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연락선 단절에도…북한군과 소통하는 유엔사 '핑크폰'은 계속 가동

"대화 위해 JSA에서 24시간 365일 주둔 유지"
남북관계 감안했나…이번엔 소통 횟수 등 소개 안해

유엔사와 북한군을 잇는 직통전화 핑크폰.<자료사진>(유엔사 페이스북) ⓒ 뉴스1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주한유엔군사령부가 작년 한 해 동안 일명 '핑크폰'으로 불리는 대북 직통전화를 이용해 북한군에 수시로 통지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유엔사는 9일 뉴스1에 "우리는 2023년에도 북한군 측에 성공적으로 메시지(통지문)를 전달했고, 2024년에도 계속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언제나 그렇듯이 대화를 위해 공동경비구역(JSA)에서 24시간 365일 주둔을 유지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유엔사는 다만 북한군과 몇 건의 통지문을 주고받았는지 등 구체적인 소통 횟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핑크폰은 유엔사가 북한군과 연락을 주고받는 직통전화의 별칭이다. 실제로 전화기 색상이 분홍색이기 때문에 붙은 이름으로, 판문점 남측 유엔사 일직 장교 사무실과 북측 판문각에 각각 놓여있다.

유엔사는 한국전쟁(6·25전쟁) 정전협정 이행의 일환으로 하루 2차례 북한군과 통화하며 작동 여부를 점검, 통지문을 주고받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작년 7월 무단 월북했던 트래비스 킹 미군 이병의 송환문제와 관련한 대화가 처음 시작된 것도 핑크폰을 통해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사와 북한군 간 직통전화가 항상 가동됐던 것은 아니다. 북한은 지난 2013년 정전협정 무효화를 선언하며 이를 단절했었다. 이후 2018년 7월 남북·북미 간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핑크폰은 다시 복원됐다.

북한군과 직통전화를 하고 있는 유엔사 소속 장교.<자료사진>(유엔사 페이스북) ⓒ 뉴스1

유엔사는 문재인 정부 때인 지난 2020년 2월 핑크폰의 모습을 처음 공개했으며, 같은해 12월부턴 매년 연말연초에 핑크폰을 활용한 소통 횟수를 알리기도 했다.

그러나 유엔사는 이번엔 소통 성과를 공개적으로 소개하지 않았는데, 이는 최근의 남북관계 등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북측은 작년 4월7일 이후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와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이용한 우리 측의 업무 개시·마감 통화 시도에 응하지 않고 있다.

유엔사가 작년 핑크폰의 성과를 구체적으로 소개할 경우 북한이 이에 반발해 핑크폰을 통한 소통마저 단절해버릴 수 있단 우려 때문에 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이 악화된 남북관계 상황 속에서도 유엔사와 소통의 문을 닫지 않고 있는 것은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이뤄지는 보편적인 국가들의 활동을 따른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엔사는 1950년 6·25전쟁 발발을 계기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설치된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 사령부로서 전쟁 당시엔 우리 국군을 비롯한 유엔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행사했고, 1953년 정전협정 체결 땐 북한·중국과 함께 당사자로서 서명했다.

유엔사는 1978년 창설된 한미연합사령부에 우리 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이양한 뒤 지금은 정전협정 이행에 관한 임무만 담당하고 있다. 주한유엔군사령관은 한미연합사령관과 함께 주한미군사령관이 겸직한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