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어 중국·러시아도 핵실험장 재건?… 동북아 '핵공포' 점증
中신장위구르 뤄부포호 핵실험장서 갱도 굴착 등 확장 공사 지속
러 노바야제믈랴 제도 실험장도 시설 확충… "CTBT 비준 무효화"
- 이창규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북한이 작년에 핵실험장을 재건한 데 이어, 중국 당국도 핵실험장에서 갱도 굴착 등 공사를 진행 중인 정황이 계속 포착되고 있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국이나 러시아가 가까운 시일 내에 핵실험을 재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하면서도 북한의 제7차 핵실험 전망과 함께 "역내 '핵공포'를 재차 자극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중국 신장위구르(新疆維吾爾) 자치구 내 뤄부포(羅布泊)호(湖) 핵실험장 일대를 촬영한 상업용 인공위성 사진 분석 결과, 지난 2017년 이후 각종 건물 증설과 갱도 굴착 등 확장 공사가 계속되고 있다.
뤄부푸호 핵실험장은 중국 당국이 지난 1994~96년 기간 40여차례 핵실험을 했던 곳이다.
중국 외교부는 뤄부포호 핵실험장 시설 공사 관련 NYT의 질의에 "근거 없이 '중국의 핵위협'을 조장하는 무책임한 주장"이란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미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 제임스 마틴 비확산연구센터의 동아시아 담당 소장도 올 9월 공개한 위성사진 분석 자료에서 "중국 핵실험장의 활동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며 "지하 핵실험 재개를 준비하거나 저위력 핵실험을 비밀리에 수행 중일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한 적이 있다.
미들베리 연구소에 따르면 북극권의 러시아 노바야제믈랴 제도 핵실험장에서도 2021년 이후 건물 증축 등의 작업이 지속되고 있다. 올 8월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이곳 핵실험장을 직접 다녀가기도 했다.
러시아는 옛 소련 시기인 1955~90년 기간 노바야제믈랴에서 총 130회에 걸쳐 핵실험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자국의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을 무효화하는 법령에 서명, 핵실험 재개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국내외 전문가들은 일단 "중국·러시아의 핵실험장 재건 등 준비는 미국이 핵실험을 실시할 경우 대응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앞서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기 '핵실험 재개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적이 있다.
반면 북한은 중국·러시아와 달리, 자신들의 '시간표'에 따라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기도 하다.
북한은 앞서 2018~19년 앞서 '비핵화'와 '대북제재 해제·완화' 문제 등을 놓고 미국 등과 정상외교를 벌이기에 앞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소재 핵실험장 내 지하 갱도 입구와 일부 건물들을 폭파하고 그 '폐쇄'를 알렸던 상황.
그러나 이후 북한은 작년 상반기까지 풍계리 핵실험장 재건을 마쳤고 현재는 언제든 제7차 핵실험을 감행할 수 있는 상태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와 관련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은 그동안 중국의 대응을 염두에 두고 7차 핵실험 일정을 조정해왔다고 볼 수 있다"며 "만약 중국에서 핵실험 실시를 준비하는 정황이 포착된다면 그들도 북한의 핵실험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센터장은 특히 "중국·러시아가 대량살상무기(WMD) 비확산과 관련해 국제사회와의 협력에 응하지 않고 독자노선을 간다면 북한도 부담 없이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말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연이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도발에도 불구하고 안보리 차원의 공동 대응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 역시 북한의 핵실험 '문턱'이 낮아지게 만든 한 요인으로 꼽힌다.
북한의 주요 우방국이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이 5년 만에 ICBM 시험발사를 재개한 작년 이후 안보리 차원의 대북 관련 논의 때마다 계속 제동을 걸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도 내년 11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어 북한이 그에 맞춰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미국 등 국제사회의 적기 대응이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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