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 전복에 화재로 '일촉즉발'…시민 구한 해군 장병과 군무원

강승필 잠수함수리창 군무사무관 "국민생명 지키는건 당연한 의무"
손정환 해군 상사 "앞으로도 주저 없이 달려갈 것"

해군 해양정보단 소속 손정환(35) 상사.(해군 제공)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쾅!'

지난달 15일 오후 3시쯤 경남 창원시 진해구 경화동의 한 왕복 4차선 도로에서 큰 충돌음이 터져나왔다.

5톤 트럭 1대가 비에 젖은 굴곡진 도로를 내려오다 미끄러져 차량이 뒤집히는 사고가 발생한 것.

이 트럭은 다행히 다른 차량이나 사람과 부딪히지 않고, 맞은편 차선의 인도를 가로질러 나무를 들이받은 뒤 멈춰섰다.

그러나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잠시. 트럭 엔진 부근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차량에서 기름이 흘러나와 운전자 A씨는 위태로운 상황이 됐다.

이때 주변 도로에서 운전 중이던 해군 해양정보단 소속 손정환(35) 상사는 이를 목격한 뒤 주변 시민들에게 119 신고를 요청하고, 인근 카페에서 소화기를 빌려와 진화를 시작했다.

손 상사는 전날 야간까지 진행된 부대 과업을 마치고 이날 조기 퇴근 후 자신의 차량으로 귀가 중이었다.

같은 시간 사고 현장 주변 자신의 집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던 해군 잠수함사령부 잠수함수리창 소속 강승필(49) 군무사무관(5급) 또한 집에 있는 소화기 2개를 들고 사고 현장으로 뛰어가 함께 진화에 나섰다.

얼마 안 있어 불길을 잡은 이들은 A씨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운전석으로 다가갔다. A씨의 의식은 있었지만, 차량이 전복된 상태라 운전석은 바닥을 향해 있었고 조수석은 사고 충격으로 인해 열리지 않았다.

해군 잠수함사령부 잠수함수리창 소속 강승필(49) 군무사무관(5급)

더구나 트럭 앞쪽이 찌그러지며 A씨의 발이 차량에 끼어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손 상사와 강 군무원은 "연기를 마시지 말고 의식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차량의 화재를 진압했고 조금 있으면 구조대가 올 것이니 안심하라" 등의 말을 건네며 A씨를 안심시켰다.

또한 119 구급대원들이 원활하게 구조활동을 펼 수 있도록 트럭 주변의 잔해물들을 정리했다.

이후 이들은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들과 함께 구조장비를 함께 날랐으며, 화재 진압과 초동조치 내용을 구급대원들에게 설명한 후 현장을 떠났다.

A씨는 1시간30분 가량의 작업 끝에 구조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건강을 회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군무원은 "저는 항상 자녀들에게 '우리는 국민이 주는 월급으로 먹고 자고 편하게 지낼 수 있다'고 말하며, '항상 약하고 힘들고 어려운 사람을 못 본 척 지나가지 말고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라'는 교육을 하고 있다"라면서 "군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은 당연한 의무"라고 밝혔다.

손 상사는 "'무조건 사람을 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사고 수습을 하게 됐다"라며 "앞으로도 국민이 위험에 처해 있거나, 도움이 필요로 한 곳이라면 주저 없이 달려가겠다"라고 말했다.

A씨의 여동생은 "두 분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저희 가족은 현재 중환자실 앞을 지키고 있거나 장례를 치른 후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슬픔에 잠겨있었을 것"이라며 "두 분의 빠른 대응과 초기 진화로 오빠는 제2의 삶을 얻게 됐다"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는 것은 도와주는 자의 선택이며 강요할 수 없는 부분임에도 '당연히 했어야 하는 일'이라고 말씀해주셔서 또 한 번 감동했다"라며 감사를 표했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