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드레일' 1시간 사이 3대 떴다…캠프 험프리스 '평온 속 긴장감'[르포]
빗줄기 속 아파치 헬기 비행하고 개량형 패트리엇은 요격 대기…대북 대응태세 만전
"기지 이전 마무리 단계…험프리스, 한미동맹 새로운 주춧돌 역할"
- 박응진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지난 17일 낮 경기 평택 팽성읍 안정리 일대에 있는 주한미군 기지 '캠프 험프리스'(Camp Humphreys)에선 불과 1시간 사이에 RC-12X '가드레일' 정찰기 3대가 잇달아 이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RC-12X는 주한 미 8군 예하 501정보여단 3정보항공탐색분석대대 소속으로, 신호정보(SIGINT)를 수집하는 항공기이다. 미사일 발사 준비 신호와 북한군의 교신 등을 파악하기 위한 대북감청 임무에 특화돼 있다.
RC-12X는 이날도 한반도 주요 지역 상공에 전개해 대북 경계·감시활동을 펼쳤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 2020년 4월20일 당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신변이상설이 처음 보도된 날에도 하루에만 RC-12X 3대가 떠 한반도 상공에서 북한의 동향을 면밀히 살핀 바 있다. 이날의 동향은 주한미군이 현재의 한반도 정세를 엄중하고 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RC-12X의 이날 비행은 북한이 지난 14일 고체연료 추진체계를 적용한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시험발사하는 등 무력도발 행위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사흘 연속 서해 접경지역에서 포사격을 감행했으며, 이달 15일엔 '전쟁시 대한민국 완전 점령'을 포함하는 헌법 개정을 예고하기도 했다.
RC-12X가 잇달아 비행에 나선 이날에는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에 배치돼 있는 미 공군의 RC-135V '리벳 조인트' 전자정찰기 또한 한반도로 전개하는 등 한미 정찰자산들이 대북 감시를 했다.
북한이 새해 들어서도 무력도발을 계속하고 연일 전쟁 위협을 고조시키고 있는 탓인지, 이날 뉴스1이 찾은 캠프 험프리스는 대체로 평온한 분위기였지만 긴장감을 곳곳에서 감지할 수 있었다.
험프리스 비행장에서는 빗줄기 속에서도 AH-64E '아파치 가디언'으로 보이는 헬기가 임무수행을 위해 비행에 나섰고, UH-60 '블랙호크'를 의무후송용으로 개조한 헬기들도 눈에 들어왔다.
그중 아파치 가디언은 미 육군의 주력 공격형 헬기로서, 주로 적 지상 병력 살상과 경장갑차량 공격에 활용된다. 이 헬기의 최고 속도는 시속 365㎞, 전투 행동반경은 480㎞다.
기지 한편에는 미사일의 낙탄 지역을 예측해 종말단계에서 최대 40㎞ 거리까지 요격하는 패트리엇(PAC-3 MSE)의 발사대 여러 대가 배치돼 있었다. PAC-3 MSE는 PAC-3의 개량형으로, 명중률이 높아졌다.
이밖에도 험프리스에는 △M109A6 '팔라딘' 자주포 △AN-TWQ-1 '어벤저' 단거리 방공체계 △M1A2 SEP '에브럼스' 전차 △M2A3 '브래들리' 장갑차 △CH-47F '치누크' 수송헬기 등이 배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험프리스 내 체육관 4곳 중 규모가 가장 큰 슈퍼짐(super gym)에서는 주한미군 장병들이 근력 및 유산소 운동을 하는 등 체력단련에 여념이 없었다.
지난 2018년 주한미군사령부와 유엔군사령부가 험프리스로 이전한 데 이어 2022년 11월 한미연합군사령부까지 함께하면서 주한미군은 1945년 광복 직후 서울 용산에 들어온 지 77년 만에 평택 시대를 열었다.
일제시대 때인 1919년 비행장으로 시작된 험프리스는 한국전쟁(6·25전쟁) 당시 K-6라는 이름으로 미군의 비행장으로 활용됐다. 험프리스라는 명칭은 1962년 한국에서 임무수행 중 헬기 사고로 순직한 벤자민 K. 험프리스 준위를 기리기 위한 것이다.
험프리스의 면적은 1467만7000㎡로 서울 여의도의 5.5배, 판교 신도시의 1.6배에 달하며, 기지를 둘러싼 철조망의 길이는 18.5㎞에 이른다. 차로 기지를 한 바퀴 둘러보려면 약 40분이 소요된다. 단일기지로는 해외 미군기지 중 세계 최대 규모다.
이렇다보니 기지 안에는 셔틀 버스가 4개 노선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험프리스 측과 별도 계약을 맺은 한국 택시들도 기지 안에서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이곳에는 총 3만5000여명이 상주하고 있다. △주한미군 1만5000여명 △그 가족과 군무원, 계약근무자 등 1만여명 △한미연합군사령부 한국 측 인원, 주한미군 배속 한국군지원단(KATUSA·카투사) 등 1만여명이다.
또한 험프리스에는 한미동맹의 상징인 주한미군사와 유엔사, 한미연합사뿐만 아니라, 주한미군의 핵심 전력인 미 제8군, 미 제2보병사단, 주한해병대본부 및 주한해군본부, 주한미특수전사령부 등이 주둔하고 있다.
험프리스는 '한국 안의 작은 미국'이라고도 불린다. 이곳의 주소가 미국 캘리포니아이기 때문이다. 음식점에서 카드를 제시하면 미국 달러로 결제돼 '해외승인' 문자가 날아온다.
또 기지 안에는 아파트와 종합병원, 초등학교 2개(3개로 확충 중), 중학교, 고등학교, 종교시설 4개, 경찰서, 소방서, 우체국, 법원, 수용시설, 쇼핑몰, 영화관, 볼링장, 골프장, 박물관 등도 자리하고 있는 등 소도시 못지않은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험프리스 기지 관계자는 "험프리스 기지로의 이전은 마무리 단계"라며 "용산 미군기지 이전 이후로 험프리스 기지는 한미동맹의 새로운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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