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가는 '北 위성 발사' 시계… 한미 "단호한 대응" 어떻게?

국정원 "북한, 막바지 준비 한창… 러시아로부터 기술 자문"
블링컨 방한 때 집중 논의… '對우크라 무기 지원' 다룰 수도

북한이 지난 5월 발사한 우주발사체 일부.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북한이 당초 10월로 예고했던 정찰위성 발사 3차 시도를 미룬 건 러시아로부터의 기술 지원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위성 발사를 포기한 게 아니란 얘기다.

이런 가운데 관계 당국에서도 '북한이 이달 내 위성 발사를 실행에 옮길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관련 동향을 주시하는 동시에 미국 등과 함께 관련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이다.

3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우리 정부와 군 당국은 북한이 정찰위성 3차 발사 시도를 위한 기반 시설과 발사체 등의 준비는 완료한 상태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의소리(VOA)은 지난달 19일과 21·26일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소재 서해위성발사장 일대에서 야간작업을 하는 듯 밤에 조명이 켜져 있는 모습이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인공위성 사진에 포착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북한은 앞서 5월과 8월 등 2차례에 걸쳐 이곳 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탑재했다는 '천리마-1형' 로켓을 쏴 올렸으나 위성체를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는 모두 실패했다. 북한은 8월 정찰위성 발사 실패 직후 '10월 재발사'를 예고하기도 했으나, 실제 발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 관계 당국과 전문가들은 9월 러북정상회담 과정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의 위성 개발에 대한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러시아 측이 북한과의 정상회담 이후 기술진 파견 등을 통해 정찰위성이나 우주발사체 개발·완성을 돕고 있을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국가정보원 또한 이달 1일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준비 동향과 관련해 "최근 (발사체) 엔진과 발사장치 점검 등 막바지 준비가 한창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기술 자문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우리 군 당국도 그간 한미 양국의 정찰·감시자산 등을 통해 입수한 정보를 토대로 이와 유사한 결론을 내렸으나, "북한의 위성 발사가 임박한 상황은 아니다"고 평가하고 있다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이날 출입기자단 오찬 간담회에서 "(북한에서) 식별된 징후를 볼 때 1~2주 내 (발사는) 불가능하고 11월 말 정도엔 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미 당국은 북한의 위성 발사는 물론, 이를 위한 러북 간 기술 지원 등 협력도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단 점에서 그 대응조치를 강구 중이다.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는 북한의 모든 탄도미사일과 그 기술을 이용한 비행체 발사를 금지하고 있다. 위성용 우주발사체에도 탄도미사일 기술이 적용되기 때문에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시도는 그 자체로서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 AFP=뉴스1

게다가 러시아 측이 북한으로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할 무기·탄약을 지원받는 따른 반대급부로서 위성·발사체 개발을 지원하기로 했다면 이 역시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안보리는 대북제재 결의는 유엔 회원국과 북한 간의 무기거래 또한 금지하고 있고, 러시아는 안보리 상임이사국 가운데 하나다.

이에 한미 양국은 북한이 러시아의 기술 지원을 바탕으로 위성을 발사하는 상황이 현실화될 경우 안보리 차원에서 이를 적극 공론화하는 동시에 각국의 독자 대북제재 조치 등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8~9일 우리나라를 찾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또한 방한 기간 우리 당국자들과 이 문제를 집중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2일(현지시간) 블링컨 장관이 이번 방한에서 △러북 군사협력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따른 대응조치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양측은 그간 북한의 도발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북한의 정찰위성 개발 등을 위한 러시아 측의 지원은 우리 안보에도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만큼, 북한뿐만 아니라 러시아를 향한 고강도 대응조치로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일례로 작년 2월 러시아의 침공과 함께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과 관련해 "우리 정부도 우크라이나 측에 살상용 무기를 직접 지원하는 걸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간 한러관계를 고려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수물자 지원은 '비(非)살상용' 물자에 한정해왔다.

이와 관련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러시아가 북한에 위성 등 기술을 지원했다는 명확한 증거가 나타나면 우리도 중대 결심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센터장은 특히 "블링컨 장관 방한 때 러북 간 군사협력에 따른 대응방안으로서 우리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 확대 등도 함께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대사 또한 "미국 측이 우리나라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위 전 대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적인 무기 지원은 한러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나라와도 연관되기 때문에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yellowapoll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