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빼고 미일북 만난 '中 외교부장설' 류젠차오…한중관계 반영?
한중 외교장관 전화 통화도 아직…외교소식통 "조율 중"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차기 중국 외교사령탑으로 거론되는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미국·일본·북한 인사를 만났지만 한국측 인사와의 접촉은 아직이다. 이에 일각에선 중국의 '한국 후순위' 외교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류젠차오 부장은 새해 들어 첫 해외 일정으로 미국을 선택했다. 그는 이달 12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회담했다. 대만 총통 선거 전날 미 외교수장과 만는 그는 미중 정상 간 '갈등' 심화가 아닌 '관리'에 초점을 맞추기로 합의한 것을 재확인했다.
류 부장은 방미 일정 가운데 존 파이너 백악관 국가안보 수석부보좌관, 민주·공화당 상·하원 의원 등도 두루 만났다.
류 부장은 지난 19일엔 리룡남 주중국 북한대사와 만나 북중 협력과 한반도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그는 시 주석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신년 축전을 주고받으며 선언한 '중조 우호의 해'를 언급하며 북중 전략적 소통 심화의 뜻을 전했다.
류 부장은 24일엔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주중일본대사와의 면담 일정도 소화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중일 간 협력 촉진 등을 위해 "적극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 부장은 같은 날 프라딥 쿠마르 라왓 주중인도대사와도 만나 양국 교류와 대화의 지속적인 강화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차기 외교사령탑으로 거론되는 류 부장이 이처럼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그의 일정에 한국은 빠져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외교 소식통은 "아직 류 부장이 정재호 주중대사를 만난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라고 전했다. 이에 차후에 류 부장이 정 대사를 만나더라도 미국·북한·일본 다음이라는 점에서 후순위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긴된다.
이런 가운데 외교가에선 "중국 당국이 한국 고위 인사들과의 접촉을 고의로 피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실제로 한중 외교장관 간 전화 통화가 늦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한중 외교장관 간 전화 통화 일정은 "조율 중"인 상황이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최근 아프리카·중남미 연속순방에 나서며 타국에서 전화 통화를 실시하기 어렵다는 게 주된 이유라고 한다. 왕 부장은 26~27일 태국 방콕에서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도 회동할 예정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한미동맹, 한미일 3각 협력 중시 기조와 맞물려 한중 양국 간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일부 해석도 나온다. 지난한 해 양국 사이엔 △중국 내 신종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방역 갈등 △윤석열 대통령의 대만 관련 발언에 대한 중국 측의 반발 △싱하이밍(邢海明) 주한중국대사의 내정간섭 논란 등으로 '잡음'이 발생한 바 있다.
우리 정부가 의장을 맡고 추진 중인 한일중 정상회의가 언제 열릴지도 미지수다. 지난해 11월 정상회의 개최를 위해 3국 외교장관이 부산에서 만나 "조속한 정상회의 개최"에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중국은 여전히 정상회의 개최 날짜 조율에 '미온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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