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美 'IRA·반도체법' 협조 요청"

공식 의제는 아니지만…韓 '플랫폼법' 언급 가능성도

강인선 외교부 2차관과 호세 페르난데스 미국 국무부 경제성장·에너지·환경 담당 차관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1.31/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한미 외교당국이 제8차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를 서울에서 개최하고 양국 간 공급망 협력 등에 대해 논의했다.

강인선 2차관과 호세 페르난데스 미국 국무부 경제성장·에너지·환경 담당 차관은 이날 오후 외교부 청사에서 SED를 공동 주재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번 협의에선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반도체법),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 조기경보시스템 협력 등 '회복력 있는 공급망' 구축을 위한 협력과 개발·인프라·기후를 아우르는 글로벌 이슈에 대한 협력 방안이 논의됐다.

강 차관은 IRA와 반도체법의 이행과 관련해 "한미 양국이 긴밀하게 소통해 왔다"라고 평가했다.

강 차관은 지난해 12월 미국 측이 발표한 'IRA 해외우려기관'(FEOC) 잠정 가이던스에 대해선 관련 정부 의견서를 바탕으로 우리 업계의 입장을 재차 강조하고 "공급망 현실을 고려하는 합리적인 이행규정이 마련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라고 외교부는 전했다.

미 정부는 배터리 부품과 핵심광물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고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를 대상으로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 혜택을 받기 위해선 배터리 부품은 2024년부터,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은 2025년부터 FEOC에서 조달해선 안 된다.

강인선 외교부 2차관과 호세 페르난데스 미국 국무부 경제성장·에너지·환경차관이 31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에서 자리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1.31/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이와 관련 FEOC가 발표한 세부 규정안에서 '중국의 관할권 내에 있거나 중국 정부 등이 최소 25%의 지분을 소유한 기업'으로 규정되면서 중국 의존율이 큰 국내외 전기차와 배터리 업계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돼 왔다.

이에 정부는 최근 "기업들이 직면한 사업 현실과 기업들의 세계 배터리 공급망 다변화 계획을 고려해달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차관은 또한 우리 기업들이 투자를 통해 미국 내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공급망 강화에 기여하고 있음을 설명하고 "그에 상응하는 투자세액공제와 보조금 혜택을 조속히 받을 수 있도록 미 행정부가 각별히 관심을 가져달라"라고 당부했다.

이는 미 정부의 반도체법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법은 미국 내 설비 투자를 장려하기 위한 것으로 반도체 생산 보조금 390억달러와 연구개발(R&D) 지원금 132억 달러 등 5년간 총 527억달러를 지원하는 걸 내용으로 한다.

이와 관련 현재 지원이 이뤄진 건 영국 방산업체 BAE시스템스와 미국의 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 등 2곳이다. 텍사스주 테일러에 공장을 건설 중인 삼성전자는 현재 보조금 지원을 신청한 상태로, 상무부와 막바지 세부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날 공식 의제는 아니지만 우리 정부가 플랫폼 독과점 방지를 이유로 추진 중인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에 대해서도 의견이 오갔을 것으로 가능성이 있다. 최근 미 산업계에서 우리의 플랫폼법 제정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서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