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와 한미일 사이 보폭 넓히는 中… 대북 압박에 '지렛대' 될까
왕이, 美안보보좌관 만난 뒤 러시아行… 북러회담 설명 들을 듯
러 "北과 협력" 위해 제재 무력화 시사… 중국 향후 선택지 주목
- 이창규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북한과 러시아 간 군사협력이 가속화할 조짐을 보임에 따라 북한의 또 다른 전통적 우방국이자 오랜 '혈맹'을 자처하는 중국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작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 이후 미국 등 서방국가들과 철저히 담을 쌓아온 러시아와 달리, 중국은 미국과의 패권경쟁 속에서도 우리나라·일본 등 각국과의 관계 관리도 이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외교사령탑인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지난 16~17일(현지시간) 지중해 몰타에서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난 데 이어 18일부턴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 중이다.
왕 부장은 오는 21일까지 이어지는 러시아 방문 기간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과의 중러 외교장관회담에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예방할 것으로 보인다. 중러외교장관회담은 18일 열렸다.
특히 왕 부장의 이번 러시아 방문 및 중러 외교장관회담은 지난 13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푸틴 대통령 간 회담에 뒤이어 진행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 측이 이번 북러정상회담에서 다뤄진 사항을 왕 부장을 통해 중국 측에도 설명해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아울러 북러 양측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무기거래·군사기술 이전 등 상호 군사협력에 관한 사항을 집중 논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에서도 중국 측에도 그 동참 의사를 타진할 수 있단 관측도 제시되고 있다. 러시아 측에선 이미 중국과의 연합 군사훈련에 북한도 함께하는 방안을 거론한 적이 있다.
중국 왕 부장이 이번 주 미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 참석하는 대신 러시아행을 택한 것도 이 같은 기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북한 등 역내 안보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나라·미국·일본 등 3국 간 연대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중국·러시아 간의 결속 또한 한층 더 심화될 수 있단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북한과의 협력 강화를 위해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 가능성까지 시사한 러시아와 달리, 중국 측의 경우 일단 "전면적인 협력 확대는 주저할 것"이란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이동규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러시아와 긴밀하게 협력할 경우 중국 입장에선 대외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한미일 협력에 대응은 하되, 북·러와 함께 매도되지 않도록 관계를 관리하려 할 것"으로 예상했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도 "중국은 북중러 3자 간 결속이 고착화되는 걸 원치 않는다"며 "미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북중러 연합훈련이나 안보리 대북제재 해제·완화 등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중국 당국은 우리나라·일본과의 관계 관리 차원에서 연내 서울 개최가 추진되고 있는 한일중 정상회의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단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반면 러시아 측은 우리나라와 미국 등 각국의 안보리 결의 위반 우려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협력을 지속 강화해가겠단 입장이다.
라브로프 장관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방송 인터뷰에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해제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북제재는 우리(러시아)가 아니라 안보리에서 발표한 것"이라며 "우린 대북제재를 선언한 적이 없다. 우린 북한과 평등하고 공정한 상호작용을 발전시키겠다"고 답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도발 위협 등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좀 더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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