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트럼프 재선 도움 된다면 추가 핵실험 감행할 수도"

KIDA 북한군사포럼 "내년에도 무기 개발시험·증강 지속할 듯"

전쟁기념관 상설전시 '북한의 군사도발실'.<자료사진>2023.9.7/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내년 11월 대통령선거 당선에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할 경우 제7차 핵실험을 감행할 수 있단 국책연구기관 전문가의 분석이 제기됐다.

박용한 한국국방연구원(KIDA) 선임연구원은 13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소재 KIDA 관영당에서 열린 '2023년 하반기 북한군사포럼'에 참석, '북한 군사위협 평가와 대외관계 전망'에 관한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취임 직후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문제 등과 관련해 수시로 '말폭탄'을 주고받으며 북한과의 무력충돌 직전까지 가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는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북한과의 사상 첫 정상회담이 열린 뒤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에 있다"고 주장하며 연례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대폭 축소하는 등의 결정을 내렸다.

이 때문에 북한 입장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서 당선되면 향후 외교지형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조성될 수 있다고 보고 미국 내 여론 지형에 영향을 주고자 핵실험과 같은 중대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등의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박 연구원의 이날 발표 내용 또한 이와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앞서 2018~19년 기간 이른바 '비핵화'와 '대북제재 해제·완화' 문제 등을 놓고 미국과 협상을 벌이는 동안엔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중단했다. 그러나 북한은 2019년 10월 스웨덴에서 진행된 미국과의 실무협상 '결렬'을 선언한 뒤론 한미와의 대화를 모두 거부했고, 작년엔 ICBM 시험발사를 재개했다. 한미 당국은 북한이 언제든 7차 핵실험을 실시할 수 있도록 관련 준비도 마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박 연구원은 "북한은 그동안 핵능력의 질적·양적 증가를 경주해왔지만, 한미 양국 정상이 합의한 '핵협의그룹'(NCG)이 (올 7월부터) 실제 작동하면서 (미국과의) 핵능력 격차는 오히려 전보다 더 벌어졌다"며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가 늘었고, 북한도 그에 대응하면서 피로도가 증가해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이와 함께 박 연구원은 현재 북한이 재래식 전쟁에서도 핵무기를 사용하는 비대칭 확전 태세를 구축하고 있으며, 특히 공세적 핵사용에 따른 확전 가능성 또한 염두에 두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는 "북한이 한국군의 군사시설을 핵무기로 공격할 경우, 특히 해공군 등이 밀집된 시설에선 상당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며 "핵무기의 직접 피해에다 전자기펄스(EMP) 효과까지 가중되면 광범위한 지휘통신 제한도 우려된다. 주요 군사기지·시설은 종전 때까지 복구가 제한되고 운용도 불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황지환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강대국의 위협이 있을 때 핵무기를 포기하면 나라를 지킬 수 없다'는 인식을 갖게 됐을 것"이라며 "북한은 한반도의 (6·25전쟁)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로는 자신들의 안보를 보장할 수 없다고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손효종 KIDA 연구위원 또한 "북한은 (경제) 성과가 부족한 상황에서 통치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진단하면서 "앞으로 대적관을 앞세워 대외적 위기를 조성하고 군사력을 증강할 것으로 본다. 2024년 북한은 미흡한 무기체계 부분의 개발시험과 증강을 지속할 게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이상민 KIDA 북한군사연구실장은 이날 포럼에서 올 10월 초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과 관련, "하마스가 로켓 3000여발을 일제 사격해 (이스라엘의) '아이언돔'이 무력화됐지만, 적시 대피를 통해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며 우리도 북한의 공격에 대비한 "도시형 방호체계 개발을 통해 국민 피해 최소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란 견해를 제시했다.

그는 "위기시 대응조직이 책임 소재를 두고 우왕좌왕할 경우 초기 대응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며 "핵·화생위협 관련 대응조직은 전시·평시·테러·사고 등을 불문하고 일원화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도 이날 포럼에 보내온 영상 축사를 통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를 계기로 북한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고, 우리가 대비해야 할 위협은 지금도 새로운 양태로 변모하고 있다"면서 그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