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동아시아 평화에 중국 역할 중요"… 北도발 자제 위한 '협조' 요청

英텔레그래프 인터뷰서 "러시아·북한과 이해관계 다르다" 지적
북한 정찰위성 발사 임박 전망 속 "러북 동조하면 中이익 안 돼"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AFP=뉴스1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의 세 번째 정찰위성 발사 시도가 임박했단 관측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역내 평화 등의 증진을 위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고 나서 주목된다. 사실상 북한의 위성 발사 등 도발 자제를 위한 중국 측의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20일 보도된 영국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동아시아와 국제사회의 자유·평화·번영을 증진하는 데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우리 정부는 상호존중, 호혜 및 공동이익에 따라 건강하고 성숙한 한중관계 발전을 지향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중국과 러시아, 북한은 각자가 처한 상황과 대외 여건이 다르며 이해관계도 다르다고 생각한다"면서 "중국이 러북에 동조하는 건 자국(중국)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북한은 지난 9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러시아 방문 및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전후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사용할 탄약·무기 등의 지원을 확대해온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우리 정부 당국은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 등을 공급한 대가로 정찰위성 및 우주발사체 개발·완성에 필요한 기술 지원을 받고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관련 동향을 주시 중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당국은 9월 러북정상회담 과정에서부터 군사협력 등 동향에 대해 러북 "양자 간의 일"이라며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을 보여 온 상황. 앞서 러시아 측에선 중국·북한과 함께하는 3자간 연합훈련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그에 따른 후속조치는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이번 인터뷰에서 '중국과 러시아·북한의 대외여건, 이해관계 등이 서로 다르다'고 지적한 것도 이 같은 흐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사실상 중국과 러북 간 '차별화'에 나선 것이다.

전문가들도 현재 '중국 측이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국제현안을 조정·중재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러시아와 북한의 관련 움직임을 적극 지원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현재 핵·미사일 개발 문제로, 그리고 러시아는 작년 2월 시작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각각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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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윤 대통령은 "중국은 유엔헌장과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는 물론, 다른 국제규범도 노골적으로 위반한 러북과 3국 협력을 추구하는 게 자국의 국제적 명성과 위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점을 고려할 것"이란 말도 했다. 중국 당국을 상대로 러북 간 군사협력 등에 개입하지 말 것을 공개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북한이 5년 만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재개한 작년 이후 안보리 차원의 관련 대응 논의 땐 러시아와 함께 번번이 제동을 걸어왔다. 중러 양국은 미국·영국·프랑스와 함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를 갖고 있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열린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회담 당시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모든 유관국은 북한의 정당한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북한이 정찰위성 발사를 재차 시도하는 등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행동을 하더라도 중국 측이 기존 입장을 바꿔 한미 등의 기대에 걸맞은 '건설적 역할'을 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게 관련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중 간 고위급 교류 등을 통해 우리 측 입장을 중국 측에 지속 전달함으로써 중국 측이 우리나라, 그리고 북한과의 관계에 대한 '고민거리'를 던져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중국이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태도를 적극적으로 바꾸진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의 대중 외교 노력이 지속되면 중국도 나름대로 북한에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도 "현재 윤석열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를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는 동시에 협력 공간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중국 측이 북한과의 협력에 대해 계속 거리를 둘 수 있는 메시지를 발신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이르면 이번 주 중에라도 정찰위성 발사를 시도할 수 있다고 보고 이날 그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하는 내용의 대북 경고 메시지를 발표했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