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하는 美 우크라 원조 기조…한국에는 어떤 영향 줄까

전문가 "美 질서 유지 의지 예전만 못해…'트럼프 리스크' 우려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 (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러시아의 침공 이후 3번째로 미국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 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 도착을 하고 있다. 2023.12.13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미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최근 주춤하면서 그 여파가 유럽 국가들에게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중 패권경쟁 심화·중동 정세 악화 등 복잡해진 국제사회의 역학 구조에 따러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기류가 확산되는 정세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기조에 변화가 생기는 것은 한국을 포함해 미국의 동맹·우방국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는 관측이다.

백악관은 지난 10월 614억달러(약 80조원) 규모의 대(對) 우크라이나 군사지원 등이 포함된 안보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미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의 비협조로 인해 해당 안은 처리되지 못했다.

이번 상황이 당장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전면 '중단'되는 상황으로 갈 가능성은 미지수지만, 미국을 맹주로 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도움 없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주도권을 쥐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미국의 기조 변화는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익명의 미군 고위 관계자는 미 CNN 방송에 출연해 내년 여름쯤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최악의 시나리오'로 제기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와 함께라고 해도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다"라면서도 "우리가 없다면 그들은 확실히 실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작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 침공 이후 미국 등 서방국가들에게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해 왔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지원 수준도 강력했다.

그러나 전황이 해를 넘기고, 이제 2년을 바라보는 상황이 되면서 지원에 대한 피로감도 상당해진 상황이다. 전반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단합 분위기가 현재는 한 풀 꺾였다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미국도 작년에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초청해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 여론의 기류는 좋지 않다. 지난달 미국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갤럽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1%가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과하다'는 답을 내놓기도 했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에서 병사가 파손된 장갑차를 수리하기 위해 이동을 준비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내년 연말 대선을 앞둔 바이든 행정부는 이러한 여론을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다. 여기에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분쟁으로 '중동 사태'가 발생하며 이른바 '두 개의 전쟁'에 깊게 개입해야 하는 데 따른 피로감도 누적되는 듯하다.

이번 사태는 대미 의존도가 높은 안보 지형에 속한 한국의 입장에서, 또 북핵·미사일 위기가 심화 및 장기화되는 한반도 정세에 있어 시사하는 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정부는 2010년대 이후 버락 오바마·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거치면서 중동을 포함한 각국의 분쟁 상황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 해 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과 중동 사태는 미국이 개입을 피할 수 없었던 '중대 사건'에 해당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역시 미국과 같은 편에서 서서 해당 사안에 대응해 왔다.

그런데 만일 미국 내에 피로감이 누적돼 여론에도 영향을 준다면 내년 연말 미국 대선 국면은 쉽게 예상하기 어렵게 흘러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특히 1차 집권 당시 한일 양국을 대상으로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며 주한·주일미군 철수까지 시사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집권하면 현재 펼쳐졌던 모든 정세와 외교 기조들이 크게 흔들릴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한미 양국은 전통적인 안보협력에 더해 경제·핵심기술·공급망 등 사실상 전방위로 협력의 공간을 넓힌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격상한 상황이다.

그러나 트럼프 리스크를 경험한 한국의 입장에선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전'을 펼치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이라는 또 다른 '변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 내년 초부터 우크라이나 전쟁 등 분쟁 현안에 대한 입장을 조심스럽게 표출해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빠르면 내년 1월 미국 대선 국면으로 돌입하면 모든 이슈가 대선에 함몰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밖에 없다. 객관적·전략적 판단보다는 정쟁화되는 사안이 더 부각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공화당의 반대도 정쟁화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미국이 기존의 질서를 유지하려고 하는 능력과 의지가 예전만은 못하다는 것 또한 최근 흐름에서 읽을 수 있다"라며 "한국 뿐만 아니라 미국이 동맹국한테 제공하는 확장억제와 방어공약 자체가 예전만큼 신뢰성이 높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일 수 있고, 결정적으로 트럼프가 등장하면 이러한 가치에 더 큰 변동이 있어날 가능성이 크다"라고 분석했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