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수사단장 측 "국방장관 '이첩 보류' 명령은 법률상 불가"

"수사단장에 대한 명령권은 장관 아닌 해병대사령관에"
"'채 상병 순직'은 군에 수사권 없어 아무도 명령 못 해"

고(故) 채수근 해병대 상병 안장식. 2023.7.22/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지난달 집중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작전 중 순직한 고(故) 채수근 해병대 상병 사고 조사결과 보고서 처리 경위 등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행 법률체계상 국방부 장관은 해병대 수사단에 개별 사건의 경찰 이첩 '보류' 등을 지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측 김경호 변호사는 10일 언론에 배포한 장문의 글에서 이같이 밝혔다.

박 대령은 지난달 30일 채 상병 사고와 관련한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결과 보고서에 대해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결재를 받은 뒤 이달 2일 관할 경찰인 경북경찰청에 이첩했다가 '항명'을 이유로 보직해임돼 현재 국방부 검찰단에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다. 이 장관이 지난달 31일 해병대에 채 상병 사고 관련 보고서의 '이첩 보류'를 지시했는데도 박 대령이 이를 따르지 않았단 이유에서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현행 '군사법원법' 제38~39조와 관련한 규범 체계적 해석상 "국방부 장관은 각 군(육해공군) 참모총장과 국방부 조사본부장에게만 명령을 발령할 수 있을 뿐 각 군 참모총장 밑에 있는 각 군 군사경찰단장 및 일선 군사경찰에겐 명령을 발령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즉,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한 명령 권한은 국방부 장관이 아닌 해병대사령관에게 있다"는 것이다.

군사법원법은 38조에서 '국방부 장관은 군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군검사를 지휘·감독한다. 다만, 구체적 사건에 관하여는 각 군 참모총장과 국방부 검찰단장만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 장관이 해병대 수사단 등 일선 군사경찰까지 지휘·감독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선 현행 군사법원법상에 따로 규정돼 있지 않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군사건 수사는 군사경찰을 거쳐 군검찰로 이송돼 군검사가 최종 결정하므로 (군사법원법에선) 군검찰에 대한 국방부 장관의 명령권한만 규정하더라도 족하다"며 "일선 현장의 군검사에게 수사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장관이) 직접 구체적인 명령을 발령할 수 없다면, 당연히 그 전 단계인 군사경찰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명령권이 없다는 게 해석상 전제돼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즉, 국방부 장관이 직접 육해공군 검찰단장이나 일선 군검사에게 명령을 내리면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는 만큼, 일선 군사경찰에 대한 장관의 명령 역시 같은 기준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게 김 변호사의 주장이다.

김 변호사는 같은 이유에서 이 장관이 지난달 30일 해병대 수사단의 채 상병 사고 조사결과 보고서를 결재(서명)한 것 역시 "수사단장에게 직접 명령을 행사한 게 아니라 (보고 내용을) 확인한 의미의 서명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왼쪽에서 두번째)과 김계환 해병대사령관(맨 왼쪽).2023.7.22/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해병대 수사단이 최초 작성한 보고서에선 채 상병 사망과 관련해 '임성근 해병대 제1사단장을 포함한 군 관계자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경찰에 이첩할 예정'이란 등의 내용이 기재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방부 장관은 법률상 해병대 수사단에 직접 명령을 내릴 수 없기 때문에 해당 보고서 서명 또한 '이첩 지시 등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는 게 김 변호사의 판단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분에 대해선 국방부 측도 같은 견해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김 변호사는 "이 사건(채 상병 순직) 발생 뒤 국방부 장관은 국방부 조사본부장에게 수사를 지시할 수 있었지만, 해병대 수사단장(박 대령)에게 수사를 맡겼다"며 "그렇다면 장관은 해군참모총장이나 해병대사령관에게 구체적인 지시를 하고, 참모총장과 사령관이 이 지시를 받아 수사단장에게 지시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그러나 이 사건에서 해군참모총장은 처음부터 배제됐고, 해병대사령관은 수사단장에게 '질문형'으로 물어봤지 명시적으로 (이첩 보류를) 명령한 바 없다"며 "오히려 수사단장은 사령관이 이첩 보류 등을 명령했을 때 발생할 문제점을 서면 보고하고 '국방부 장관이 직접 명령할 수 있는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첩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건의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김계환 해병대사령관도 이달 1일 채 상병 사고 조사 건을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첩하는 방안을 신범철 국방부 차관에게 건의했지만, 당시 김 사령관은 "'거부' 답변을 받았다'고 수사단장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김 변호사는 '채 상병 순직' 건의 경우 군 관계자의 과실 여부가 사망 원인이 됐는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군사법원법 및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군인 등의 범죄에 대한 수사절차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에 따라 군은 수사권한이 없고 민간 경찰에 이첩해야 한다. 아무도 구체적인 명령을 내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즉, 박 대령은 관련 법 규정에 따라 "지체 없이" 경찰에 사건을 이첩해야 하는 의무를 이행한 것이란 얘기다.

현행 군사법원법은 평시에 발생한 범죄가 의심 되는 군인 사망 사건과 군인이 저지른 성폭력 범죄, 입대 전 범죄에 대해선 민간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토록 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군에서 수사할 수 있는 사건'은 해병대사령관이 수사단장에게 구체적인 명령을 내릴 수 있지만, '군에서 수사할 수 없는 사건'은 관계 법령에 따라 사령관도 구체적인 명령을 발령할 수 없다"며 군검찰이 박 대령에게 '집단항명 수괴' 등 혐의를 적용해 수사 중인 건 부당하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국방부는 전날 이종섭 장관 지시로 해병대 수사단의 채 상병 사고 관련 조사 결과를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해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