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의장 "北, 하마스와는 다른 무력… 9·19합의로 감시 제약"(종합)

"북한 장사정포 300여문 수도권 위협… 다양한 기습 공격 가능"

김승겸 합동참모의장.2023.10.12/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서울=뉴스1) 박응진 허고운 기자 = 김승겸 합동참모의장(육군 대장)은 12일 "우리 군은 북한의 어떤 도발에도 즉각, 강력히, 끝까지 응징할 수 있는 확고한 결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이날 오전 합참에 대한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출석, 최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과 관련해 "우리 군은 하마스와는 또 다른 무력을 갖추고 있는 적(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임을 직시"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하마스는 지난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포 수천발을 쏘고 동력 패러글러이더를 이용해 전투원을 침투시키는 등 기습 공격을 가했다. 이에 이스라엘 측에서도 현 상황을 '전쟁'으로 규정하고 반격에 나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에서 사상자가 계속 늘고 있다.

김 의장은 "북한도 이와 유사한 다양한 기습적인 공격을 할 수 있겠다"며 우리 군의 대비태세에 보완할 게 없는지 파악해가겠다고 설명했다.

김 의장에 따르면 북한은 현재 700여문의 장사정포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우리 수도권을 위협할 수 있는 건 300여문 정도로 평가된다.

다만 김 의장은 이스라엘의 저고도 방공망 '아이언돔'이 하마스의 공격에 "무력화된 건 아니었다"며 "기습, (이스라엘의) 정보 및 감시·정찰 부족, 다양한 기만적 수단으로 (하마스가) 초기에 기습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측의 관련 정보 수집에 허점이 있었고, 특히 과학화경계체계에 대한 과신·방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그 피해가 커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단 뜻으로 풀이된다.

강신철 합참 작전본부장(육군 중장)은 "(북한의) 대특수전 작전과 관련해 전방에선 대비태세가 돼 있고, 후방은 통합방위 차원에서 격멸하는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김 의장은 이날 국감에서 2018년 '9·19남북군사합의'에 따른 '비행금지구역' 설정으로 우리 군의 대북 "감시범위가 시간적·공간적 제약을 받고 있다"며 군사적 취약성이 존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승겸 합동참모의장(가운데)이 12일 서울 용산구 합동참모본부 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합동참모본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를 준비하고 있다. 2023.10.12/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9·19 군사 분야 남북합의서'란 2018년 9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평양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계기로 채택한 '9월 평양공동선언'의 부속 합의서다.

이 합의엔 남북한 간의 군사적 우발 충돌 방지 차원에서 군사분계선(MDL)을 기준으로 남북한 접경지에 비행금지구역과 포병 사격 및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 금지 구역, 완충수역 등을 설정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김 의장은 "우린 (북한을 감시·정찰할)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으나, 비행금지구역 때문에 접경지에서 자산을 효과적으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북한을) 감시할 순 있지만, 그 주기가 길어졌단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장은 북한이 9·19합의 이후에도 수차례 무력도발을 통해 이를 위반한 데 대해선 "군은 인내심 발휘해 북한이 도발해도 주시하고 있다"며 "근본적으로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 효과가 달성됐는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고도화되는데 과연 9·19합의가 어떤 기능을 발휘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신원식 국방부 장관도 9·19합의에 따른 우리 군의 감시정찰능력 제한을 이유로 그 '효력 정지'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김 의장은 "평화를 원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평화를 어떻게 지키는지가 문제"라며 위협을 '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대북심리전용 확성기를 다시 설치·가동하는 문제에 대해선 "필요할 때를 대비해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김 의장이 이날 국감에서 북한이 '하마스와는 다른 무력'을 갖고 있다는 표현을 쓴 것과 관련해선 핵개발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김 의장은 "그동안 우리 군은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불안정한 역내 안보상황 속에서도 대한민국의 자유·평화·번영을 지키고, '힘에 의한 평화'를 구현하고자 모든 역량을 기울여왔다"며 "긴밀한 한미공조를 통해 동맹의 확장억제 실행력을 높이고 '한국형 3축 체계'의 능력·태세를 확충함으로써 북한의 핵·미사일 억제와 대응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