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뜻미지근했지만'…오랜만에 이뤄진 중·러와의 소통, '관계개선'에 주목

연이어 성사된 한중 외교장관 통화·러 외무차관 방한
北 문제 中 '건설적 역할'·한러 악화 관리 차원서 중요한 기점

태극기, 중국 오성홍기.ⓒ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최근 한국과의 관계가 뜨뜻미지근했던 중국·러시아와의 외교적 소통이 일주일 사이 연이어 이뤄졌다. 소원했던 중러와의 대화 동력을 올해에는 되살릴 수 있을지 7일 주목된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전날인 6일 오후 9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통화했다. 지난달 10일 조 장관이 임명된 후 약 한 달 만에 한중 외교수장 간의 통화가 이뤄진 것이다.

이번 통화는 전임 박진 외교부 장관이 취임 후 나흘 만에 왕 부장과 통화한 것에 비해 늦은 감이 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왕 부장이 최근 아프리카·중남미·태국 등 해외일정을 소화하고 있어 일정 조율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입장이다.

다만 외교가에선 한미동맹, 한미일 3각 협력 강화 기조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정부의 대(對)중국 외교가 영향을 준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중국이 우리와의 소통에 미온적이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이날 조 장관과의 통화에서 "앞으로 조 장관과 좋은 업무협력 관계를 형성해 양국관계 발전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길 희망한다"라며 중국 방문을 공식 초청했다.

이에 조 장관은 사의를 표하고 "상호 편리한 시기에 방중하는 방안에 대해 외교채널을 통해 협의해 가자"라고 화답했다.

양측은 양국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다양한 수준에서 전략적 교류·소통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왕 부장은 오는 3월 중국의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계기로 외교부장직을 내려놓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임으론 류젠차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새 외교수장의 임명은 중국 외교 기조의 변화 여부와도 맞물려 이번 한중 외교장관 통화를 기점으로 소통의 끈이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특히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와 핵·미사일 고도화에 매진하고 있는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 견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의 입장에서는 중국과의 소통을 일정 수준 이어가는 것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한중일 정상회의와 관련해 3국 외교장관은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만나 '조속한 개최'에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구체 날짜를 도출하진 못했다. 이 역시 중국의 '미온적 태도' 때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외교가에선 중국이 3월 양회라는 '빅 이벤트'를 끝내고, 한국의 4월 총선이 마무리되면 한반도 외교 관리 차원에서 구체적인 날짜 조율에 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러시아 국기. ⓒ AFP=뉴스1

우리나라는 이번에 북한과의 밀착 면을 넓히는 러시아와도 소통했다. 지난 1~4일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의 방한을 계기로 해서다.

루덴코 차관은 방한 일정 중, 김홍균 외교부 제1차관을 예방하고 정병원 차관보, 김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면담했다. 루덴코 차관은 지난 3일엔 서울 모처에서 장호진 국가안보실장과도 별도로 만났다.

이를 통해 우리 측은 루덴코 차관에게 북핵 문제 관련 소통 지속의 중요성, 북러 군사협력에 대한 우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이행 촉구 등의 입장을 전달했다.

러시아의 고위급 인사가 한국을 찾은 건 아주 오래간만의 일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와의 협력엔 분명히 한계가 있지만, 상황 악화를 예방하기 위한 한러 간 최소한의 '관리 외교'는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이번 방한은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향후 한러 간 대화 동력이 계속 이어지는 건 북러 군사협력 심화에 대한 대응뿐만 아니라 오는 3월 러시아 대선 이후로 점쳐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을 앞두고서도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루덴코 차관의 방한 과정에서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대변인의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비난 발언으로 '잡음'이 발생했다. 그러나 우리 외교부는 러시아 외무부 내의 '엇박자 외교'로 판단하고 확대 해석 및 대응은 자제한다는 기조인 것으로 알려졌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