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미중 갈등' 완화 속 한일 상대 '몸값' 올리기 나섰나

한일중 정상회의 개최 놓고 '조건' 거론… 한일과 온도차
회의 자체는 반대 않지만… 속도감 있는 논의는 어러울 듯

왼쪽부터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 박진 외교부 장관, 왕이 중국 외교부장. 2023.11.26/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우리나라와 일본·중국의 외교장관들이 지난 26일 부산에서 열린 3국 장관회의에서 '한일중 정상회의의 조속한 개최'에 뜻을 모았다.

그러나 일각에선 한일 양국과 비해 중국 측은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지적이 제기돼 주목된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 일본 외무상이 공개적으로 한일중 정상회의의 조기 개최 필요성을 언급한 것과 달리,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적어도 언론에 공개된 자리에선 그와 같은 발언을 하지 않았단 이유에서다.

'일본→한국→중국' 순으로 의장국을 맡는 한일중 정상회의는 2008년 일본 후쿠오카(福岡)를 시작으로 2019년 중국 청두(成都) 회의까지 총 8차례 열렸다. 차기 의장국인 우리나라는 연내 이 회의를 개최한다는 목표 아래 그간 각국과의 조율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현재는 "연내 3국 정상회의 개최는 불가능하고 일러야 내년 초쯤에나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번 3국 외교장관회의에서도 차기 정상회의 개최 시기는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했다.

특히 중국 외교부는 이번 3국 외교장관회의에서 "정상회의를 위한 '조건'을 조성하고 관련 준비를 서두르기로 합의했다"며 한일 당국과 달리 정상회의 개최 '조건'을 얘기했다. 게다가 중국 관영매체들로부턴 한일중 3국 간 협력 발전을 위해선 한일 양국이 '성의'를 표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이 최근 미국과의 관계 개선 논의에 나름 성과를 거두면서 한일과의 협력 논의는 다소 둔화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왕 부장은 올 7월 중국 칭다오(靑島)에서 열린 '한일중 3국 협력국제포럼(IFTC)' 참석 당시 우리나라·일본 등 각국과의 관계 증진과 3국 간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후 중국 측으로부턴 한일중 정상회의 개최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가 잇따르면서 3국 간 논의에도 탄력이 붙었다.

한일중 외교장관회의. 2023.11.26/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그러나 중국 측은 한일중 정상회의 준비가 주목적인 이번 외교장관회의 개최와 관련해선 막판까지도 그 일정에 대한 '확답'을 주지 않는 등 의사결정이 상대적으로 더뎠단 후문이다.

이에 대해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심했다"며 "그땐 중국도 자국의 경제 상황 등을 이유로 한일과의 관계 유지 및 개선 필요성을 느꼈다면, 지금은 상황이 좀 달라졌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중 양국은 지난 수년간 전방위 패권경쟁을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한미일 3국 간 협력 강화를 적극 모색하며 이를 중국 견제에도 활용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 중국 측의 반발을 샀다.

그러다 올 하반기 들어 미중 간 고위급 교류 재개됐고, 특히 최근 정상회담에선 '미중 간 갈등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해간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에 "중국 측이 한일과의 관계에서도 다시 주도권을 잡고자 나름 '몸값 올리기'를 시도하는 것 같다"는 등의 분석이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박 교수는 "중국 외교의 특성 중 하나가 끝까지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미중 갈등 완화로 한일과의 협력에 흥미가 좀 떨어진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외교가에선 일단 이번 한일중 외교장관회의에 왕 부장이 예정대로 참석했단 점에서 '중국이 3국 정상회의 개최 자체엔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만큼은 분명히 했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향후 3국 당국 간의 정상회의 관련 논의과정에서 중국 측이 얼마나 속도감 있게 호응할지는 '미지수'란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