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 "北 정찰위성 쏘면 필요한 조치"… 9·19합의 효력 정지 시사(종합)

이르면 이번 주 발사 전망에 '대북 경고 메시지' 발표
"북한 위성 발사는 안보리 결의 위반… 즉각 중단해야"

강호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북한 군사정찰위성 발사 대비 대북 경고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국방일보 제공) 2023.11.20/뉴스1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우리 군 당국이 20일 북한을 향해 이른바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면서 발사 강행시앤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2018년 '9·19남북군사합의'의 효력 정지 결정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강호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중장)은 20일 발표한 '북한 군사정찰위성 발사 대비 합참 대북 경고 메시지'에서 "북한 정권은 국제사회가 한결같이 북한의 불법행위를 엄중히 규탄하는 현실을 직시하고, 현재 준비 중인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강 본부장은 "만약 북한이 이 같은 우리 경고에도 불구하고 정찰위성 발사를 강행한다면 우리 군은 국민의 생명·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5·8월 각각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소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탑재했다는 '천리마-1형' 로켓을 쏴 올렸으나 위성체를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는 모두 실패했다.

북한은 이후 '10월 재발사'를 예고했으나, 아직 실행에 옮기지는 않은 상태다. 그러나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러시아 측의 기술 지원 아래 이르면 이번 주 중에라도 정찰위성 발사를 재시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합참이 이날 공개적으로 대북 경고 메시지를 발표함에 따라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가 임박한 징후가 한미 당국에 포착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강 본부장은 "군사정찰위성 발사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하는 북한의 모든 미사일 발사를 금지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며 "우리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도발행위"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북한은 그동안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와 규탄에도 불구하고 안보리 결의를 수없이 위반해왔다"며 "작년엔 30여회에 걸쳐 70여발의 탄도미사일을 역대 최다 빈도로 발사했고, 올해도 지금까지 30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말했다.

북한 우주발사체 잔해. 2023.6.16/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합참은 이날 메시지에서 북한이 정찰위성 발사를 강행할 경우 우리 군이 취할 조치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다만 합참은 북한의 '9·19합의' 위반 행위가 지속되고 있음을 지적, 북한이 재차 위성 발사를 시도할 경우 9·19합의에 대한 '효력 정지' 결정이 내려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강 본부장은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성능 향상을 포함해 핵·미사일 위협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조치의 일환"이라며 "북한의 정찰위성은 우리에 대한 감시정찰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강 본부장은 "9·19합의에 따라 우리 군의 접적지역 정보감시활동에 대한 제약을 감내하는 건 대비태세를 크게 저해해 국민 생명·안전을 지키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9·19 군사 분야 남북합의서'는 2018년 9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평양에서 개최한 정상회담을 계기로 채택한 '평양공동선언'의 부속 합의서다.

이 합의서엔 남북한 간의 군사적 우발 충돌 방지 차원에서 군사분계선(MDL)을 기준으로 남북한 접경지에 △비행금지구역과 △포병 사격 및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 금지 구역 △완충구역 등을 설정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강 본부장은 "(그러나) 북한은 9·19합의를 유명무실화했다"며 북한의 2019년 11월 서해 창린도 해안포 사격과 2020년 5월 중부전선 감시초소(GP) 총격 도발, 그리고 작년 11월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수역을 향한 미사일 발사와 12월 수도권 일대 소형 무인기 침투 등을 "명시적인" 9·19합의 위반 사항으로 지적했다.

강 본부장은 특히 "9·19합의에 명시된 '해안포의 포문 폐쇄'를 매년 100여회에서 1000여회씩 위반함으로써 2023년 11월 현재까지 누적된 위반행위는 약 3400회에 이른다"며 "9·19합의엔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신뢰를 구축한다고 명시돼 있으나, 지금까지 북한의 행태는 합의 준수에 대한 그 어떤 의지도 없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거듭 비판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대통령실 제공) 2023.11.2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강 본부장은 이어 "북한의 이 같은 반복된 (9·19)합의 위반 행태에도 불구하고 우리 군은 지금껏 인내하며 합의 조항들을 준수해왔으나, 이는 우리 군의 대비태세에 상당한 문제점을 초래해왔다"며 9·19 합의 준수에 따른 군사적 제약사항·취약성을 열거했다.

강 본부장에 따르면 그간 △우리 측 서북도서 주둔 부대의 경우 9·19합의상의 서해완충구역 설정 때문에 주요 화기 사격훈련 때 내륙으로 최대 500여㎞까지 이동해야 했고,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북한의 장사정포 사격 등 전술적 도발 징후 식별에 필요한 우리 군의 감시정찰자산 운용에 제한사항이 돼왔다.

강 본부장은 9·19합의 외에도 남북한은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이후 다수의 합의를 체결해왔으나, 북한은 이 같은 합의들의 목적·취지를 지속 위반해왔다"며 2020년 6월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그 예로 들었다.

또 강 본부장은 "2018년 '평양공동선언'은 동창리의 미사일 엔진 시험장과 발사대를 영구 폐기하기로 했으나 이 시험장·발사대는 현재 더 개선돼 운용되고 있다"며 "이 또한 기존 합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현재 우리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차원에서 북한이 정찰위성 발사를 다시 시도할 경우 우선 9·19합의에서 설정한 비행금지구역 내에서 정찰활동을 재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9·19합의 효력 정지에 필요한 정부 내 절차는 국무회의 의결 뒤 관련 내용을 북한에 통보하는 것만으로 마무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국가안보실도 이날 조태용 안보실장 주재로 NSC 상임위원회를 열이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관련 대비태세를 점검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NSC 상임위원들은 △북한의 정찰위성 또는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등 도발 가능성에 대비하면서 △한미동맹과 한미일 공조·국제사회 협력을 통해 필요한 조치를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