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4년 만에 새 '국방비전' 발표… "北비핵화 가정 대신 핵위협 반영"

2019년 비전은 '북한' 언급조차 안 해 "비현실적" 지적

신원식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국방부 제공) 2023.11.13/뉴스1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우리나라와 미국 국방당국이 13일 북한을 '가장 근본적이고 시급한 위협'으로 규정한 '한미동맹 국방비전'을 발표했다.

한미 국방부가 동맹의 국방비전을 발표한 건 문재인 정부 시기였던 지난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이번 국방비전엔 4년 전 당시 추구했던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대신 '북한 핵의 고도화'란 현실적인 상황을 반영한 내용들이 담겼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날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55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계기로 향후 30년간의 안보환경 변화를 고려해 동맹 100주년을 준비하는 청사진을 담은 '한미동맹 국방비전'을 승인했다.

우리 국방부는 이에 대해 올해 4월 한미정상회담 결과물인 '워싱턴 선언', 8월 한미일 정상회의 결과의 연장선상에서 "국방의 가장 시급한 우선순위를 식별하고 공동의 안보구상을 정립했다"고 설명했다.

한미 양측은 이번 국방비전에서 "변화하는 안보환경을 감안해 우리의 가장 근본적이고 시급한 위협인 북한에 대응하는 동시에 지역과 세계의 안보에 기여하는 미래지향적 태세를 갖춰야 한다"며 "북한을 포함한 역내 적대적 행위자들의 전략적 공격과 침략을 억제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한미는 "동맹의 연합방위체계를 강화할 수 있도록 능력을 현대화하고자 한다"며 여기엔 "체계적·안정적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해 한국의 방위능력을 증강하고, 이를 통해 한미 연합방위를 강화하려는 한국의 노력을 지원하는 게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한미 양국은 작년 말 제54차 SCM에서 올해 동맹 70주년을 기념해 새로운 국방비전을 공동으로 작성하기 위해 합의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올해 초부터 관련 협의를 진행해왔다. 한미 양국의 국방비전은 2010년과 2019년 등 앞서 2차례 작성됐으며 이번에 세 번째다.

이번 비전과 2019년 '미래 한미동맹 국방비전'의 가장 큰 차이점은 북한 관련 표현이다. 2019년 비전엔 당시 북한과의 대화 기조 등을 반영한 나머지 '북한'이란 단어 자체가 아예 포함되지 않았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왼쪽)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국방부 제공) 2023.11.13/뉴스1

국방부는 "2019년 비전은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고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된 이후 상황을 가정했다"며 "그러나 한반도·동북아시아·세계의 평화·번영 추구, 모든 국가의 주권과 독립 존중 등 개념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공동 원칙만 제시돼 다소 현실성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국방부는 특히 "북핵 위협 고도화에 따라 (2019년 비전의) 가정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고 국방비전으로서 적절하지 않다는 군 내부 평가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당국자는 "2019년 비전은 굉장히 먼 미래에 '가정'이 달성됐을 때를 전제로 한다"며 "이번 2023년 비전에선 우리가 당면한 안보위협인 북한, 그리고 주변 정세를 고려해 한미동맹을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킬 것인지를 제시했다"고 전했다.

또 이번 2023년 비전은 2010년 '한미 국방협력지침'에 비교했을 땐 그 내용이 훨씬 더 풍부해졌다는 게 군의 평가다. 국방부는 "2010년 지침은 한미 양국 정상이 합의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2015년 12월1일까지 완료하기 위한 국방 차원의 지침으로 채택했던 것"이라며 "즉, 전작권 전환에 따른 정책방향에만 국한돼 한미동맹의 중장기적 발전방향 제시가 미흡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번 2023년 비전을 작성하면서 올해 70주년을 맞은 한미동맹이 30년 뒤 100주년을 바라보며 추구해야 할 구체적·실질적인 국방협력 방향과 핵심기조를 담도록 했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특히 국방부는 △한미가 함께하는 확장억제 △과학기술동맹으로의 발전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 등을 그 우선순위로 제시했다.

또 2023년 국방비전엔 △미국 측이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기여를 확대하고자 하는 우리나라의 비전을 지지하고, △한미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중차대한 안보 과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 평화로운 한반도와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지역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국방부는 "한미 국방당국이 동맹관계를 질적·양적으로 도약시키고, 영속하는 한반도 평화·안정에 대한 구체적 의지와 방안을 새 비전서에 담아 양국민에게 공개한 데 큰 의미가 있다"며 "한미 동맹이 국방 분야에서 새 시대를 열어간다는 것을 대외에 선포한다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방부는 새 비전에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되고 상시화되는 상황에서 미래에 대북 억제력 완전성 제고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한미동맹이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동맹으로 지속될 것이란 약속을 담았다"며 "지금까지의 '군사동맹' 위주에서 한미의 최대 강점인 첨단과학기술과 국방 분야 공급망 협력을 통해 더 강력한 '과학기술동맹'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