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형 외교부 국제법률국장 '국제해양법재판관' 당선

'최고 권위' 해양분쟁 국제기구 세 번째 한국인 재판관 탄생

신임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 재판관에 선출된 이자형 외교부 국제법률국장.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이자형 외교부 국제법률국장이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 재판관으로 선출됐다. 우리나라는 1996년 ITLOS 출범 이래 빠짐없이 재판관을 진출시키는 쾌거를 이뤘다.

외교부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 중인 '제33차 유엔해양법협약(UNCLOS) 당사국총회'를 계기로 실시된 2023-32년 임기 ITLOS 재판관 선거에서 이 국장은 167개국 중 144표를 확보하며 당선됐다.

이번 선거에서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몫인 2자리를 두고 일본, 이라크 등과 경합을 펼쳤다. 이 국장과 함께 일본의 호리노우치 히데히사(堀之內秀久) 전 주네덜란드 대사도 재판관에 선출됐다.

아울러 이 국장의 이번 당선은 세 번째 ITLOS 한국인 재판관이라는 의미도 있다.

이 국장에 앞서 고려대 교수 출신의 고(故) 박춘호 재판관(1996~2008년)과 박 재판관 별세에 따른 보궐선거에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출신의 백진현 재판관이 당선돼 2009년부터 현재까지 재직 중이다.

백 재판관은 지난 2017년 10월 ITLOS 재판소장에도 당선돼 2020년 10월까지 소장직을 수임하기도 했다.

ITLOS는 국가 간 해양분쟁 해결을 위해 UNCLOS에 따라 1996년 설립된 국제재판소로서 독일 함부르크에 있다.

이 기구는 단심 재판을 실시하며 재판소장의 책임 아래 운영된다. 해양 대륙붕의 경계, 어업권, 선박 나포 문제, 베타적경제수역(EEZ) 관련 분쟁 등이 ITLOS의 주요 현안이다.

ITLOS 재판관은 모두 21명으로 UNCLOS 당사국 총회에서 3년마다 7명씩 비밀투표로 신임 재판관을 뽑는다. 재판관의 임기는 9년(연임 가능)이다.

(독일 함부르크에 있는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의 법정.ⓒAFP=뉴스1

재판관들은 UNCLOS 해석·적용에 관한 분쟁 해결을 담당한다. 자국의 분쟁 재판에도 참여할 권리를 갖지만 기본적으로 중립적으로 활동해야 할 의무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최고 권위의 해양분쟁 국제법률기구에 자국 출신 재판관을 두고 있는 것 자체가 국제사회에서 의미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국장은 외교부 내에서 '해양법 전문가'로 통한다. 그는 UNCLOS 당사국 회의 수석대표, 유엔공해어업협정협상 수석대표, 국가관할권 이원지역의 해양생물다양성(BBNJ) 협상 수석대표, 한중 해양경계확정협정 실무수석대표 등을 거쳤다.

정부가 국제법 학자 출신이 아닌 현직 외교관을 ITLOS 재판관 후보로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 국장의 당선을 통해 해양법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이 제고되고 기여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국제해양레짐의 유지·발전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그간 수행해왔고 또 수행해나갈 역할에 대한 안정과 기대가 반영돼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국장의 이번 ITLOS 재판관 선출은 최근 우리나라의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 진출에 이은 외교가의 '겹경사'라는 분석이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