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요미우리 이례적 '관동대학살' 1면 보도의 함의…"한일관계 개선 바람"

日정부 입장과 배치된 보도…"물잔 채우는 계기로 생각하면 될 것"
확대해석 경계하기도…"과거사에 대한 전향적 태도로 해석은 어려워"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대통령실 홈페이지) 2023.5.21/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일본 요미우리 신문이 과거 일본에서 관동 대지진이 발생했을 당시 많은 조선인들이 유언비어로 인해 학살되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올해 초부터 한일관계 개선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보수 성향의 언론에서 이같은 보도가 나오면서 '급물살 기류'를 타고 일본 사회 내에서 과거사 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가 부각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요미우리 신문은 지난 13일 1면에서 일본 정부 중앙방재회의 지난 2008년 보고서 내용을 담은 '관동대지진 100년의 교훈(5): 유언비어·폭력 한꺼번에 확산'이라는 제목의 연재 기사를 게재했다.

신문은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켰다 등의 유언비어를 들은 사람들이 자경단을 결성해 칼과 도끼로 재일조선인을 무작위로 심문하고 묶고 폭행을 가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라거나 "간도대지진으로 인한 사망·행방불명자 약 10만명 중 1%~수%가 이러한 사안으로 (피살된 것으로) 추산된다"는 내용들이 해당 보고서에 담겼다고 전했다.

신문은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비롯한 대형 재난이 발생하면 '유언비어'가 퍼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사회적 현상을 지적하는 논조를 보였다.

그러나 일본 매체 중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요미우리 신문에서 일본 정부의 입장과는 배치되는 측면이 있는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 사건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다.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는 그동안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 사건을 사실상 부정해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를 두고 최근 한일관계 개선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일본 언론에서 사회적으로 한일 간 과거사 문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한일관계를 발전' 분위기 조성을 위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일본사회에서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과 관련해 고약한 소문이 많이 있었는데 이처럼 사실을 인정하는 내용의 보도는 의미가 있고 최근 한일관계 개선상황을 반영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며 "특히 보수 성향의 요미우리 신문에서 전향적인 내용을 다뤘다는 건 일본 사회에서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향한 기류가 강해지는 것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도 "보도만으로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 사죄와 반성을 하겠다는 뜻은 아니겠지만 한일관계 개선 분위기가 전반적인 수준으로 돌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한국에 대해 '물잔을 채우는' 제스처가 본격화되는 계기로 생각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닌 만큼 확대해석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보수적 색깔을 갖고 있는 요미우리 신문에 관련 보도가 실린 것은 이례적이고 전향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이 자체만으로는 일본 내 분위기가 과거사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로 전환된 것으로는 볼 수 없고 일단은 언론 차원에서 문제의식을 제기한 것으로 평가할 측면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yellowapollo@news1.kr