 정말고 확고하게 구축하고 나면 3국 협력은 미국과 한국, 일본의 선거에 의해 영향받을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3국 정부 모두 선거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3국간) 협력 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협력을 제도화하는 데 강력한 관심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과 미국이 글로벌 리더십을 어떻게 행사할 것인지에 따라 모든 것이 영향을 받지만, 미국의 관점과 상관없이 현실에서 한국과 일본은 매우 중요한 국가들"이라며 "그들(한일)의 위상과 힘, 영향력은 계속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런 의미에서 보면, 한미일 3국간 더 많은 비용 분담과 더 많은 도전에 함께 대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분명히 미국의 관점 측면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저는 미국에서 11월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우리는 세계 무대에서 한국과 일본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점점 더 많이 보게 될 것을 예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한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미국 대선 결과에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정책 변화에 대해선 진화하는 정책 환경을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와 비교해 북한의 핵·미사일 역량은 훨씬 더 고도화됐고, 북러간 협력이라는 변수가 등장했으며, 한미일 3국간 협력이 강화되는 등 "정책 환경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 대선 후보 중 한 명이 신고립주의 등 다른 방식을 생각하거나 동맹의 중요성을 경시하더라도 한미일 3국이 정책 환경을 냉정하게 평가한다면 우리가 일종의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고, 그것이 지속 가능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포럼에선 북한의 전쟁 준비설 등을 둘러싸고 한미일 3국간 대북 공조와 관련해 의견을 교환했다.

김 전 실장은 "북한이 전쟁을 하겠다는 전략적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저는 북한의 전략적 셈법은 여전히 달라지지 않았다고 믿는다"고 진단했다.

그는 "북한은 핵무기를 최대한 늘리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을 완성한 뒤 미국과 비핵화가 아닌 일종의 핵 군축 협상 테이블로 전환할 것"이라며 "결국 북한은 최소한의 핵탄두를 보유하면서 ICBM과 미국과의 외교 정상화를 거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그것이 북한의 게임 플랜"이라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또 북한이 긴장을 고조시키는 이유가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완전히 실패했다는 인식을 확산시켜 미국 대선에서 자신들이 선호하는 후보가 당선되도록 기여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김 전 실장은 북한이 러시아에서 정찰위성에 필요한 광학기술, ICBM 재진입 기술, 원자력추진 잠수함 기술 등을 받길 원하지만, 러시아가 이런 첨단기술을 제공하는 '레드라인'을 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그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지만,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고 핵과 미사일 개발을 가속화하는 상황"에선 북한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계속하고, 사이버 및 인권 압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한미 핵협의그룹(NCG)에 일본이 참여하는 방안과 관련, "그것은 일본에 달려 있다. 한국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안보실장으로 재직할 당시 일본 측과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할 기회가 있었다며 "NCG는 만일의 사태가 발생했을 때 핵무기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일본에게 다소 민감한 문제"라며 "일본측 입장에선 이것은 국내적 토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 대표는 "북한의 접근법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서 "북한은 한국과 전쟁을 하는 것은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전쟁을 시작하기로 결정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북한이 계속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을 계속 추진하고, 러시아 외엔 미국 등 다른 나라와의 외교에 관심이 있다는 징후를 보지 못했다면서 북한과의 대화 재개 가능성에 대해선 "낙관적이길 바라지만, 그렇지 않다. 이같은 역학관계가 조만간 바뀔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김 전 대표는 다만 "우리는 북한과 많은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경험해 왔다"면서 "조건과 시기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저는 앞으로 우리가 북한과 의미있는 협상을 재개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gayunlov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