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한중일 협력 '균형 회복' 필요 [한중일 글로벌 삼국지]

韓 경제회복, 中 공급망 의존도 줄이고 관계 개선 모색 '투 트랙' 필요

백범흠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초빙교수(전 한중일협력사무국(TCS) 사무차장).

(서울=뉴스1) 백범흠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초빙교수 = 우리나라 경제는 지난해 1.3% 성장하는데 그쳤다. 한국은 2022년에 이어 작년에도 1인당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아시아의 4마리 용' 가운데 대만(3만3900달러)에도 뒤진 최하위(3만3400달러)를 기록했다.

한 때 우리나라와 비슷했던 싱가포르와 홍콩은 저 멀리 앞서나가고 있다. 1인당 GDP 기준 한국이 대만에 뒤진 것은 무려 20여 년 만이다. 그런데 한국과 중국 간 무역액은 한국과 미국, 일본 간 무역액을 합한 액수보다 여전히 더 많다.

우리나라의 저명한 경제전문가 대다수는 2024년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주요 리스크로 '중국 경제의 저성장 국면 진입'을 꼽았다. 한국 경제의 미래가 중국 경제 동향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는 분석이 줄을 잇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 경제가 중국 경제 흐름과 같이 움직인다고 분석했다. IMF는 한국의 2024년 경제성장률을 중국 경기 침체 등을 고려해 당초 예측치보다 0.2% 낮은 2.2%로 전망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최근 "중국의 저성장 추세가 지속되면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한국은 그간 중국에 중간재 수출을 통해 대규모 흑자를 달성해 왔다. 중국은 '중국 제조 2025'를 통해 상당한 수준의 중간재를 생산해 내수 충당은 물론 수출까지 하고 있다.

이제 한국이 우위를 가진 분야는 반도체와 바이오 정도만 남았다. 작년 한국은 31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과의 무역에서 약 190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중국 특수'는 끝났다. 수교 이후 30여년 간 한국이 대(對)중국 무역에서 막대한 흑자를 볼 수 있었던 것은 한국이 중국에 대해 국제 분업 구조 측면에서 비교 우위에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중국이 전략적 목적으로 한국에 대해 무역적자를 감수하고자 했기 때문이란 점도 있다 한다.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우리 경제가 다시 활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중국 중심 공급망 구도를 벗어나는 패러다임 대전환을 추구하는 것과 동시에 중국과의 관계 개선도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통상외교 전문가이기도 한 조태열 외교장관 후보자는 지난해 12월20일 "한중관계도 한미동맹 못지않게 중요하며, 양국 관계를 조화롭게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한 바 있는 데 바로 이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맹자(孟子)는 양혜왕상편(梁惠王上篇)에서 '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이라 했다. '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바른 마음을 견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한 나라의 경제상황이 나빠 실업자가 양산되면 그 나라의 안정이 흔들린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국은 사회 안정을 위해서라도 악화된 경제상황을 조속히 호전시켜야 한다. 제품 경쟁력 제고와 함께 지속적인 시장 다변화, 그리고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정의된 한중관계가 냉각된 가장 직접적이고 핵심적 이유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국 배치와 대만 해협과 남중국해 문제로 대표되는 미중 전략적 경쟁 심화와 북핵 문제 때문이다.

현 정부의 대(對)미국 편향 정도는 이전 어느 정부에 비해서 큰 편이다. 현 정부는 한미일 협력체제 구축을 위해 과거사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 등과 관련 일본에 대폭 '양보'하는 한편,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대만해협이나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서는 수시로 날카로운 발언을 했다.

ⓒ News1 DB

중국은 북한과 '전략적 이해관계 불일치하의 일치 관계'에 있으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등 핵무력을 지속 증강하고 있는 북한에 직접적인 영향력도 갖고 있다. 이는 경제는 물론 안보 측면에서도 대(對)미국 동맹과 대(對)중국 근린우호관계 간 균형과 조화를 확보하는 것이 긴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변도 외교는 쉽지만, 섬세하게 균형을 맞추는 외교는 어렵다. 하지만, 양자 간 균형 확보와 조화 유지는 한국의 국익을 위해 필수적이다.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하면서도 한미일 협력과 한중일 협력 간 균형 회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한중 간 1.5트랙(반민반관) 차원 협의를 확대해 나가는 것도 한중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한중 싱크탱크 간 교류를 확대하는 한편, △고령화 △환경, 기후변화 △금융 △농업 △서비스업 등 비정치적 분야에 대한 논의와 협력도 보다 활발히 할 필요가 있다. 신임 외교장관 취임을 계기로 대(對)중국 정책을 재검토해 우리 국익에 적합한 외교 좌표와 방향을 되찾게 되기를 바란다. 2019년 이후 중단되고 있는 한중일 3국 정상회의도 조속 재개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