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BM까지 과장·기만…北, 혼선·갈등 노리며 과거에도 기만전술 '빈번'

한미 군 탐지능력 확인 등 위해 무력시위 벌인 뒤 다른 주장
한미 혼선 의도해 기만전술 및 성과 과장 지속할 듯

북한이 사흘 연속 서해 접경지역 일대에서 사격을 실시하며 무력도발을 감행한 가운데 8일 오전 인천 연편도행 여객선에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2024.1.8/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북한이 지난 6일 서해 접경지역 일대에서 실시한 포사격이 실제론 포탄이 아닌 '발파용 폭약'을 터뜨린 '기만작전'이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정부는 이같은 북한의 주장이 '거짓'에 가까운 선전전 차원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윤석열 정부 들어 이미 몇 차례 '기만전술'을 펼친 바 있다. 북한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인 지난 2022년 3월16일과 2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하면서 ICBM의 기종을 '화성-17형'이라고 주장했다. 16일 발사는 발사체가 상승 도중 공중에서 폭발했고, 24일 발사는 북한이 '성공적'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북한은 관련 영상과 사진도 공개했지만, 한미 당국은 이를 17형 직전의 모델인 '화성-15형'이라고 평가하며 북한이 의도적으로 관련 내용을 속인 것이라고 판단했다. 2017년 발사한 화성-15형보다 정점고도와 비행시간이 증가했으나, 탐지된 비행특성을 정밀 분석한 결과 화성-15형과 유사하다는 게 당시 우리 군의 평가였다.

우리 군은 당시 △북한 관영매체의 사진·영상에 담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그림자 방향 및 날씨의 상이함 △16일의 발사 실패 이후 8일 만의 재발사가 지나치게 빠른 일정이라는 점 등도 근거로 제시했다.

그럼에도 북한이 대내적으로 앞선 발사 실패와 관련한 유언비어 차단과 체제안정을 목적으로, 대외적으론 군사강국 지위 확보 및 협상력 제고를 목적으로 화성-17형 시험발사 성공을 주장하고 나선 것으로 우리 군은 봤다.

2022년 8월엔 북한 순항미사일 2발의 발사 지점이 한미 연합자산을 통해 평안남도 온천비행장 일대로 탐지·분석됐지만, 당시에도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발사 지점은 남조선(남한) 당국이 서투르고 입빠르게 발표한 온천 일대가 아니라 평안남도 안주시의 '금성다리'였다"라고 주장했다.

당시는 한미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를 앞두고 있던 때라 한미연합 정보자산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려는 북한의 노림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이 작년 3월24일 시험발사했다고 주장하며 공개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7'형.[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2022년 12월에도 북한은 정찰위성 개발 시험을 했다면서 대통령실과 국방부 청사 등이 있는 서울 용산구 일대가 담긴 사진을 공개했지만, 우리 군은 북한이 발사한 발사체가 우주발사체가 아닌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인 것으로 분석했다.

이같은 일련의 사례는 북한이 한미 군 당국의 탐지능력 확인 등을 위한 목적에서 무력시위 후 기만전술에 따른 허위 및 과장 발표를 한 것으로 추정·분석되는 사례가 더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한편으론 군이 북한의 무력도발과 관련해 지나치게 상세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오히려 북한에 득이 되는 점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이에 우리 군은 북한의 기만전술에 휘말리지 않고 대북 정찰·감시역량의 노출을 줄이기 위해 2022년 12월부터 북한 탄도미사일 제원 가운데 비행거리 등 일부 정보만 제한적으로 공개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작년 3월에는 북한의 잠수함 발사 미사일을 발사 직후 탐지했으나 그 사실을 즉각 공개하지 않기도 했다.

우리 군은 북한의 △작년 2월 전략순항미사일 '화살-2형' 시험 발사 △작년 9월 전술핵공격잠수함 '김군옥 영웅함' 공개 △작년 11월 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활용한 사진·영상 촬영 등과 관련해서도 과장·기만이 있는 것으로 봤다.

올해 들어선 북한은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사흘 연속으로 해안포 위주로 총 350여발의 포탄을 발사했다고 우리 군은 전했다. 포탄이 떨어진 곳은 NLL(북방한계선) 북쪽 해상 완충구역이었으며, 일부는 NLL 이북 7㎞까지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부부장은 7일 담화에서 6일 포사격은 실제 포탄을 발사한 것이 아니라 '발파용 폭약'을 터뜨려 소리만 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김 부부장의 담화 내용을 전하면서 북한군 인원들이 폭약을 땅 속에 심은 뒤 차례로 터뜨리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7일 보도하기도 했다. 이 역시 우리 군의 탐지능력을 조롱하고 내부적으로 사기를 진작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우리 군은 "코미디 같은 저급한 선동으로 대군신뢰를 훼손하고 남남갈등을 일으키려는 북한의 상투적인 수법에 불과하다"라고 일축했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