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층 더 심화된 '한미일 vs 북중러'… 한반도 신냉전 가시화

北 김정은, '전승절' 열병식에 중·러 대표단과 나란히
한미일 내달 정상회담… 대북 확장억제 강화 등 논의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이 지난 27일 오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일) 제70주년 기념 열병식을 개최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운데) 왼쪽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오른쪽에는 리훙중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 부위원장이 서 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북한이 지난 27일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일) 제70주년을 맞아 중국·러시아 대표단을 불러들이며 이들 국가의 결속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또한 내달 미국에서 미국·일본과의 3국 정상회담에 임할 계획이어서 이른바 한반도를 둘러싼 '한미일 대(對) 북중러' 간 대립 구도가 점점 더 선명해지고 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리훙중(李鴻忠) 중국 공산당 중앙위 정치국 위원 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 부위원장을 필두로 한 러시아와 중국의 이번 북한 전승절 계기 방북 대표단은 27일 오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전승절 기념 열병식을 참관한 뒤 각각 당일 오후 및 29일 평양을 떠났다.

이번 중러 대표단 방북은 북한이 지난 2020년 1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에 따른 '국경 봉쇄' 조치 이후 처음으로 내부행사에 외빈을 초청한 것이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국제정세 속에서 중·러와의 '공동 대응'을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됐다.

북한은 이들 중·러 대표단을 환영하는 연회를 각각 주최했으며,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특히 중국의 리 부위원장, 러시아의 쇼이구 장관과 개별 회동을 하는 등 외견상 '국가원수'급에 준하는 대우를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중·러 대표단의 이번 북한 전승절 계기 방북이 1회성에 그치는 게 아니라 본격적인 고위급 교류 확대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러시아 대표단은 이번 방북기간 김 총비서와 함께 북한의 무기 전시회장을 찾아 김 총비서로부터 북한이 개발한 최신 무기들에 대한 설명을 직접 들었다.

북한 관영매체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지난 26일 쇼이구 장관 접견에서 "국방 안전 분야에서 호상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과 지역 및 국제안보환경에 대한 평가와 의견을 교환했으며 견해일치를 봤다"고 한다.

북한은 김 총비서가 쇼이구 장관 접견 등을 통해 주고받은 대화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진 않았으나, 작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쟁을 이어오고 있는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무기 지원 문제가 논의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이 최근 고위급 교류 재개를 통해 대미(對美) 관계 '관리'에서 나선 중국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한 미국·유럽 등 서방과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는 러시아의 전략에 편승하려 한다는 해석도 있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30일 YTN '뉴스와이드'에 출연,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에 러시아가 기여할 가능성 등에 대해 관심을 갖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2023.5.21/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김 총비서는 29일 중국 리 부위원장 접견 땐 "긴밀한 전략 전술적 협동을 통해 복잡다단한 국제정세에 주동적으로 대처"하려는 양측의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북한 관영매체들이 전했다.

이에 따라 북중 간에는 코로나19 대유행을 이유로 중단됐다가 작년 하반기 부분 재개된 육로 교역의 본격 정상화와 항공편 운항 재개, 중국인 관광객 등의 인적 왕래 재개 등에 관한 사항이 논의됐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올 9월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AG)에 북한 선수단 및 대표단을 파견하는 하는 문제도 논의됐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외에도 북한의 경제·민생난 해결을 위해 중국·러시아로부터 식량 및 석유제품 등을 공급받는 문제도 이번 중·러 대표단의 전승절 계기 방북 과정에서 다뤄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 김 총비서가 이번 열병식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무기체계를 중·러 대표단과 나란히 서서 참관한 데도 나름의 정치·외교적 함의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의 ICBM을 포함한 '탄도미사일 및 그 기술을 이용한 모든 비행체 발사'가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해당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러 양국의 고위 당국자가 북한의 최고지도자와 그 현장에서 함께 박수를 쳤단 사실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사실상 용인하고 있음'을 전 세계에 보여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단 이유에서다.

실제 북한은 최근 2년 새 ICBM을 10차례 넘게 쏘며 '중대 도발'을 이어가고 있으나, 안보리에선 중·러의 거듭된 반대 탓에 공동 대응 자체가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와 미국·일본 등 3국 정부는 내달 18일 미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을 계기로 대북 공조 강화 및 국제사회와의 연대 방안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예상돼 그 결과가 주목된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2021년 출범 이후 북한·중국 등 역내 안보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3국 간 협력을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에선 최근 미국의 대북 확장억제 강화 차원에서 출범한 한미 핵협의그룹(NCG) 운용을 비롯해 한미일 3국 군사당국 간의 대북 정보 공유 활성화 및 각종 군사훈련 정례화 등에 관한 사항이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한미 양국은 내달 중순엔 연례 연합 군사훈련도 예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미일 3국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른바 '규칙 기반 질서'에 기초해 인도·태평양 역내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 강압 및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도 의견을 나누며 그에 따른 협력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김 실장은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에선 안보협력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협력이 강화될 것"이라며 중국의 인도·태평양 진출과 대만 및 북한 관련 문제, 그리고 공급망 구축과 신기술 협력 등에 관한 사항이 다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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