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 설전' 속 軍 핫라인 개통도 답보…러·북 밀착 '악재'만
한·러 국방당국 직통망 개통 추진 합의 뒤 2년4개월째 답보
러 군용기 KADIZ 진입 여전…"직통망으로 우발 충돌 막아야"
- 박응진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최근 한국과 러시아 정부가 북한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인 가운데 양국이 오래 전에 합의한 군사당국 간 직통망(핫라인)도 여전히 개통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양국 국방당국이 핫라인 개통 추진에 합의한 뒤 2년4개월째 답보 상태인 것이다.
당초 직통망 개통의 걸림돌이 됐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엔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 한·러 정부 간 외교적 마찰 등 악재가 더해져 한·러 국방 교류협력의 재개는 요원해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8일 군 당국에 따르면 양측은 지난 2021년 11월 '한·러 해·공군 간 직통망 설치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2002년 11월 양국 정부 간 '위험한 군사행동 방지협정' 체결 이후 약 19년 만의 일이었다.
양측은 이 MOU 체결 뒤 우리 해군작전사령부와 러시아 태평양함대사령부, 그리고 우리 공군 제1중앙방공통제소와 러시아 동부군관구 11항공·방공군 간의 직통망 관련 선로와 장비의 설치를 완료했다.
이후 직통망 정식 개통을 위한 운영지침·절차 등을 협의해 나가면서 2022년 초 직통망의 시범운용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같은 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침공으로 인해 직통망 시범운용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그 배경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유럽 등 국제사회와 함께한 우리 정부의 대(對)러시아 경제·금융제재,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리 군 당국의 비(非)살상 목적의 군수물자 지원 등이 있었다.
이에 더해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 수준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고, 최근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양국 정부가 설전을 벌이기도 해 한러관계의 균열이 쉽사리 메워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그러나 한·러 군사당국 간 직통망 개통은 러시아 군용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진입 시 우리 군용기와의 우발충돌 가능성을 고려할 때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공식별구역(ADIZ)은 영공과 다른 개념으로서 미식별 항적을 조기에 식별해 영공침범을 방지하기 위해 각국이 임의로 설정한 구역이다. 이 구역에 진입하려는 외국 항공기는 관할 군 당국의 사전허가를 받는 게 관례다.
다만 러시아 측은 다른 나라의 ADIZ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 측은 올해 들어서도 군용기를 활용해 KADIZ에 일부 진입하고 있는데, 여전히 우리 측에 사전에 이 같은 계획을 알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향후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 러·북 군사협력, 러시아의 국제법 준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한·러 국방교류협력 재개와 직통망 개통을 검토할 예정"이란 입장이다.
그러나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발충돌을 막기 위해 직통망을 개통해야 하는데, 북한보단 오히려 러시아가 북한과의 관계를 원하고 있는 상황이라 한·러 국방당국 간 직통망 개통은 요원해보인다"라고 전망했다.
한편 한·중 군사당국은 기존 국방부 간 직통망, 우리 해·공군과 중국 북부전구 해·공군 간 직통망 등 3개선에 더해 2022년 6월 우리 해·공군과 중국 동부전구 해·공군 간 직통망 2개선을 추가, 5개선의 직통망을 운용하고 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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