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채 상병 순직 조사' 재검토 지시… 해병대→국방부 이관

"관련자 과실과 사망 간 인과관계 설명 없어… 혐의 불명확"

고(故) 채수근 해병대 상병 안장식. 2023.7.22/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지난달 집중호우 피해자 수색작전 중 순직한 고(故) 채수근 상병 사고에 대한 군 차원의 조사가 9일 해병대 수사단에서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됐다. 사실상 '재조사'가 이뤄지는 것이다.

국방부는 이날 "해병대 수사단의 (채 상병 사고) 조사결과에 대해 추가적인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그동안 해당 내용을 검토했다"며 "이종섭 장관이 오늘(9일)부로 채 상병 사망사건을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하고 법령에 따라 재검토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해병대 제1사단 소속이던 채 상병(당시 일병)은 지난달 19일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구명조끼 착용 없이 실종자 수색을 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이후 해병대 수사단은 채 상병 사망 경위 등에 대한 초동 조사를 거쳐 '임성근 해병대 제1사단장을 포함한 군 관계자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경찰에 이첩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담긴 조사 결과 보고서를 작성, 지난달 30일 이 장관에게 보고하고 결재까지 받았다.

현행 '군사법원법'은 군인 사망 사건과 성범죄, 입대 전 범죄에 대한 수사·재판을 군이 아닌 민간 사법기관이 담당토록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해병대는 당초 지난달 31일 채 상병 사고 관련 조사결과를 언론과 국회에 공개하고 경찰 이첩 등 절차를 밟을 계획이었지만, 같은 날 이 같은 계획을 돌연 취소했다.

'해병대 수사단 보고서에 적시된 군 관계자들의 혐의 등이 경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국방부 법무관리실의 의견에 따라 이 장관이 '조사 결과 공개와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란 게 당시 국방부의 설명이었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이날 공지에서도 "현재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엔 관련자들 과실이 나열돼 있으나, 과실과 사망 간에 직접적이고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지에 대해선 명확한 설명이 없어 범죄 혐의 인정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또 해병대 수사단장으로서 초동 조사를 담당했던 박정훈 대령이 채 상병 사고 조사 결과 보고서의 경찰 이첩과 관련해 '항명' 혐의로 군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점을 들어 "중대한 군기 위반행위로 수사단장이 보직해임된 해병대 수사단이 (채 상병) 사망사건 및 이첩 업무 처리를 계속하기엔 제한 사항이 있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이달 2일 박 대령이 해병대 수사단의 채 상병 사고 조사 결과 보고서를 민간 경찰에 이 장관 등의 '보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직무정지 및 보직해임 조치를 취하는 동시에 경찰에 넘겼던 해병대의 조사 결과 자료 또한 회수했다.

그러나 박 대령은 이날 배포한 입장문에서 "이 장관 보고 이후 경찰에 사건(채 상병 사고)을 이첩할 때까지 그 누구로부터도 장관의 '이첩 대기' 명령을 직·간접적으로 들은 사실이 없다"며 사실상 자신의 '항명' 혐의를 부인, 향후 국방부 검찰단의 관련 수사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군 당국은 앞으로 국방부 조사본부를 통해 해병대의 채 상병 사고 조사 결과 보고서를 전면 재검토한 뒤 경찰에 재이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재이첩될 자료엔 군 관계자들의 혐의에 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