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걸 "美·日에 저자세" 지적에 주미대사 "尹 방침은 '할 말 다 하라'"

[국감초점] 국회 외통위 주미대사관 일요일 국정감사
여야, 北접근법·경제안보 성과 놓고 신경전

조현동 주미한국대사(가운데)와 황준국 주유엔대사(왼쪽), 김의환 주뉴욕총영사(오른쪽)가 15일(현지시간)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은 워싱턴특파원단 제공. ⓒ News1 김현 특파원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여야는 15일(현지시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가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개최한 주미대사관 등을 상대로 한 국정감사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접근법 등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해 외통위 미주지역 국감팀은 비행 일정 등으로 인해 이례적으로 일요일에 국감을 진행했다.

김 위원장과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3명밖에 안 되는 숫자였음에도 불구하고 국감은 상당히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

야당 소속인 김 의원은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 부재를 문제 삼았다.

김 의원은 북러간 추가 무기 거래 정황과 관련해 "러시아와 북한을 비난만 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지 않느냐"며 "러시아는 국제사회로부터 1년 반 넘게 비난을 받으면서도 계속 전쟁을 하고 있고, 북한도 오랜 세월 제재를 받고 외톨이가 됐어도 자기네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북한의 경우엔 한국이든, 미국이든 그들이 협상장으로 나오도록, 태도를 바꾸도록 뭔가 노력을 해야 되는데 그런 노력은 전혀 없이 그냥 비난만 하는 성명만 내놓는다고 될 일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 정부는 이런 방향으로 계속 가선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북한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유지해야 된다는 생각 때문에 미국에 '북한을 좀 긍정적인 방향으로 돌려보자', '노력해보자'는 얘기조차 안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인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현지시간)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외통위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사진은 워싱턴특파원단 제공. ⓒ News1 김현 특파원

이에 조현동 주미한국대사는 "(우리 정부가) 외교적인 기회를 열어놓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고, 그런 메시지를 미국도 북한 측에 전하고 있다"며 "다만 지금은 북한도 내부 사정 때문인지, 그런 것에 호응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조현동) 대사가 우리 정부와 협의해서 미국측에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을 하자고 제안하거나 미국 사람들을 설득한 적이 있느냐"고 재차 추궁했다.

그는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무기 지원의 반대급부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대량살상무기(WMD) 기술을 제공받는다면 "우리는 물론 미국에게도 큰 위협이 되는 것인데, 뭔가 대책을 만들어낼 생각을 해야지 계속 우려한다, 유감이다라는 말만 반복해서 되는 건 아니지 않느냐"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제가 보기엔 윤석열 대통령 생각은 북한과 협상이 시작돼 한반도 긴장이 완화되는 쪽으로 가는 것을 바라지 않고 오히려 긴장이 고조되고 남북 교류가 없는 상황을 선호하기 때문에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보이는 게 아니냐"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조 대사는 "공개적으로 활동을 다 드러낼 순 없지만, 러시아로부터 민감한, 또는 첨단의 기술이 북한으로 전달되지 않도록 소위 생각을 같이 하는 나라들과 함께 외교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며 "그런 메시지가 모스크바에도 계속 전달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조 대사는 또 윤 대통령의 입장에 대한 김 의원의 지적에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며 "미국도 같은 평가를 하고 있지만, 지금 여러 차례 문을 두들겼지만 북한은 일체 호응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조 대사는 최근 월북했던 주한미군 병사 트래비스 킹 이병을 북한이 추방한 것을 거론, "그 과정에서 북한이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직접적인 소통이나 접촉을 거의 하지 않았다"면서 "그런 것을 보면 지금은 북한이 그런 대화의 길에는 문을 닫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평가를 한다. 유감스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북한에 대한 대화 메시지를 계속 보내고 있다"고 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이 15일(현지시간)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통위 국정감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News1 김현 특파원

이와 달리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자체 핵무장 등 좀 더 강경한 대북 접근법을 주문하는 태도를 보였다.

국민의힘 소속인 김태호 위원장은 "한국의 핵무장을 얘기할 때 미국 조야에선 굉장히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는데, 최근 미 상원 청문회에서 한국의 자체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왔다"며 "이런 변화의 움직임을 어떻게 해석해야 되느냐. 이같은 움직임은 동북아의 정세 상황으로 봐서 (미국의 핵 억제력이) 부족하다는 인식도 깔려 있는 게 아니냐"라고 질의했다.

김 위원장은 조 대사가 '확장억제 강화가 정부의 목표'라고 답변하자 "핵 문제에 대해선 결론이 아직 있어선 안 된다는 생각"이라며 "어떤 방향이 정말 우리의 평화를 위한 담보로서, 억지력을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은 계속 진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무력 충돌과 관련한 미국의 역할이 "중재 역할로 가야 한다"면서 "(만약) 확전이 되면 결국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중국 국가주석)이 미소를 띨 것이고, 결과적으로 그 불똥이 동북아로 돌아올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태 의원도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한반도에 대비시켜 보면서 '현재 대한민국의 안보 구조가 대단히 취약하다', '북한이 휴전선 일대에서 장사정포를 쏘고 여기에 핵 미사일을 쏘는 경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논의가 활발히 벌어지고, 외통위에서도 9·19 군사합의에 대한 재평가, 효력정지 문제가 첨예하게 논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 대사에게 "미국 조야 인사들과 얘기할 때 9·19 군사합의를 이제는 효력정지 혹은 폐기를 검토할 때가 됐다고 얘기하는 것을 들어본 적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최근 미국 학계, 특히 한반도 전문가들의 동향과 논문 발표를 보면 (북한의 비핵화가) 이제는 안 되는 일이라고 하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태 의원은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무력충돌을 틈타 "북한이 유엔에서 이슬람권과 아랍 국가들을 규합해 (대북 인권결의안 등을) 투표에 붙이든지, 그 안의 구체적인 조항들을 빼기 위해 공세를 벌일 수도 있다"며 "북한은 냉전이나 중동전쟁이 일어날 때마다 틈새를 파고들었고,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15일(현지시간)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외통위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사진은 워싱턴특파원단 제공. ⓒ News1 김현 특파원

다만, 김 위원장과 태 의원 모두 북한과의 대화의 필요성엔 공감했다.

김 위원장은 황준국 주유엔대사에게 북한과의 접촉이 있는지 물은 뒤 "우리가 아무리 교착이고 지금 강대강의 겨울이 이뤄지고 있으며 결국 북한의 태도는 뭔가 필요하고 아플 때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 있다는 전제도 있지만, 어떤 형태의 접촉을 이뤄가야 한다는 원칙 속에서 노력을 많이 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태 의원 역시 황 대사에게 "현재 남북관계가 강대강인 상황이지만, 우리가 비공식 석상이나 회의장 밖에선 좀 주동적으로 접근도 하고, 그들(북한 외교관)이 받아들이든 받아들이지 않든 식사를 초청하거나 커피라도 마시자고 하는 적극적인 접근이 있어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와 반도체과학법(이하 반도체법)은 물론 미국 정부의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등과 관련한 윤석열 정부의 경제안보 분야 성과를 두고도 다소 시각차를 보였다.

김홍걸 의원은 최근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대한 미국산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유예 조치를 '검증된 최종사용자(VEU)' 방식을 통해 사실상 무기한 유유해 준 데 대해 "(반도체법에 따른)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으면 10년 동안 중국에서 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을 5% 이상 확장할 수 없게 돼 있어 사실상 중국내 공장은 세월 지나면 무용지물이 된다는 뜻인데, 장비 좀 허용했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이냐"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우리 기업들이 생산한 반도체 완제품을 중국에 판매하는 것을 미국이 일일이 간섭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주권침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 새로운 합의가 나온 것도 없다. 근본적인 성과는 없는 것 아니냐"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사실 우리가 미국 요구에 따라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지어주고, 미국의 산업 활성화나 지역 경제에도 도움을 엄청나게 줬는데, 지금은 미국의 제재를 받으면 어떡하나 하고 전전긍긍하는 상황이 됐다"며 "오히려 우리가 미국에 이러한 도움을 줬고, 한미동맹도 있으니 반도체 판매나 생산에 대한 투자 등에 대해 예외 규정을 적용해 달라고 당당히 얘기할 수 있어야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도 미국 방문할 때마다 좋은 성과가 있었다고 말씀하는데, 과연 성과가 있었는지 의심스럽다"며 "우리가 미국에 투자해주고 요청 다 들어주는데, 결국 미국 기업만 배불려주는 상황이 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정부가 경제 현안에 대해 자화자찬만 하고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안일하게 대응할 게 아니라 미국 쪽에 강하게, 좀 당당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우리 외교관들이 미국 같은 강대국 앞에만 가면 기가 죽어 저자세로 가고 당연히 할 수 있는 말도 못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며 "윤석열 정부 들어선 한술 더 떠서 한미일 동맹에 너무 지나치게 몰입해 미국과 일본의 비위를 거스를 얘기는 아예 꺼내지도 못하는 분위기로 가는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조 대사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저는 한 번도 미국의 카운터파트들에게 저자세라는 생각을 해본 적 없다. 해야 될 말은 끝까지 다 한다"고 반박했다.

조 대사는 이어 "한미일 협력은 우리 국익 차원에서 필요하고, 장기적으로 우리가 추구해야 될 방향이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것이지, 저희가 그 사람들과 그 국가들의 이익에 맞춰서 일할 생각도 없고 그래야 될 이유가 하나도 없다"면서 "한미일은 협력이지 동맹은 아니다"고 부연했다.

조 대사는 "할 말을 다 한다면 그것은 윤 대통령의 방침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김 의원의 지적엔 "대통령의 방침도 할 말은 다 하라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와 달리 태 의원은 "캠프 데이비드 프로세스가 시작된 이후 윤석열 정부에서 거둔 가장 큰 경제적 성과가 바로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공장에 대한 반도체 장비 반입 규제를 무기한 유예해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gayunlov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