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시 北 지하 핵시설 때릴 고위력 미사일 '현무' 위용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서 탑재 TEL 등 첫 공개
'현무-Ⅳ' 추정… 괴물 미사일 '현무-Ⅴ'는 여전히 베일속

지난 22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 준비사열에 동원된 지대지 미사일 '현무'. 2023.9.26/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우리 군이 건군 제75주년 국군의 날(10월1일)을 앞두고 26일 열린 기념행사에서 '현무' 고위력 탄도미사일의 실물을 일반에 처음 공개했다.

'강한 국군, 튼튼한 안보, 힘에 의한 평화'를 주제로 이날 오전 경기도 성남 소재 서울공항에서 열린 국군의 날 기념행사엔 우리 군의 최첨단 지상 전력들이 총출동했다.

특히 장비 부대 분열 땐 '한국형 3축 체계'를 구성하는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 L-SAM과 고위력 '현무' 등이 함께 모습을 보였다.

'한국형 3축 체계'란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징후를 선제적으로 탐지·타격하는 '킬체인'(타격순환체계)과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을 조기에 탐지·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그리고 △북한의 공격에 대규모 미사일 공격 등으로 응징·보복에 나서는 '한국형 대량응징보복'(KMPR)으로 구성된다.

이와 관련 행사 사회자는 "'현무' 미사일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시 선제적 타격을 실시하는 '대량응징보복'의 주요 수단"이라며 "북한 전 지역을 매우 높은 정밀도로 타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군 당국은 작년 10월1일 제74회 국군의 날 기념행사 때 '3축 체계' 소개 영상에서 고위력 '현무'의 발사 장면을 보여준 적이 있다. 그러나 그 실물을 공개 행사에 동원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군 당국이 유사시 북한 지하 핵시설과 지휘부 등을 타격할 수 있는 고위력 '현무'를 이날 행사에서 공개한 건 핵·미사일 위협을 고도화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경고 메시지로도 읽힌다.

다만 이날 국군의날 기념행사에서도 고위력 '현무'는 4축짜리 이동식 발사대(TEL) 차량에 캐니스터(발사관)째 실려 있거나 5축짜리 차량 컨테이너에 실려 있는 형태도 등장해 그 구체적인 형상은 확인할 수 없었다. 이는 우리 군의 '고위력 탄도미사일' 개발·운용이 이른바 '비닉'(祕匿·비밀스럽게 감춤) 사업으로 분류돼 그 제원 등의 공개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우리 군의 '현무' 계열 미사일은 지난 1986년 전력화한 사거리 180㎞의 '현무-Ⅰ'(현재는 전량 퇴역)을 시작으로 '현무-Ⅳ·Ⅴ'까지 개발됐거나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이 가운데 단거리 지대지 탄도미사일인 '현무-Ⅱ'와 순항미사일 '현무-Ⅲ'는 이미 실전 배치된 상태로서 10년 전인 2013년 건군 65주년 국군의날 기념 시가행진 때도 참여했다.

작년 10월1일 국군의날 기념식 영상 중 '현무' 미사일 발사 장면.

'현무-Ⅱ'는 사거리(300~1000㎞)에 따라 A·B·C형 등으로 나뉘며 탄두 중량은 500㎏~1톤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무-Ⅲ'도 탄두 중량 500㎏에 사거리(500~3000㎞)에 따라 A·B·C·D형으로 나뉜다.

군 당국이 이날 국군의날 행사에 동원한 고위력 현무는 그 세부 유형이 공개되진 않았으나 '현무-Ⅳ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군 소식통은 "작년 국군의 날 영상에 담긴 미사일은 '현무-Ⅳ'였다"며 "오늘 행사에도 '현무-Ⅴ'는 동원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현무-Ⅳ'는 지난 2020년 시험발사에 성공했으며, 지대지 미사일인 '1형'과 함대지 미사일 '2형', 그리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3형' 등 총 3개 유형으로 개발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탄두 중량은 지대지 미사일 '현무-Ⅳ-1' 기준으로 최대 2톤 이상, 최대 사거리는 800㎞ 수준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현무-Ⅳ의 비행거리를 300~500㎞ 수준으로 줄인다면 탄두 중량을 4~5톤 이상으로 키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각국이 운용 중인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사거리 1000㎞ 이내)의 탄두 중량이 대체로 '현무-Ⅱ'와 같은 500㎏~1톤 수준임을 감안할 때 4~5톤의 탄두를 실을 수 있는 무기는 '전무후무'하다.

현무-Ⅴ는 사거리 3000~5500㎞ 수준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급 이상으로서 탄두 중량이 최대 8~9톤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현무-Ⅴ는 '괴물 미사일'로 불리기도 한다.

우리 군이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면서 이처럼 탄두 중량을 크게 늘린 건 유사시 타격 대상인 북한의 핵심 군사시설이 대부분 지하에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한국전쟁(6·25전쟁) 이후 국토를 요새화하면서 주로 화강암 지대에 6000개 이상의 지하 시설물을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등 수뇌부의 대피시설은 물론, 핵·미사일 생산·저장 시설도 포함된다.

운동에너지는 질량과 속도의 제곱에 비례한다. 따라서 탄두 중량 9톤의 탄도미사일을 정상 각도(30~45도)보다 높은 고각으로 쏜 뒤 마하10(초속 3.4㎞) 이상의 속도로 떨어뜨리면 "전술핵무기에 버금가는 관통력으로 북한의 지하시설을 타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는 핵전력을 보유하지 않은 우리 군 입장에선 '고위력 탄도미사일'이 가장 강력한 무기체계란 뜻이기도 하다. 또 같은 추력의 미사일에서 탄두 중량을 줄인다면 비행거리를 더 늘리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